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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 조언들 도움 안돼…녹음과 메모는 처음부터"

  • 김지은
  • 2016-03-26 06:15:00
  • 내러티브 |약국 분양사와 법정 다툼 끝, 보상금 받아낸 K약사

[하- "분양사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받기까지"]

혼자 싸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정당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싶었다.

당시 중구난방 주위 조언들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서 변호사를 찾았고, 철저히 그를 믿어보자 했다. 아니 파트너가 되자 다짐했다.

결국 분양사는 법정에서 꼬리를 내리고, 계약금 외 합의금을 받아냈지만 만족한다거나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내 가족이 그동안 겪은 고통과 낭비한 시간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3년간 뼈아픈 시간을 겪으며 동료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몇가지 약국 계약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대비 또 대비, 꿈을 담보로 한 투자이니까"

2013년 그들과 처음 만나 구두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때부터 3년여간 그들과 갈등을 겪는 과정을 빠짐없이 녹음했다. 그들과 대화 내용 모두를 녹음하고 기록했다. 내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거액을 투자하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판단했다.

대면하거나 통화 내용을 녹음해 시간대별로 기록, 정리했다. 법정 다툼에서 이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최근 수억, 수십억대 약국 자리 계약을 하는 동료들이 많다. 약국을 계약할 때 만나든, 통화를 하든 모든 것을 녹취할 것을 권하고 싶다. 상황이 된다면 계약할 때 변호사를 대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녹음하고, 메모한 내용은 시간 순서대로 기록, 정리해 놓아야 한다. 혹시라도 소송이 벌어진다면 이 내용은 속기사를 통해 녹취록을 만들어야 효력이 있다.

또 하나, 몸소 겪으며 깨달은 건 주변 사람들의 말에 너무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거액이 들어가는 큰 계약일수록 사람의 심리가 복잡하고 불안해 여러 통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설픈 조언들이 오히려 시간, 정서적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사람의 말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을 믿고 중심을 잡는게 중요하다.

만약 약국 분양 과정서 거액의 손해를 받았거나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된다면 '토탈 패키지'로 법적 대응을 할것을 권하고 싶다. 가처분신청부터 형사, 민사 소송까지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하는 게 여러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민, 형사 사건은 물고 물려 있어 진행 과정에서 상대의 준비 서면 등과 같은 이미 확보한 자료 비교를 통해 중요한 증거나 약점을 잡을 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분양업자나 시행사 중 수십억원대 계약과 소송에 닳고 닳은 곳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대응하기 위해선 변호사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그와 지속적으로 상의하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상대와 다툴 필요가 있다.

"지난 3년, 약국에 더 투자했더라면"

우리 계약은 '청약'이었고, 분양계약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기세등등하던 시행사는 10개월이 넘는 법정다툼 끝에 꼬리를 내렸다. 판사는 그동안 우리가 수집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정당한 분양계약이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먼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한 시행사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고, 합의를 통해 상응하는 금액을 받았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합의가 됐다고 안심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분양사나 시행사들의 경우, 판결 후에도 보상금을 내놓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우리는 채권추심을 통해 상대 계좌 압류를 진행했다. 시간을 끌던 그들도 계좌압류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결국 합의금을 내놓았다.

내 약국을 오픈하며, 의원에게조차 인테리어 비용이다, 각종 지원비다 해서 아무렇지 않게 돈을 건네는 게 요즘 세태 아닌가. 분양사들은 또 어떤가. 상가 건물 땅 파기 전부터 약국 자리부터 정해 수억원의 계약금을 울궈낼 생각부터 한다.

그래도 돌파구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약사들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지 않겠는가. 내 동료 약사들은 나와 똑같은 고통을,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피하게, 비굴하게 거액을 지불하면서도 약국 자리 앞에서 철저한 '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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