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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님아 그 약국을 괴롭히지 마오'

  • 정혜진
  • 2015-01-29 12:24:52

최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곱씹게 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흥행 이슈로 문화면에 보도된 데 이어 사회면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주인공 할머니가 사는 시골집에 너무 많은 관광객과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시도때도 없이 대문을 두드려 할머니를 괴롭혔다. 할머니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시골집을 버리고 딸네 집으로 피신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단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당사자는 본의 아닌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이를 본인은 물론 처음 주인공을 취재하고 촬영한 기획자도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약사를 언니로 불렀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고 포털 게시판에 글을 올린 손님의 경우도 그렇다. 손님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글로 주목을 받았고 해당 약국 약사는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과장된 글에 반박하기 위해 댓글을 달았다.

직접 만나보니 해당 약사로서는 억울한 면이 많았을 거라 쉽게 알 수 있었다. 단지 '언니'라 한번 부른 것이 아니라 환자는 말 그대로 '지나치게 여러번' 언니, 언니라 불러댔고, 약사는 의사에게 오빠라 하면 기분 좋겠냐고 한마디 했을 뿐이란다.

알려진 것들 중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았다. 소화제를 한달치 구매하도록 강요했다는 손님의 주장과 달리 약사는 속쓰림 약 5회분만 판매했을 뿐 어떤 강요나 권유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듣게 손님에게 면박을 줬다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약국 구조나 출입문 구조 상 약사가 일부러 손님에게 '언니라 부르지 말라'고 크게 말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해명하지 못한 사실들이 남아있는데도 약사는 한사코 추가 인터뷰 기사를 거절했다. 더 이상 기사화되길 원치 않는 데에는 사건이 매스컴에 더 알려져 논란이 되는 걸 원치 않는 것도 있었지만 연이은 취재 요청에 약사가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한 유명인터넷 매체 기자라고 소개한 한 사람은 명함도 없이 약국에 들이닥쳐 사건을 자세히 설명해달라며 약국을 떠나지 않았다. 고소한 손님 연락처와 그날 팔았던 의약품, CCTV자료, 경찰서 제출 서류를 주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다며 버텼다.

또 다른 매체에서도 약국을 수소문하기 위해 애썼다. 지상파 방송사, 종편채널, 환자단체연합 등에서 진상을 파헤치겠다며 약사를 수소문했다. 약사는 이들을 강하게 거절하지도 못한 채 쩔쩔매며 사정하듯 달래 돌려보냈다. 취재진 기분을 상하게 했다간 '손님에게도 이렇게 했겠구나' 오해를 사지 않을까, 혹여나 나쁜 기사가 나가지 않을까 걱정한 탓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촬영지 '꽃분이네'가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결국 문을 닫게 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취재진과 일반인들에게 영화 속 할머니와 꽃분이네, 약국은 그저 방송 1회분의 아이템, 구경거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인기와 관심이 과연 당사자를 위한 것일까? 다른 건 몰라도, 애초 기획자와 주인공들이 원한 것은 이런 1회성 관심이 아니었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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