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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자리 찾아 삼만리…"이정도 힘들 줄 정말 몰랐다"

  • 정혜진
  • 2015-12-19 06:15:09
  • 개국준비 나선 30세 약사 "좋은 자리 개국, 불가능해졌다"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차분함과 또 한 해를 준비하는 분주함이 공존하는 12월, 내년 개국을 목표로 차가워진 겨울 날씨에도 분주히 약국 자리를 물색하고 있는 K약사(30세, 남)를 만났다.

새봄 개국을 목표로 약국 자리를 알아보는 K약사는 최근 약 두세달 간 약국자리를 돌아보며 많이 지친 듯 했다. 그는 '체력적인 피로 뿐 아니라 정신적 피로도 한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국을 준비하는 젊은 약사 K약사와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했다. 개국을 꿈꾸는 요즘 젊은 약사들의 고충과 상실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경력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약대를 졸업하고 병원 약사로 1년, 근무약사로 3년 정도 일했다.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국을 그만두고 쉬면서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개국을 준비한 건 얼마나 됐나

졸업 후 제약사 입사와 개국 둘을 놓고 고민했다. 고민 끝에 열심히 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개국으로 방향을 정하고 근무약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근무약사로 일하며 물심양면으로 개국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근무약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내 약국'이라는 생각으로 일했다. 조제나 일반약 판매 뿐 아니라 환자 응대에도 신경 썼다. 그래서 일반약 판매도 자신있다. 선배, 동료 등에게서 꾸준히 정보를 얻고 나름 열심히 개국을 준비해왔다. 나를 보고 약국에 오는 단골환자도 꽤 많았다.

약국 자리를 본격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한 건 한 3개월 전부터다.

-직접 돌아보며 느낀 것은?

근무약사로 일할 때와 직접 약국 자리를 알아볼 때 어마어마한 갭을 느꼈다.

처음에는 개국을 해도 실패하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약국 자리를 알아보며 크게 놀랐다. '괜찮은 자리'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말 그대로 '전혀 없다'.

맘에 들면 보증금과 권리금이 비싸고, 열악한 곳은 상대적으로 싸고, 이런 상황이 아니다. 비싼 곳이든 싼 곳이든 '이 정도면 해볼 만 하다'고 마음 먹어질 정도의 여건을 갖춘 곳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브로커를 통한 소개는 어땠나

별 다를 바 없다. 소개받은 수 많은 자리 중 3~4곳을 제외한 모든 경우를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았다. 이젠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선 개국이 어렵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브로커가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좋은 곳을 연결해주고 합당한 소개비를 받는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러나 브로'를 통해 소개받은 곳 중에서도 '괜찮다' 싶은 곳이 없었다.

-경제사정이 좋은 또래 약사들 상황은 어떤가.

주변 선후배, 동료 약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모두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개국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조제 뿐 아니라 일반약 판매까지 모든 여건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이 있는 자리는 나같은 약사에게까지 차례가 오지 않는 탓이다. 과장해서 얘기하면 브로커에게 까지도 순서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수익성이 있는 약국 자리는 이미 선점한 약사가 직계나 아는 약사에게 알음알음으로 양도하는 것 같다.

더 심한 경우, 본인이 은퇴하거나 약국을 정리해야 할 경우 적당한 다른 약사(후배 약사인 경우가 많다)에게 약국을 서류상 양도한 후 자신은 실질적인 약국장으로 남는 것이다.

좋은 자리가 새내기 약사, 아직 개국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약사들에게 까지 차례가 오지 않는 건 이런 경우가 일반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의감이 들겠다.

그렇다. 언론에는 개국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돈보다도 약국이 포화상태이며, 영양가있는 약국자리가 시장에서 순환하지 않는다는 것도 만만치 않게 큰 문제라 생각한다.

-선배 약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주변 친구들 중에는 '개국비용을 투자할 테니 월 얼마씩 나에게 지급하라'는 선배약사 제안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

약국 자리는 부족하고 젊은 약사들은 점점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몰리는 느낌이다. 무리하다가 큰 피해를 보는 사례도 들린다. 지금 대부분의 젊은 약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약국을 시작한다.

황금 시절을 보낸 선배들이 그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는 건 분명한 듯 하다.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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