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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진료에서 30초 진료로…건정심 날치기 감사청구"

  • 김정주
  • 2015-10-22 12:41:03
  • 복지부, 장관 직권여지 없는 폐기안 긴급 재상정 '건보료 털이'

[5개 시민사회단체 '가입자포럼' 기자회견]

정부의 #차등수가제 폐지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본격적인 행동개시에 나섰다. 그 첫 행보는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다.

이미 폐기된 안을 3개월만에 급히 상정·처리한 정부 의도뿐만 아니라 절차와 명분, 내용상 모두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처리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인데, 오늘(22일) 감사청구 이후 복지부 행보에 따라 능동적이고 보다 강경한 맞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입자포럼(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은 오늘(22일) 오전 11시 건보공단 9층 노동조합 강당에서 1시간여에 걸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감사청구 배경과 이번 안의 맹점, 앞으로의 대응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왼쪽부터) 경실련 남은경 팀장, 김선희 한국노총 국장,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차등수가제 폐지 강행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과와 전망 = 차등수가 폐지안은 이미 지난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보고안건으로 올라온 건이었다. 이후 복지부는 사전심의와 평가를 거처 6월 29일 건정심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한다. 당시 핵심 쟁점은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안과 차등수가제 폐지안 두 가지였는데, 이 안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벌여 12대 8로 완벽하게 부결됐다.

차등수가제 폐지 대응책으로 정부가 제시했던 환자 진료시간 공개가 차등수가제도의 대응책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건정심 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추석 명절을 기점으로 복지부는 3개월만에 이 안을 전격 재상정한다. 가입자단체들은 명절 여운이 가시지 않은 건정심 2일 전, 급하게 상정소식을 전해듣고 부랴부랴 대응했지만 결국 통과됐다. 안건은 장관직권안으로 상정됐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처리됐다.

6월 당시 반대했던 건정심 위원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부분 불참했다는 것이 한국노총 전략기획본부 김선희 국장(건정심 소속 위원)의 전언이다.

재상정에서 다룬 투표는 앞서 6월 상정 당시 진행했던 무기명 비밀 투표와 방식이 다른, 공개 거수 투표였다.

◆절차상 논란 = 일단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복지부는 "절차상 문제될 것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가입자단체들의 주장은 일관되게 "문제 있다"는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급박한 재상정을 한 데다가 내용상 건보재정 출혈이 예상되는 민감한 상황에서 사실상 '날치기'나 다름없는 처리였다는 것이 가입자단체들의 평가다.

통상 건정심에서 안건을 재상정을 해야만 할 경우 정부는 합의의 취지를 살려 가입자와 공급자에게 사전 설명을 하고, 최소한 소위원회에서 집중 논의를 거친 뒤 본회의로 다시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관례로 굳혀져 있고 규정화돼 있지 않더라 하더라도, 합의기구 특성상 사실상 일종의 규칙이었던 셈이다.

김선희 국장은 "공급자 단체에는 사전설명이 다 된 사안이었지만 가입자 소속에게는 강한 반대를 의식해 아예 한마디 논의 없이 상정시켜 처리했다"며 "이후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6월 첫 상정 당시 내용보다 형편 없었다"고 밝혔다.

◆내용상 논란 = 절차의 문제는 내용의 문제로 전이된다. 6월 건정심 당시 복지부는 차등수가제 폐지 대책안에 대해 의료의 질평가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었고, 10월 건정심에서 보다 구체화 됐다. 선택진료비 재원으로 병원 신규 평가방안을 내놓았다.

이것이 논란이 되자 복지부는 부대조건 내용을 바꾼 것이므로 재상정이 아닌 신규상정안이라서 문제될 것 없다는 주장이지만, 가입자단체는 "똑같은 사안"이라며 날을 세우는 입장.

게다가 긴급히 처리하기 위해 장관직권조정제도를 남용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장관직권조정에 해당하는 것은 환자 진료상 반드시 필요하거나 위급하게 다뤄야 할 사안, 약제 또는 치료재료 리베이트 등 실거래가 관련 등 공익적 시의성에 맞다면 장관의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 기준으로 차등수가제를 본다면, 시급성이 요구된다거나 반드시 그 때에 폐지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공익성을 기준으로 봤을때 복지부가 제시한 근거자료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가입자단체의 설명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장관 직권조정은 공익사항에 한정해서 개선하겠다는 전제조건이 있는데, 공급자 이해관계 속에서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경로로 남용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기서 복지부가 내세운 정책 근거 또한 편향적으로 왜곡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협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주장해온 근거를 복지부 강행 근거로 그대로 인용한 데다가 대책으로 내세운 병원 인센티브 재원 또한 법적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선택진료 축소 대책은 비급여(선택진료비)를 축소시켜 없애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인데, 이를 '의료질평가 지원금' 명목으로 건보재정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특정 이익을 위해 의결시킬 의도였다면 당연히 편향적으로 접근했을 것이고, 결국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문제 = 가입자단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차등수가제 폐지를 강행한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예측가능하다. 차등수가제도는 의약분업 이후 특정기관의 쏠림현상과 적정 진료시간 확보를 막거나 마지노선으로 담보하기 위해 적용, 유지돼왔다.

현재 수가 책정기준에서 진찰료는 진료시간에 근거를 한다. 1일 기준 의사가 8시간 근무한다면 그 노동강도와 가치에 맞춰 75건이 설정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 그러나 이 부분이 폐지된다면 의사 1명이 1일당 75명(75건 처방)을 진료할 때 환자 1명당 평균 6분이 소요된다고 가정할 때, 150명의 환자로 늘어날 경우 진료시간은 약 3.2분, 절반으로 떨어진다.

진찰료가 1000원이라면, 시간당 의사 노동가치는 1인당 3분이 되는 것인데, 이렇게 설정된 노동가치가 떨어지므로, 결국 수가를 깎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안에서 이 부분은 모두 빠져있는 것이다. 결국 장관이 직권결조한 이번 차등수가제 폐지는 사실상 의사들의 수가를 올려준 결과가 된 셈이라는 게 가입자단체의 주장이다.

이로 인한 차기년도 건보료 인상도 예상된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차등수가제도 폐지로 건보재정 약 670억원, 전문병원 지원책으로 7500억원이 소요된다. 지난 6월 내년도 건보료 0.9% 인상이 확정됐고, 당시 추계에 따르면 예상 추가 건보료는 4000억원이었다. 따라서 차등수가제 폐지에 따른 건보료 추가 인상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다.

◆향후 대응전략 = 가입자포럼은 이 같은 문제점을 담은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제출하고, 감사원 판단과 복지부 맞대응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입자포럼은 일단 과거 유사 전례에 비춰볼 때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는 자신을 내비치고 있다.

유사 전례는 과거 병원협회가 영상수가 관련해 건정심 퇴장을 선언하고 소송을 벌여 건정심 합의사항을 취소시킨 사례를 말한다. 절차상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이번 사례 또한 절차상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절차 문제를 떠나 내용적 측면에서도 가입자단체들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감사청구를 시발로, 능동적인 전략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과거 병협이 벌였던 소송 '툴'을 토대로 명백한 절차상 하자와 내용상 문제를 들춰낼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고시공고를 강행한다면 이에 맞춘 대응을 또 다시 진행해 계속해서 문제제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입자포럼은 복지부가 이 사안에 감사청구를 받고나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시공고를 강행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다만 고시공고와 시행일 시점 사이에서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대국민 제도 폐지 반대운동 등 '투트랙' 전략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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