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국에만 있어요"…제약·병원·약국의 수상한 행보
- 김지은
- 2016-09-21 06: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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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중단 고지 쉬쉬하는 제약...특정 약국, 환자 호객 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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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약국가에 따르면 이미 일부 생산이 중단된 약을 두고 공지를 하지 않는 제약사와 이 약을 빌미로 호객에 나선 병의원, 약국이 무리를 빚고 있다.
경기도의 한 약사는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얼마 전부터 C제약사 A제품25ml가 도매상에 주문을 해도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유통되지 않았는데 확인해 본 결과 25ml는 용량 변경으로 이미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인근 의원에선 25ml 용량의 A제품의 처방이 계속 나왔고, 약사는 급기야 이 의원에게 해당 의약품의 생산중단 사실을 전하며 처방을 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매우 상식적인 조치에 대해 해당 의원의 반응은 황당했다. 의원에선 오히려 환자들에게 가까운 특정 약국을 지정하며 "그 약국에는 A제품 25ml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라"며 안내를 한 것이다.
약사가 직접 병원이 안내한 약국에 찾아가 확인한 결과 이미 그 약국은 A제품 25ml가 생산 중단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1년 여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재고를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더불어 이 제약사 영업담당자에게선 '회사 방침 상 생산이 중단된 A제품 재고가 사라질때까지 생산중단 사실을 병의원과 약국 등에 최대한 알리지 않고 있다'는 답변까지 들었다.
이 약사는 "제약사 영업 직원에게 생산이 안되는 약이 왜 처방이 나오고 고지를 하지 않았냐고 따져물으니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남은 재고 소진할 때까지 알리지 말라고 답해 황당했다"며 "특정 약국은 어떻게 공지도 안된 생산중단 사실을 알고 대량의 약을 사재기 해 호객 수단으로 사용하는지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제약사에게 그 병원이 처방을 변경하도록 하라고 권고하는 한편, 의사가 처방을 내면 어쩔 수 없다는 제약사 답변에 대체조제라도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 같은 장기 품절약이나 생산중단 약으로 몸살을 앓는 약국이 적지 않은데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개했다.
제약사 "재고부터 털자"…'없는 약' 이용하는 약국
이 같은 문제는 이 약국만의 사례가 아니다. 약의 잦은 장기품절이나 생산중단, 규격변경 등의 문제가 심화되면서 병의원과 약국 간 담합으로 이어지고, 약국 간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일부 제약사가 의약품 생산중단이나 품절에 대한 병원, 약국 공지를 미루는 데 있다. 일부 제약사는 약국이나 도매 측에 약의 재고가 사라질때까지 약의 생산중단 사실을 모른척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또 다른 원인은 일부 약국의 못된 상술과 이기심이다. 제약사나 도매상으로부터 특정 약의 생산중단이나 장기품절 정보를 확보하고 다량으로 약을 사재기 해 놓은 후 환자 유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약사들은 그 피해는 일선 약국을 넘어 환자들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현 약사는 "약 생산중지, 장기품절, 리콜 등 통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약국은 물론 환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해외에선 리콜, 부작용 발생경고, 생산중지, 규격변경 등 약 관련 정보를 약국에 실시간 통보하고, 제약사와 공조로 약사회가 전체 약국에 팩스를 보내거나 이메일로 내용을 계속 전송한다"고 설명했다.
이 약사는 또 "품절이나 생산중단 등이 약국간 경쟁 원인이 되고 의원, 약국 담합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약사의 무책임한 영업방식, 처방만 나오게 하면 끝이란 생각 자체도 문제"라며 "품절이나 생산중지 약은 다른 약으로 대체 가능하도록 법제화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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