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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당, 예방 못하면 입원비 부담 '훌쩍'

  • 안경진
  • 2016-06-03 06:14:53
  • 당뇨병 환자 대상 경제적 부담 조사한 국내 논문 발표

혈당을 많이 떨어뜨릴수록 당뇨병 관리가 잘 된다고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고혈당성 혼수나 미세혈관합병증, 당뇨병성 신증, 당뇨망막병증 등 합병증 예방의 중요성이 대두된 덕분이다.

그러나 혈당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강조하다보니 도리어 저혈당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도 많아졌다.

저혈당은 가벼운 찰과상이나 골절, 두부손상 등 육체적 손상은 물론, 심할 경우 뇌기능 저하, 사망을 유발한다. 저혈당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 중에는 회복이 어려울 만큼 심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저혈당 증상을 경험하는 환자는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치료의지마저 잃어버릴 공산이 크다. 그로 인한 의료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중증 저혈당 발생 시 관리비용은 3대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망막병증보다 훨씬 높으며, 당뇨병성 신증과 유사하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저혈당 예방 및 관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인데, 메트포르민이나 DPP-4 억제제 등 저혈당 위험이 적은 약물 처방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일부 반영한다고 볼 수 있겠다.

마침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혈당에 의한 경제적 부담을 조사한 논문이 국제학술지(PLoS ONE 11(3):e0151282)에 발표되어, 데일리팜은 해당 논문을 소개하고 저자와 최근 만남을 통해 저혈당에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봤다.

◆저혈당 치료비용만 200만원…사회적 부담도 가중=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의 저혈당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번 논문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저혈당이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당뇨병 관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은 해외 여러 논문들을 통해 지적돼 왔다.

일례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저혈당 경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 1400 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이 저혈당 증상 때문에 정기적으로 업무를 쉰다고 응답해 업무 생산성이 떨어짐을 시사했다. 특히 야간 저혈당증으로 인해 손실되는 근로시간은 매월 1인당 14.7시간이었으며,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1인당 2294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김대중 교수
논문의 주저자인 김대중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저혈당으로 인해 손실되는 평균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계산한 해외 연구들이 나와있지만, 국가마다 의료제도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 않나. 국내 연구도 드문 편이었다"며, "저혈당 발생 시 치료기관이나 증상 정도 등에 따라 국내 실정에 맞는 의료비용을 산출해 보고자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실제 논문 내용을 보면 저혈당 증상의 중증도와 의식, 자가호흡 여부 등 환자의 상황과 의료기관별 내원 형태, 응급실 치료 여부 등 다양한 상황별로 비용분석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내분비내과 전문의 40명과 20명의 응급실 의료진, 30명의 1차 진료의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한 사전조사를 철저히 진행한 결과다. 2·3차 의료기관의 경우 크게 외래와 응급실 방문으로 나누고, 정기 방문인지 저혈당으로 인한 예정에 없던 방문인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등 세부 상황에 맞게 12가지 유형, 1차 의료기관은 그 전 단계인 4가지 유형에 맞는 표준의료모델을 설정했다.

이를 테면 10%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다거나 의식이 없을 때 CT 촬영 또는 기도삽관을 진행하는 등의 진료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생길 확률을 가상 의 시나리오로 산출해 의료 비용을 구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2·3차 의료기관에서 저혈당 발생으로 인한 의료비용은 환자 1명당 17.28~1857.09달러로 산출됐다. 한화로 치면 약 2만원~215만원 수준이다. 예상했던 대로 환자 의식이 없고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료비용이 월등하게 높았다.

이에 논문에서는 "저혈당이 충분히 사전예방 가능한 상황임에도 상당한 의료비용을 양산해 개인과 사회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저혈당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김대중 교수는 "저혈당 치료에 발생하는 비용만을 유형별로 구분 지어 측정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 된다"며, "의료진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치료를 하겠는가'를 가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산출된 감이 있다. 연구에서는 최대 200만원 정도로 나타났지만, 실제 저혈당으로 입원하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갖는 의의에 대해서는 "중증 저혈당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인슐린을 투여받는 환자들은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아 선행교육이 시행돼야 한다"며, "고위험군을 교육시키는 데 드는 비용과 저혈당 발생 후 소요되는 치료비 부담을 비교하기 위해선 이 같은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국가보건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은 저자와의 일문일답.

- 최근 당뇨병 치료에서 저혈당 관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 같다.

그렇다. 대략 4~5년 전부터 저혈당으로 인한 비용발생과 교육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조성되고 있다. 저혈당은 절대적인 수치나 증상만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한 개념이다. 환자 스스로 질환 자체나 치료제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환자는 '약을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의사는 적극적인 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면 어느 순간 환자가 저혈당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의 저혈당 발생 비율이 어느 정도 되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뇨 환자들에게 저혈당 발생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약 3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전문의들이 걱정하는 것은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증 저혈당'인데, 이를 정확히 추산해낸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고령 환자나 당뇨병 유병 기간이 오래된 환자들, 그 외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 혈당의 변동 폭이 큰 환자, 식사시간 등 생활습관이 불규칙한 환자 등이 저혈당 고위험군에 속한다.

- 최근 메트포르민이나 DPP-4 억제제 같은 약제가 많이 처방되고 있는 추세도 저혈당 이슈와 관련이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 TZD 계열 약제는 저혈당에 관한 안정성이 담보되면서도 혈당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우선적으로 처방된다. 우리나라는 워낙 인슐린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보니 외국에 비해 설포닐우레아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 진료현장에서는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TZD를 우선 사용하고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 GLP-1 유사체나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DPP-4 억제제는 안전성이 높이 평가받으면서 처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용 경험이 5년 이상 축적된 만큼 장기간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도 거의 파악됐다고 본다.

-이번 연구가 향후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국가보건정책을 결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연구자로서 국가보건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증 저혈당을 이미 경험한 환자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들은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아 반드시 선행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활성화 하려면 교육수가가 인정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즉 교육에 의한 저혈당사건 예방률과 경제적인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자료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교육으로 인한 재정절감 효과가 높다고 평가되면 정부도 환자교육에 투자하려는 용의가 생기지 않겠나. 저혈당 예방은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가관리 전략 중 하나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식이 및 운동요법 등 건강수칙 자료를 제공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에게 저혈당 개념을 설명해주고 환자관리에 대한 점검 및 대처법을 교육시키자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그러한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

다만 연구를 처음 설계할 때 각 상황이 발생하는 비율도 계산하려 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각 상황에서의 치료 비용만을 계산했다는 점은 아쉽다. 실제 상황을 기반으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혈당 발생 유형의 비율이나 비용 규모에 대한 사항은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 연구 결과나 이론에 의해 산출된 비용을 실제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환자교육을 실시하면 저혈당 예방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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