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엄 알기에 망설임 없이 CPR"...의인상 받은 약사
- 강혜경
- 2024-12-15 21: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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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춘 약사, 서울교통공사 감사장
- "단골 할머니 보내고 난 뒤 자신과의 약속"
-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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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귀하는 침착한 대처와 헌신적인 행동으로 지하철 이용승객 인명구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하철 안전운행에 기여한 공로가 크므로 감사장을 드립니다.'
지하철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뛰어든 약사가 있다. 이 약사는 서울교통공사 의인행사에서 감사장을 받았다. 살면서 의인상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었지만,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꼭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딴 CPR 자격증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막 열차가 출발했던 그때, '숨을 안 쉬는 것 같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주변을 살펴보니 맞은 편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승객들은 우왕좌왕했다. 119는 '우선 하차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정차역인 안국역에서 지하철이 멈추자 몇몇 사람이 부축해 노란선 위에 그를 눕혔다.
맥박부터 확인한 유 약사는 CPR을 시작했다. 압박해야 하는 흉부가 단단히 굳어 있던 상태다 보니 있는 힘껏 압박했고, 옆에 있던 의대생은 혀가 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힘을 합했다. 얼마 후 단단히 굳었던 흉부가 풀리며 의식이 돌아왔다.
하지만 광화문 집회 행렬에 막혀 진입이 쉽지 않았던 119구조대는 신고 뒤 한참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유 약사는 상황을 설명하고 구조대원들에게 남성을 인계했다. 맥이 풀렸다. 이미 옷 가지와 신발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고 손은 덜덜 떨렸다.
결국 미팅을 취소한 채 인근 약국으로 가 소독약을 구한 그는, 역사 내 상점에서 옷을 산 뒤 발걸음을 돌렸다.
불과 30~40분 남짓의 상황은 역사 내 CCTV에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람을 살린 의인 5명 중 1명으로 그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그는 2022년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자리에서 쓰러진 남성을 인공호흡해 살린 적이 있었다. 이날 남성은 다행히 호흡이 돌아왔지만, 약사로서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래서 2022년 CPR 자격증을 땄다.
사실 그가 이토록 CPR과 인명구조에 대해 진심인 이유는 단골 할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갓 약국장이 됐던 꼬마시절, 그 할머니는 지금도 떠올리면 눈물이 흐르는 눈물버튼이다. 10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목이 메고 만다.
매일같이 약국에 와 드링크를 사고, 약국 뒤에서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는 그를 친손주처럼 예뻐라했다. '아유 어머니,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는 잔소리를 수백번도 넘게 한 사이였다.
"혈압약을 드셨었는데 어느 날 아스피린이 빠졌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속이 안 좋아서'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아스피린 부작용 때문에 그랬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두 세달이 지났을 때 윗층 한의원에서 '저혈당을 호소하는 할머니가 약사님을 찾는다'고 전화를 해오더라고요."
포도당을 손에 쥐고 올라갔지만 할머니는 이미 눈이 풀린 상태였다. 보호자를 대신해 119에 탑승해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하지만 첫번째 병원에서는 스텐트 시술을 할 의사가 없다고 두번째 병원으로 이송했고, 이송한 병원에서는 스텐트 기계가 A/S 중이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마지막 병원에 도착해서야 할머니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의식을 회복하셨어요. 약사님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에 안도했지만, 다음 날 오전 유 약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당시 사용하던 핸드폰으로 건 첫 번째 전화가 119였어요. 119에 탑승한 것도 이 때가 처음이었고요. '이런 약을 드시고 계시고, 두 세달 전부터는 아스피린을 빼셨다'는 정도의 소견을 얘기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어요. 할머니가 쓰러지셨던 게 금요일인데 월요일날 '가슴이 아프다'고 얘길 하셨었어요. 그래서 '꼭 병원에 가보시라'고 했고, 화요일날 '병원에 다녀오셨냐'고 여쭸을 때 할머니는 '딸과 다녀왔다'고 하셨었거든요. 거짓말을 하셨던 거죠. 그때 제가 좀 더 세게, 더 강하게 얘기했었더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로 1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고, 지금도 제게는 가장 마음 아픈 순간 중 하나입니다."
운구차는 약국 뒤 주차장에 한참을 머물다 떠났고, 유가족은 '생전에 어머님이 약사님 얘기를 많이 하셨다. 보호자 역할을 대신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삶의 존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미 CPR로 호흡이 돌아와 자동제세동기인 AED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것은 약사적 소견이 발휘된 것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눈 앞에서 벌어진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자격증 갱신이 도래해 저는 다시 연장할 계획입니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CPR, 꼭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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