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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고객을 읽어라"...약사들이 말하기 배우는 이유

  • 강혜경
  • 2024-10-20 16:12:16
  • 8월 시작한 휴베이스 '커뮤니케이션 워크숍', 대장정 마무리
  • "효능·효과, 용법·용량 읊는 커뮤니케이션 그만"
  • "하드웨어·소프트웨어·휴먼웨어 고루 갖출 때 고객감동"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커뮤니케이션이란 누가, 어떤 메시지를 , 어떤 채널을 통하여, 누구에게 전달하여 어떤 효과를 얻느냐 하는 과정이다.

약국에서도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은 일어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정답이 아닐수도 있다. 같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환자에 따라, 환영의 뜻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안녕한데 약국에 왔겠냐'는 불편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기에 포털사이트, SNS 같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약사들은 이전과 같은 권위를 가질 수만은 없게 됐다. 타이레놀, 오트리빈 같은 약 이름만 검색해도 약의 효능·효과, 용법·용량은 금세 서칭이 가능하다. 심지어 다양한 건강프로그램과 전문가들의 의견 속에서 약사의 말은 다양한 옵션 중 하나일 뿐이다.

20일 휴베이스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을 찾은 200여명의 휴베이스 회원 약사들.
부작용을 언급하며 겁을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고객과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약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강의를 듣고 실습까지 나섰다. 언어적 표현 뿐만 아니라 눈빛과 거리, 자세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에 어색함과 낯섦을 견디며 하나 둘, 표현을 익히며 연습에 나섰다.

모연화 휴베이스 부사장.
약국체인 휴베이스(대표 김현익)의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이다. 올해 8월 시작한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이 2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강의를 20일 서울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열었다.

약사 출신 헬스커뮤니케이션 1호 박사인 모연화 부사장은 AI시대, 대체 불가능한 약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온몸으로 진정성을 전달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론과 실전을 접목한 강의를 6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하루 3번, 식후 30분? "약사의 할 일이 바뀌고 있다"= 모연화 부사장은 미디어의 발전이 인간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휴대전화가 발달하면서 정보의 양과 질이 확장되고, 인간관계 역시 수평에서 수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

건강이나 약에 대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창구 역시 다양해지면서 미디어에 현혹되고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에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파티딜 있어요?" 고객의 질문에 어떻게 말하겠는가. "네? 뭐요?"라고 말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은 단절되고 만다. "포스파티딜이요? 뇌 건강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포스파티딜도 괜찮은데요, 혹시 포스파티딜을 찾으시는 이유가 있으셨어요?"라고 운을 뗀다면 대화가 이어지는 데 용이하다.

모 부사장은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이 AI다. 생성형 미디어인 AI는 지식을 덩어리로 묶어 적재하는 전문가의 공부법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가령 '오트리빈 알려줘'같은 질문을 하면, 사용방법, 주의사항, 부작용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약사 만큼이나 효능·효과, 용법·용량, 부작용·주의사항을 꿰뚫고 있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정보를 출력하는 형태로만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적수준과 전문가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심리가 증가한 상황에서 그들은 나아가 전문가의 전문성·인간성을 평가하고, 불만족을 공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문성은 지식의 양이 아닌 소비자의 수용도다. 신뢰성 역시 사실을 말했는가 보다는 나를 위해 준다는 진심어린 마음"이라며 "여기에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부모', '아팠던 경험이 있던 사람으로서의' 유사성, 매력 같은 역량이 함께 작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환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스타일의 약사와 전문적인 모습의 약사 중 어떤 스타일이 더 유리하냐고 물어본다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약사라고 답할 수 있다"며 "AI에 밀려 약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해야 할 일이 변화하는 것이다. AI가 읊어줄 수 있는 내용 이외 돌봄과 건강을 해결하는 헬스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에게 물어보세요? "환자에게 질문하세요"= 질문은 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단서가 되지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 약국에 처음 온 신규 환자의 경우 질문을 던지는 게 더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예, 아니오' 정도로 대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약물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라는 식이다. 이때 대뜸 알레르기나 부작용에 대한 질문을 하기 어렵다면, "저희 약국 필수 질문을 좀 드릴게요" 같은 연결어를 사용한다면 훨씬 매끄러운 질문이 가능하다.

기존 환자를 포함해 중요사항을 주지시키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생 거, 짠 거, 매운 거 드시지 마세요"라는 복약설명에는 귀를 기울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생 거, 짠 거, 매운 거 안 드시고 계시죠?"라고 말한다면, 같은 메시지라도 효과적으로 전달이 가능하다.

"약 다 챙기셨죠?", "카드 챙기셨죠?" 같은 간단한 폐쇄형 질문도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질문으로는 효과적이다.

모 부사장은 "타이레놀, 후시딘 같은 다빈도 일반약을 찾는 경우 '사용해 보신 적 있으세요?', '보통 언제, 어떻게 사용하세요?' 정도의 질문을 하고, 환자의 대답이 옳다면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맞습니다, 그렇게 드실(바르실) 수 있어요'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라는 3가지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위치, 인테리어, 진열장, 매대, 장비, 주차장 같은 시각적 차별성과 고객 편의성이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는 IT시스템, 고객동선, 음악조명, 온라인 소통채널, SNS 응대, 전화 응대 등이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먼웨어가 함께 탑재되면 고객감동으로까지 이어진다. 휴먼웨어야 말로 끊임없이 재구축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몇 시에 닫아요?" 질문에는 "몇 시까지 열려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적 요소만 해당하는 것이다. 표정, 호칭, 고객과의 거리, 자세, 어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는 일상적인 인사에 더해 "감기는 좀 어떠세요?", "새로 바꾼 혈압약은 어떠셨어요?"같은 기억과 관심을 표현하는 인사, "더운 날씨에 양산 너무 잘 쓰고 오셨어요", "추운 날씨에 모자 너무 잘 쓰고 오셨어요" 같은 관찰과 발견 인사는 관계에 있어 긍정적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 다음 기억해야 할 것이 '어조'다. 약 복용을 자꾸 잊어버리는 환자에게 "약 드시는 거 자꾸 까먹으시면 안되는데"라고 말한다면, 고객은 분노하게 된다. "술, 담배 끊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약을 그렇게 보관하시면 안되는데?"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말을 질문으로 가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 부사장은 "약사의 말하기는 따뜻한 평서문이어야 한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처방전 이쪽으로 부탁드립니다, 2000원 입니다' 같은 식의 평서조, 청유조가 적합하다"며 "특히 부정어는 긍정어로 치환해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건강에 예민하거든요"라는 고객에게는 "몸을 배려하시는 거죠"라는 식의 대답이, "몇 시에 문을 닫아요?"라는 질문에는 "몇 시까지 문을 엽니다"라는 답변이 효과적이며, "뛰지마세요" 대신 "안전을 위해 천천히 걸어주세요", "흘리지 마세요" 대신 "깨끗한 사용 부탁드립니다"라는 긍정 뉘앙스로의 치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감은 동조나 동정이 아닌 이해"라며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면 보다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또 나홀로 약국이 아닌 구성원이 함께 근무하는 약국이라면 '처방전 수령 매뉴얼', '인사 및 호칭 매뉴얼' 같은 매뉴얼과 규칙을 세워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모 부사장은 "고객은 약사의 말하기로 약국을 인식한다. 때문에 약사의 말하기와 말하기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며 "당장 약국에서 활용해 보려는 노력을 하시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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