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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레트

금연사업 차질 생기니 그건 약국 탓?

  • 최은택
  • 2015-03-09 06:14:49

최근 몇년 새 정부 의약정책은 의료기관과 의료서비스에 집중된 양상을 띠고 있다. 사업이 이렇게 추진되다보니 갈등도 의-정 간에서 첨예하게 나타난다.

이러는 동안 과거 골목 건강지킴이로 역할을 톡톡히 했던 약국은 항상 뒷전이었다. 정책사업의 주요 타깃도 아니었지만 정부가 약국(약사)을 고려하면 의사들이 싫어할까 우려해 아예 젖혀 놓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가령 토요일 외래 전일가산 논의가 한창이었던 2013년 당시 복지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가산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결과는 약국도 포함된 개념으로 정리됐지만 약사회의 고군분투는 눈물겨웠다.

지난해 9월 '달빛 어린이병원'을 지정할 때도 약국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지정된 병의원에는 인건비 등의 보전차원에서 지자체와 매칭해 평균 1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약국은 지정도, 지원도 없었다. '달빛 어린이병원' 인근 약국과 약사회가 반발하자 정부는 뒤늦게 '달빛 어린이약국'을 지정하고, 연 1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일들은 왜 발생했을까?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의료기관에 종속 또는 기속되는 경향성 때문이다. 제도와 상관성이 깊고 약사사회의 자성도 필요해보이는데, 그런 '고차원적(?)' 논란은 일단 차치하자.

정부도, 전문가도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약국은 병의원이 문을 열면 당연히 열지 않느냐." 병의원이 심야시간까지, 또 토요일 오전에 처방전을 발급하면 약국은 알아서 영업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런 구조에서 약국을 별도 지정하거나 지원(가산제, 지원금 등)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으로 고착된 양상이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돼서 나타났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만, 약사는 상담자 취급도 받지 못했다. 사업에 참여한 금연 희망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약값만 건강보험공단에서 대신 받아주고 수고비(건당 2000원)를 받는 '매개자' 쯤으로 여겼다.

또 금연치료 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은 사전 등록을 받았는데, 약국은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데일리팜과 전화통화에서 "약사회 측 설명으로는 건당 2000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약국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약사회 측은 이 말을 듣고 발끈했다.

마치 '토요일이든, 심야시간이든 병의원이 처방전을 발급하면 약국은 알아서 영업한다'는 인식과 동일하게 '의료기관이 금연치료 처방 등을 내면 모든 약국이 2000원을 받기 위해 움직일 것 아니냐'는 식의 판단이 내재해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 관계자 등의 이런 현실인식은 한참 잘못됐다. 약사 혼자 근무하는 상당수 동네약국은 금연치료제인 바레니클린(챔픽스)같은 약은 거의 들여놓지 않는다. 니코틴대체제도 많이 취급하는 약국 외에는 패치제 정도만 구비해놓지 껌이나 사탕 등 다양한 '옵션'이 없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이 금연치료 처방 등을 발급해도 해당 기관의 문전약국 외에는 접근성이 매우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의료기관 사전 등록과 맞물려 약국도 사전 등록을 받는 게 적절한 조치였다. 등록약국은 금연치료 의약품이나 니코틴대체제를 잘 알고 있고, 옵션별로 충분히 들여다 놓을 의사가 있는 곳이다. 이런 여건이 구비됐을 때 금연치료 지원사업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다.

그런데도 건보공단 관계자는 금연치료 처방을 의료기관이 내도 사업에 참여하는 금연 희망자들이 어느 약국에 가야할지 몰라 불편하다며, 마치 약국의 참여저조가 이번 사업의 큰 걸림돌인 양 지적했다고 한다.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이 담당 공무원이나 건보공단 직원들, 적극적인 금연 희망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전적으로 담뱃값 인상 여파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민여론을 의식해 정책을 졸속으로 밀어붙힌 정부에 있다.

금연상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약국 배제정책을 써온 정부 당국자들이 이런 일로 책임을 떠넘기다니, '견강부회'도 이쯤되면 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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