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0 08:35:25 기준
  • #데일리팜
  • 제약
  • #제품
  • 공장
  • 의약품
  • 신약
  • GC
  • #침
  • #치료제
  • 플랫폼
네이처위드

[칼럼] 제약사 매출 1조원이 무력해진 냉혹한 현실

  • 조광연
  • 2014-11-07 12:00:52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게 전망되기 때문이다. 만약, 두 기업 중 어느 한곳이라도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되면 120년 가까운 국내 제약산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두 기업이 함께 '마의 벽'으로 불려온 1조원을 넘어서면 그 의미는 더 커지게 된다. 반세기 이상 1조원 돌파 선봉대로 꼽혀온 구 동아제약(동아ST, 동아제약 등으로 분사)이 여러차례 고지를 눈앞에 뒀으나 그 때마다 약가 인하 등의 환경변수로 실패하고는 했던 게 국내 제약산업의 매출 1조원 돌파 도전사다.

매출 1조원이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 특히 제약산업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필요로 한다. 통상 글로벌 신약 1개를 개발하는데 최소 5000억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의 경제는 제약회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있어 갖춰야 할 절박한 토양이다. 연간 매출 5000억원인 제약회사가 R&D를 10% 투자하면 500억인데 비해 1조원 회사가 10%를 쓰면 1000억원이 된다. R&D 투자의 여력이나 외국 유망 벤처기업 M&A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매출 규모는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점에서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매출 1조원 달성 가능성을 높인 것은 대단한 성취다. 그러나 매출 1조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았을 때 여전히 미약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2년 세계 50대 제약회사 보유 국가순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17개, 일본이 9개, 스위스가 5개, 이스라엘 등이 1개 였다. 제약사별로 보면 화이자가 63조원(현기준 노바티스 1위)으로 선두를 달렸고 마지막 50위인 남아공 제약회사 아스펜이 1조9000원 규모였다. 매출 1조원으로는 세계 50위권에 진입할 수 없는 규모다. 100위권 안에 포함된 국내 제약사도 아직 없다. 그런데 우리가 수준을 낮게 보았던 중국의 경우 여러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계가 유한양행과 녹십자의 매출 1조원 경쟁에 관심을 보내고 박수를 치는 것도 이처럼 냉혹한 세계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진출의 첨병이 되어달라는 기대와 염원이 반영된 갈채인 셈이다. 그러니 두 기업이 매출 1조원에 도달해 초보적인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면 그 지향점은 첫째도, 둘째도 글로벌을 향해야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내수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 내수를 지키려면 내수를 떠나야하는 역설이 존재하는게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오늘 날 특성이다. 규모의 경제효과를 글로벌에 대부분 투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출 1조원에 근접한 두 기업은 그래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자기 제품을 가져야 한다. 자기제품이되 경쟁력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원료든, 제네릭이든, 개량신약이든, 혁신신약이든 기존 제품과 견줘 최소한 비교 우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독점 경쟁력을 가진 신약이 있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 레이스를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발전 단계에서 부득불 도입신약을 들여와 마케팅에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해도 이 비즈니스의 안온함에 마취돼서는 안된다. 전체 매출에서 제품 비중이 상품 비중을 크게 상회해야 하며, 내수 매출과 글로벌(수출) 매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기업의 체질을 신속하게 이행시켜야 한다. 오늘 날 대한민국 제약산업계에서 매출 1조원의 의미는 이런 내용들로 인식되고 채워져야 한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