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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글로 5번·트라젠타 1번 인하…사용량연동제 모순[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미글로군 5번, 트라젠타군 1번, 자누비아군 2번. DPP-4 억제제를 기반으로 한 당뇨치료제들이 출시 후 지금까지 받아든 사용량-약가연동제(PVA) 약가인하 성적표다.2012년 단일제가 첫 출시된 제미글로군은 9년동안 5번의 약가가 깎였고 같은 해 출시된 트라젠타는 같은 기간동안 2번 깎였다.두 약제보다 4년 먼저 시장에 나온(2008년 출시) 자누비아군은 13년동안 2번의 사용량-약가연동 약가인하가 결정됐다.10일 데일리팜이 당뇨약 시장에서 드러난 사용량-약가연동 제도 취약점을 조명했다.국내 제약계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관련 개선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제기해왔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PVA 유형 다 조항이 국산신약과 글로벌신약 간 특수성을 세밀히 반영하지 못해 일부 역차별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물론 해외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해 국내 시장에 진입한 신약들도 사용량 연동제로 인한 약가인하 처분을 받는 사례가 있겠지만, 유독 국산신약에게 가혹하게 제도가 적용되는 측면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내사들의 지적이다.적어도 DPP-4 억제 기전의 당뇨약 시장을 살펴볼 때 이 같은 주장은 일부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토종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는 지난해 국산신약 최초로 1000억원의 연매출을 넘기며 DPP-4 억제제·복합제 시장 3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제미글로군 매출은 단일제 362억원, 메트포르민 복합제 802억원으로 총 1164억원을 기록했다.이 과정에서 제미글로군은 총 5번의 사용량 연동제 약가인하가 결정됐다. 2012년 첫 출시 후 2016년 유형 가, 2018년 유형 나 조항에 따라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가 됐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유형 다 조항으로 협상대상 선정돼 약가인하됐다.제미글로군은 올해에도 유형 다 조항을 근거로한 약가인하가 기정사실화 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PVA 유형 다 조항으로 인한 약가인하 횟수만 총 4번, 총 약가인하 횟수는 6번이다.국산 당뇨신약 슈가논은 2016년 출시 이후 아직까지 약가인하가 되지 않았지만, 올해 PVA 협상에서 약가인하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5년여만에 PVA 협상대상이 된 슈가메트는 가중평균가 90%로 등재된 가장 저렴한 DPP-4 억제·메트포르민 복합제다.반면 DPP-4 억제제 시장 1위와 2위를 점유중인 글로벌 의약품 자누비아군과 트라젠타군은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 횟수가 각각 2번과 1번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자누비아는 출시 후 13년 동안 2번, 제미글로와 같은 해 출시된 트라젠타는 9년 동안 1번 인하된 점을 고려할 때 국산신약 제미글로의 약가인하 횟수는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국산신약 개발에 성공하거나 개발을 준비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PVA 제도가 유독 국내개발 의약품에게 가혹하게 적용된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더욱이 국산신약은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대체하면서 연매출 볼륨을 올리는 상황이라, 단기·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건보재정 건전성을 튼튼히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국내 DPP-4 저해 당뇨치료제 매출액·사용량-약가인하 횟수 국내사들이 건보재정에 긍정영향을 미친 의약품을 PVA 협상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약가인하 횟수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자누비아, 트라젠타 등 글로벌 당뇨약은 전 용량의 출시 채비를 완전히 끝낸 후 시판허가와 급여등재 절차에 돌입한다.반면 제미글로, 슈가논 등 토종 당뇨약은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 등 연구개발 예산 문제로 전 용량을 한꺼번에 출시하지 않고 개발 완료 용량 순서대로 허가와 급여작업에 나선다.국내사들은 이 같은 글로벌 의약품과 국산 의약품의 차이가 PVA 협상제도에 섬세하게 반영되지 않은 게 국산신약의 연속 약가인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PVA가 용량별 개별 협상이 아닌 동일제품군별 협상으로 진행되면서 급여등재 이후 출시된 추가용량 약제가 시장 안착해 매출이 고성장할 즈음이면 유형 다 조항에 따른 약가인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특히 추가 적응증 확대 필요성이 없는 당뇨약 대비 적응증 확대가 필수적인 질환군의 국산신약은 PVA 제도로 인한 약가인하 부담이 훨씬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적응증을 확보한 에이치케이이노앤 케이캡이 대표적 사례다.케이캡은 기존 PPI계열 약제들이 이미 갖춘 적응증을 추가로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현행 PVA 제도대로라면 케이캡은 연구개발 투자로 적응증 확대에 성공, 연 매출이 상승하는 대로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약가인하 처분이 불가피해 보인다.상황이 이렇자 대체약 보다 저렴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국산신약에 대한 PVA 적용시 재정절감을 고려해 '약가인하 처분 무조건 제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PVA 제도 목적인 '보험약제비 지출 합리성 향상'을 충족시키고 국산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서 건보재정 기여도를 협상 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국산신약 개발사 한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국산신약 개발·허가 시 용량을 부분적으로 쪼개 허가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글로벌사 처럼 전 용량을 한꺼번에 개발을 끝마치고 동시 출시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이런 현실이 PVA 제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국산신약은 상대적으로 약가인하 협상대상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국산신약은 결국 고가 글로벌약 시장을 대체해 나가면서 매출을 키운다. 정부는 국산신약이 건보재정에 긍정 기여하는 것에 공감은 하지만, PVA 협상에 이를 반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토로했다.2021-09-11 18:18:59이정환 -
'초저가 낙찰' 개선 여론 고조...정부 의지만 남았다[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수십억대 의약품이 1원에 낙찰되는 기현상은 약가 제도와 국가계약법,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만들어졌다. 이를 국공립 병원이나 제약사, 정부 등 주체자들이 10년 넘게 수수방관하면서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문제는 이들 중 가장 힘이 작은 의약품유통업계가 낮은 낙찰가로 인한 손실을 모두 떠안으면서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이득보는 병원·정부·제약사…유통업체는? 1원 낙찰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병원이나 제약사, 정부 모두 궁극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원외-원내 코드가 동일한 국공립 병원에서 보험 약가 1000원인 A약품이 1원에 낙찰되는 경우,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품비 절감 장려금을 받는다. 정부는 처방·조제 의약품 구입 금액이 약품별 상한가보다 낮으면 절감액을 산출해 10~30% 정도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제약사는 낙찰만 되면 원내에서의 손실을 외래 처방으로 메울 수 있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원내에서 20% 매출이 발생한다면 외래 환자의 원외 처방은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내에서 1원 공급으로 손실이 나도 결국엔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이에 원내-원외 코드가 분리된 병원은 제약사의 진입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다. 다만 예가 자체가 매해 낮아지고,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큰 편이다.국공립 병원 입찰 시 주체별 관계도 정부는 의약품 구매 금액이 낮을수록 건보재정을 아낄 수 있어 이득이다. 따라서 재정 절감 차원에서 저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약품비 절감 장려금이 이에 해당한다. 또 지난 2016년에는 실거래가 조사 대상에 국공립병원을 제외했다. 실거래가 조사는 정부가 의약품이 실제 거래되는 금액을 조사해 약가에 반영하는 것인데, 여기서 국공립병원의 구매금액은 제외하는 것이다.의약품유통업계 내에서도 일부 규모가 있는 업체는 주요 그룹을 낙찰시키면서 이득을 본다. 다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는 기반 지역이 아닌 타 지역 병원에 입찰하는 월경이 빈번해지면서 가속화됐다.입찰 문제는 가장 입김이 센 정부나 구매능력이 큰 병원이 적극 나서줘야 하는데, 이들 입장에선 개선 필요성이 높지 않아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결국 가장 손해를 입는 쪽은 다수의 영세한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은 점점 낮아지는 예가, 높아지는 경쟁 속에서 이득은커녕 손실 폭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이 시장은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영세 업체들은 납품 실적이 부족해 가산점도 받기 힘들다. 결국 했던 업체가 계속 낙찰되는 구조"라며 "예가도 너무 낮으면 유찰이 되어 올라가는 것이 정상인데, 큰 업체들은 뻔히 손실이 보이는데도 다른 데서 메울 수 있어 낮은 가격에 낙찰을 시킨다. 중소기업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라고 호소했다.◆복잡하게 얽힌 실타래…해법과 장단점 뚜렷해결책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다. 일단 국공립병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을 따르고 있어 과하게 가격이나 경쟁을 제한할 경우 해당 법과 배치될 수 있다.주로 나오는 대안은 적격심사제 확대와 원내-원외 코드분리, 약가 사후관리제 포함, 예가 산정 현실화 등이다. 적격심사제는 정부가 초저가 낙찰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1995년 도입한 제도다. 납품이행능력이 있는 입찰 참가업체를 선별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따라서 가격 외 납품이행능력이 고려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국공립병원 입찰에 적격심사제를 도입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다수 병원에서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2015년에는 국가계약법 상에서 최저가 낙찰제가 폐지되고 종합심사제로 대체됐다. 다만 일부 병원은 여전히 최저가제를 유지하고 있다.적격심사제를 모든 병원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다만 현재 적격심사제 내에서도 과열 경쟁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이다. 일부 유통업체는 적격심사제의 허점을 이용해 대리입찰 등 편법으로 낙찰률을 높이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적격심사제에서는 예가 평균치 범위 내 업체들 중 우선협상자를 무작위로 뽑는다. 이에 일부 업체는 몇몇 대리업체를 함께 내세워 평균치 범위에 속하게 될 업체를 세팅한다.원내-원외 코드분리도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서로 코드가 다르면 80%의 원외시장을 위해 입찰에 목메는 현상이 사라지리란 기대다. 실제 서울대병원이 1원 낙찰 방지를 위해 원내-원외 코드를 복수로 나눈 뒤로 1원 낙찰 현상은 사라졌다. 다만 코드 분리를 법으로 강제할 근거가 없고, 예정가격 산정 현실화와 같이 가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통상 병원은 전년도 낙찰가를 기준으로 하되 사용량과 타 병원의 구매가 등을 함께 고려해 올해 예가를 산정한다. 타 입찰에서 최저 구매가가 나오면 반영할 수 있으므로 예가는 보험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청구 데이터 기준의 가중평균가를 반영해 현실화된 예가를 산정해달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요청이다. 코드가 분리돼 경쟁이 완화되더라도 예가 자체가 너무 낮은 수준이면 저가 낙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하지만 1원 등 초저가 구매가를 예가에 반영하는 것 역시 국가계약법 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병원의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성사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다른 대안은 약가 사후관리에 국공립병원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으로 의약품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공립병원의 구매가가 실거래가 조사에 포함되면 초저가 낙찰을 제약사들이 꺼리게 되고, 자연스레 적정가가 형성되리란 전망이다. 약가인하는 제약사들에게 예민한 부분이므로 실효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는 "초저가 낙찰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약가 사후관리에 국공립병원을 포함하는 방안이 가장 최적이라 본다"고 말했다.다만 실거래가 약가인하제 자체에 대한 폐해가 지적되고 있는데다 다수 제약사 반발도 우려돼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초저가 낙찰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협회 측 관계자는 "초저가 낙찰은 오래 전부터 혁파돼야 했던 사안으로 입찰 최저가 사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적격심사제 확대, 코드 분리제 등에 공감한다"고 전했다.특히 지난 6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만남에서 1원 낙찰 문제가 언급됐고, 김 이사장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사 직전의 의약품유통업체가 늘어나면서 유통협회는 이번에야말로 초저가 낙찰을 근절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관건은 정부와 제약업계, 병원이 얼마나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의지를 갖느냐이다. 12년째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초저가 낙찰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2021-09-09 06:30:00정새임 -
"19억 물량을 1원에 투찰"...기형적인 초저가 낙찰제[데일리팜=정새임 기자] 국공립병원 의약품 입찰 시장이 갈수록 최악의 경쟁 구조로 치닫고 있다. 1원을 포함한 초저가 낙찰은 유통업계를 더욱 옥죄고 있지만 10년 넘게 해소되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로 남았다.◆경쟁 부추기는 병원, 기꺼이 뛰어드는 제약사-유통업체올해 주요 국공립병원의 연간소요의약품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지난 4월 실시한 입찰에서 그룹 전체가 1원에 낙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의약품들을 1원에 제공하겠다는 업체가 50곳 넘게 속출한 것이다.해당 그룹은 17그룹과 18그룹으로 규모는 각각 17억원, 19억원에 달한다. 어떻게 20억에 달하는 물량이 1원이 되는 기형적인 결과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다른 그룹들은 단독 품목이 많은 반면 17·18그룹은 대다수가 치열한 경합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17그룹의 아토르바스타틴은 한국화이자제약과 동아에스티, 종근당, 유한양행, 삼진제약, 대웅제약, 일동제약까지 총 7개 제약사가 경합을 벌여야 한다.도네페질 역시 동아에스티와 대웅바이오, 환인제약, 삼진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HK이노엔 등 7개사가 올라있다. 로사르탄, 라베프라졸, 텔미사르탄 등도 비슷하다. 17그룹 87개 품목 중 단독 품목은 13개에 불과하다.18그룹도 마찬가지다. 90개 품목 중 단독 품목은 단 3개 뿐이어서 나머지 87개 품목을 두고 최소 2곳에서 최대 7곳의 제약사가 경쟁해야 한다. 젬시타빈은 5개사, 로수바스타틴은 7개사다.입찰은 의약품유통업체가 참가하지만, 낙찰을 받으면 공급계약을 맺은 제약사를 희망 제조사로 기재해 계약이 체결된다.즉 의약품유통업체는 제약사의 대리전을 치르는 셈이다. 경합 품목이 많고 한 품목 당 후보군에 오른 제약사도 많다 보니 무려 60여개 업체가 1원을 투찰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7그룹은 60개사, 18그룹은 57개사가 각각 1원 투찰했다.특히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은 원내보다 훨씬 큰 원외 시장을 잡기 위해 원내-원외 코드가 동일한 일산병원 입찰에서 혈투를 마다하지 않는다.일산병원이 실시한 입찰에서 다수 유통업체가 1원을 투찰한 모습(사진 캡처: 나라장터)역시 원내-원외 코드가 동일한 보라매병원에서도 초저가 낙찰이 재현됐다. 지난 6월 이뤄진 의약품 입찰에서 경쟁이 심한 22그룹에 1~2원을 투찰한 유통업체들이 100여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가는 낮지만 아토르바스타틴, 에르도스테인, 로수바스타틴 등 원외 처방액이 큰 품목들이 포진해있어 경쟁이 치열했다.원내보다 원외 시장은 병원에 따라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백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원내처방은 6조7997억원인 반면 원외처방은 14조748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컸다. 특히 국공립 병원은 한 성분에 여러 품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입찰에 성공한 한 곳의 제약사 제품만 쓰기 때문에 다음 입찰 공고까지 주변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큰 메리트가 있다.◆원내-원외 달라도 뛰어드는 과열 양상 악순환원내-원외 코드가 다른 국공립 병원에서도 저가 낙찰이 속출하기도 한다. 이는 의약품유통업계 내 경쟁 심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주로 지역 기반의 병원 입찰 위주로 돌아가던 병원 입찰 업체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타 지역을 넘나드는 월경이 빈번해졌고, 규모를 앞세워 타 업체가 엄두낼 수 없는 금액을 투찰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몇 년 전부터는 일부 국공립 병원 입찰을 대행하는 이지메디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욱 저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다수 국공립병원은 나라장터나 자체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입찰을 진행하지만,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몇몇 의료원은 이지메디컴에 외주를 주고 있다.문제는 이지메디컴 내 입찰 데이터가 쌓이면서 품목 최저 가격을 추정해 예가를 산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병원 입장에서는 가능한 저렴하게 약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니 남는 장사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예가가 점점 낮아질 수록 수익이 악화된다.예가가 지나치게 낮다면 아무도 투찰하지 않아 유찰되고, 이를 반영해 예가가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유통업체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낮은 수익 나아가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 결국 업계 수익도는 더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한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번 낮아진 예가를 올리는 건 정말 어렵다. 따라서 적정 예가를 맞출 수 있도록 상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아 힘든 면이 있다"면서 "저가 낙찰을 유도하는 시장 상황에 내부 경쟁도 심화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2021-09-08 06:30:00정새임 -
다발골수종의 인싸 '레블리미드'… 이니셜 'R'의 무게[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약이 질환 자체를 변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치료 가이드라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후발 신약들이 해당 약물과 '병용'을 통해 기회를 찾는다.다발골수종(MM, Multiple Myeloma)에서 BMS(세엘진)의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는 그런 약이다.레블리미드는 출시 이후 다양한 신약이 시장에 진입하고, 2017년 10월 특허 만료 이후에는 제네릭 제품까지 출시됐음에도 다발골수종치료제의 백본(backbone)치료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지난해 TNF-알파억제제 '휴미라(아달리무맙)'에 이어 세계 매출 2위를 기록했으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앞섰다. 보유 적응증 갯수와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케미칼의약품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의미다.◆다발골수종 모든 치료단계에 존재이유는 간단하다. 효능이 좋고 안전하다. 레블리미드는 사실상 주력 적응증은 다발골수종이 전부다. 그러나 다발골수종 내에서 1차치료부터 재발 후 2차요법까지 모든 치료단계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레블리미드는 2009년 12월 국내 승인 이후 꾸준히 적응증을 확대했다. 2014년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를 통해 2차요법으로 보험급여가 적용됐고, 2015년 1차요법(덱사메타손 병용) 적응증을 추가했다.2017년에는 급여 확대를 통해 새로 진단 받은 이식이 불가능한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1차치료는 물론, '벨케이드(보르테조밉)' 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한가지 이상의 치료에 실패한 경우 레블리미드를 처방할 수 있게 됐다.여기에 레블리미드는 다발골수종 영역에서 학계가 주목하는 유지요법 적응증을 획득했다.레블리미드는 'CALGB 100104' 연구를 통해 단독 유지요법과 위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 평가했다. 91개월 중앙 추적관찰 기간 결과, 레날리도마이드 단독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6개월(vs. 대조군 27개월), 전체 생존율은 113.8개월(vs. 대조군 84.1개월)로 대조군(위약)에 비해 임상적으로 개선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여기에 더해, 레블리미드는 다발골수종 신약들에게 친구같은 존재다. 레블리미드를 포함한 3제요법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유럽암학회(ESMO)에서 표준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레블리미드의 'R'은 이들 3제요법의 백본(Backbone)' 역할을 하고 있다.암젠의 '키프롤리스(카르필조밉)'는 KRd(키프롤리스·레블리미드·덱사메타손)', BMS의 '엠플리시티(엘로투주맙)'는 ERd, 다케다의 '닌라로(익사조밉)'는 IRd, 얀센의 '다잘렉스(다라투무맙)'는 DRd 등 3제요법을 통해 2차 이상 요법에서 중요한 옵션으로 꼽히고 있다.◆글로벌 항암제 매출 1위…내수도 굳건레블리미드는 한때(2019년) 글로벌 항암제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97억 달러(한화 약 1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다발골수종이라는 1개 암종에 국한돼 있는 약물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국내 시장에서도 레블리미드는 꾸준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약은 지난해 처음으로 다발골수종 약물 시장에서 1위를 뺏겼다.2018년 제네릭이 출시된 특허만료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국내 매출 역시 고무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같은 BMS 보유 약물인 '포말리스트(포말리도마이드)'의 매출까지 고려하면 무려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급여 장벽에 막힌 유지요법…암질심서 난관특허가 만료됐지만 레블리미드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레블리미드는 현재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는 '유지요법' 등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 적용을 꾀하고 있다. 재발률만 무려 70~80%인 다발골수종에서 유지요법의 필요성은 이미 수년전부터 강조돼 왔다.하지만 등재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실제 2019년부터 BMS는 등재 절차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논의의 진전은 없다. 레블리미드는 지난 1일 CAR-T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 상정으로 주목을 끌었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결과는 실패였다.정부 입장에서 병새가 호전된 환자가 정확한 개념은 아니지만 일종의 '예방' 차원으로 복용하는 약물에 보험재정을 할애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 단면적으로 보면 정부의 고민은 옳다. 레블리미드의 유지요법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하지만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입증된 무진행생존기간은(PFS, Progression Free Survival) 52.8개월이고 비교군인 위약은 23.5개월이다. 2배 이상의 격차다.연구 데이터로 가정하면 이식 후 유지요법을 받지 않은 환자는 훨씬 빠르게 2차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레블리미드와 함께 3제요법을 이루는 약물들은 키프롤리스, 엠플리시티, 닌라로, '다잘렉스 등 상대적으로 고가 품목들이다.1개 약제를 유지요법으로 투약해 재발을 늦추는 것이 고가의 3제요법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레블리미드는 특허가 만료, 약가인하가 이뤄졌으며 유지요법까지 급여기준이 확대되면 추가 인하가 적용된다.엄현석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혈액암센터장)는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유지요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유지요법 옵션인 레블리미드가 다발골수종 유지요법으로 급여 확대 승인을 받아 국내 환자들의 치료 비용 부담을 하루 빨리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2021-09-08 06:25:00어윤호 -
타그리소, EGFR 변이 폐암 표준 치료제로 자리매김[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폐암은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이지만 20년간 5년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치료가 크게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표적치료제다.EGFR 변이를 타깃하는 표적치료제는 1세대를 거쳐 3세대 약물까지 등장하며 환자들의 전체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 중에서도 3세대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표준 치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타그리소는 L858R, exon 19 결핍으로 대표되는 EGFR 변이와 T790M 변이를 모두 저해하는 3세대 EGFR-TKI다. 3년 이상의 전체생존기간을 보여준 유일한 제제로, 뇌 전이 환자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강점이다.아스트라제네카는 1세대 '이레사'에 이어 3세대 '타그리소'로 완벽하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타그리소의 전세계 매출은 지난해 기준 43억3000만 달러로 등장 5년 만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유일한 3세대 EGFR 약물로 경쟁자가 전무한 상태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고 있다.글로벌 '독주' 타그리소, 한국에선 '가시밭길'아이러니하게도 타그리소는 한국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첫 급여 등재부터 '산 넘어 산'이었다. 승인 자체는 초고속이었다. 2015년 11월 미국에서 최초 신속 승인된 이후 타그리소는 전 세계 5번째로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그런데 그 당시 국내에서 같은 3세대인 신약이 함께 등장해 난항이 예고됐다. 지금은 사라진 비운의 국산 신약, '올리타'다. 타그리소는 글로벌에서는 유일한 3세대 약물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올리타와 경쟁을 벌여야 했다. 당시에도 올리타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허가가 취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급여 협상이 동시에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올리타에 비해 타그리소는 정부 입장에서 '너무 비싼 약'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었다.실제 2016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에 해당하는 타그리소를 비급여 판정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약평위를 통과했지만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도 쉽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연장의 연장을 거친 끝에 2017년 12월 2차 치료제로 최초 급여 등재될 수 있었다.그 사이 올리타는 안전성 이슈와 신약 가치 상실 등으로 개발이 중단됐고, 한동안 타그리소의 독주가 이어졌다. 급여 등재와 더불어 올리타 환자까지 흡수하면서 타그리소는 아이큐비아 기준 분기 매출이 30~40억원에서 100억원대로 훌쩍 뛰었다.2018년 12월에는 1차 치료 적응증을 추가하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주축으로 떠올랐다.하지만 1차 급여 등재 역시 가시밭길이다. 2019년 FLAURA 3상 연구의 아시아 하위분석 데이터가 발목을 잡은 것. FLAURA는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글로벌 임상이다. 전체 임상 결과로는 전체생존기간(OS) 38.6개월로 1세대 약물 대비 개선 효능을 입증했다. 문제는 아시아인만 따로 떼서 본 하위 분석 결과였다. 아시아 서브그룹의 위험비(HR)가 0.995로 1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조군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아스트라제네카가 아시아인에서 효과를 재확인하기 위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FLAURA China 데이터도 제출했으나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차 치료 적응증을 추가한지 2년이 넘어가지만 급여 조건은 2017년 12월에서 시간이 멈췄다.지난한 시간 속에서도 타그리소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타그리소의 연간 매출은 2017년 103억원에서 2018년 594억원, 2019년 7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065억원으로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글로벌 1차 표준 치료제로 자리…거부할 수 없는 흐름올해도 타그리소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올리타에 이어 두 번째 경쟁자가 등장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올해 1월 조건부 허가부터 7월 2차 치료 급여 등재까지 초스피드로 타그리소와 동일선상에 올랐다.또 올해 초 암질심이 FLAURA China 데이터에도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안건이 재상정되려면 급여 조건이나 업데이트된 데이터 등 새로운 변화를 보여야 한다.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는 다른 약물들과의 순위에서도 상대적으로 밀릴 수 있다.긍정적인 부분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글로벌 치료 기준이 타그리소로 표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종합압네트워크(NCCN)는 이미 2년 전 가장 높은 권고 수준인 카테고리1 중에서도 유일한 선호요법으로 타그리소를 꼽았다.타그리소 3상 FLAURA을 토대로 1차 치료 허가와 급여를 적용한 주요국 현황 비용이 높아 1차 치료 급여에 소극적이었던 영국도 지난해 타그리소를 1차 표준치료로 인정하며 급여를 적용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44개국이 타그리소를 1차치료제로 급여 인정하고 있다.아시아 OS 논란에도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인정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일본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 역시 1차 급여 적용된다.결국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는 반대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환자들의 원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글로벌 치료 흐름의 변화와 높아지는 환자들의 요구 속에서 타그리소가 급여 확대라는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할 부분이다.2021-09-01 06:29:00정새임 -
'같이의 가치'…진도율 확인하며 함께하니 실력도 '쑥'[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이 대세가 되며 약사 관련 교육도 상당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약국을 마치고 난 뒤, 혹은 주말 시간을 할애해 가며 한 공간에서 공부하던 흐름이 이제는 온라인으로 발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에 듣고자 하는 강의를 여러차례 반복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막상 언제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기도 일쑤다.안인선 약사. 손님 없는 한가한 시간에 공부를 하자니 갑자기 환자들이 몰리고, 중간 중간 처방에 상담까지 하다 보면 30~40분 짜리 강의 한 편을 보는데 3~4시간이 걸린다. 퇴근 후 강의를 듣자니 하루의 피로를 감싸 안아주는 쇼파와 못 본 넷플릭스, 냉장고 안 야식들까지 유혹이 너무 많다.전북 전주시 휴베이스효천약국 약국장인 안인선 약사 역시 그랬다. '19년도에 가맹한 안 약사는, 캠퍼스를 통해 필요한 내용들을 공부할 수 있다는 안내에 처음부터 솔깃했던 건 아니다. '나름대로 강의도 찾아들으며 공부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더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하는 생각이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부터 의약외품 관련 내용, 신약 및 신제품 등 클릭을 부르는 강의들이 무궁무진했다.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일정을 짜며 공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안 약사는 전라광역지부 약사들과 '함께' 강의를 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도장깨기 하듯 함께 진도율을 체크해 가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현재는 휴베이스 칼리지의 조교를 맡고 있다.◆'휴칼리지 조교'를 자처한 이유와 역할은?공부를 시작할 때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휴칼리지는 6학기 동안 총 27학점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계절학기 기간 동안에는 모든 강의를 제약없이 들을 수 있어 많이들 수강한다. 하지만 1~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만 열리기 때문에 더 집중을 해야지만 강의를 모두 수강할 수 있다. 작년 겨울 혼자 계절학기를 들었었는데 쉽지 않았던 경험을 토대로 동료 약사들의 스터디 메이트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조교를 자처하게 됐다.조교는 말 그대로 당근도 주고 채찍도 주며 옆에서 어제보다 한발짝 더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서로 공부한 내용을 온라인에서 함께 토론하고 리뷰하고, 모두가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함께 하다보면 미루지 않고, 보다 쉽게 할 수 있다.◆'도장깨기'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약사들이 공감하시던데?감사히도 관리 받는 걸 좋아해 주신다. 대부분 비슷한 마음인 것 같다.저 역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공부할 시간도 함께 늘어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게을러 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기분에 따라 쉬기도 하고, 강의를 틀어 놓고도 집중력이 흐려지는 등 쉽지 않았다. 함께 공부한 내용을 단톡방에 공유하고 격려하고 질의응답하고 수다도 떨다 보니 실력도 효율도 쑥쑥 느는 느낌을 받는다.오프라인 모임에 제한이 있다 보니 약사님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어 아쉬웠는데, 도장깨기를 함께 하며 많은 분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된 부분에 대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중간·기말고사를 통해 상품도 드리며 강의 듣기를 독려했는데, 독려로 인해 강의를 꾸준히 들을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신 덕에 작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어려운 경기 속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코로나로 인해 많은 약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저 또한 1년 전 소아과가 폐업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저희 약국을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어 힘들지만 유지가 된다는 것이다.휴베이스 캠퍼스의 목표대로 교육을 통해 지식을 얻고, 고객에게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상담해 드리고 고객에게 맞는 물질을 제공하다 보니 이제는 멀리서도 찾아와 주는 단골들이 생겼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환자들과의 상담이 부담스럽고, 추천한 약이 효과가 있을지 고민도 됐지만 캠퍼스를 통해 고객들을 대하는 게 편해지고 자신도 붙게 됐다.목표가 있다면 저 역시 제대로 된 공부를 통해 물질 전문가로서 고객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덕분에 건강해졌어' 한마디에 엄청난 사명과 기쁨을 느끼게 되고, 약사로서도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게 바로 휴베이스 교육의 힘이 아닌가 싶다.2021-08-27 14:15:53강혜경 -
"고객을 즐겁게"…왜 휴베이스는 교육에 투자할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바쁘면 틈을 내,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공부하라'는 게 휴베이스의 국룰이다.휴베이스는 2019년 교육 전용 플랫폼인 '휴베이스 캠퍼스'를 운영하며 약사의 '평생 교육'과 재교육이라 할 수 있는 '리파마시'에 초점을 두고 있다.약사들을 위한 각종 학술강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지는 약국 환경 속에서 휴베이스가 그토록 '교육'을 부르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헬스커뮤니케이션의 중심축이 전문가에서 고객으로 이동했고, 특히 코로나로 인해 이 이동이 가속화된 만큼 변화된 고객의 눈높이에서 약국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지식의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다. 휴캠퍼스장을 맡고 있는 김성일 휴베이스 공동대표. 휴베이스만의 6가지 색깔의 상징적인 문과 약사의 동선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인 진열, 소비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해 바로바로 응대할 수 있는 스킬과 관리받고 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가령 휴베이스는 약국 한켠에 진열된 '칫솔' 한가지를 놓고도 칫솔 고르는 법부터 올바른 양치방법, 치아 관리법 등에 대한 깨알 정보를 세세히 알려주고 팔게끔 한다.동시에 경영자로서의 약사가 잊지 말고 챙겨야 하는 약국 관리와 운영 스킬까지 전수하다 보니 자연스레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게 마련이다.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교육을 접하며 약사는 리파마시가 되고, 강의를 듣고자 가맹을 하는 약사들도 늘고 있다. 언젠가 개국을 하면 실전에 적용하겠다며 부지런히 강의를 듣는 근무약사들도 적지 않다.그렇다면 휴베이스의 교육이 왜 이런 호평을 받는지에 대해 김성일 캠퍼스장에게 물었다.◆최근 약국체인 가운데 휴베이스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비결은?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개국을 준비하는 약사님들 뿐만 아니라 기존 약국을 리파마시(리모델링)하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또 교육 때문에 가입했다고 하는 약사님들도 많아졌다. 배워서 언젠가 써먹는 교육이 아닌 현장 약국 약사를 위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약사님들이 많다.단순한 지식 전달 보다는 현장 약사들이 더 지혜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상당한 예산을 교육에 투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휴베이스에게 교육이란?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약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자 사명은 고객의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지금까지 약업계 약사 교육은 대부분 약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치중해 왔지만, 약국 현장에서는 약학 지식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들이 있다.특히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중심축이 전문가에서 고객, 환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알맞은 전문가 맞춤 교육은 필수적이다. 때문에 약국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약사-고객 간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직접 회원이 참여하고 다양한 형태의 도구를 활용한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회원들 역시 재미있어 한다. 끊임없는 컨텐츠 개발로 약국 현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집중하고자 한다.◆휴베이스 캠퍼스 소개를 부탁한다 '지식을 넘어 지혜로, 환자를 넘어 사람 중심으로, 약을 넘어 물질 중심으로'가 휴베이스 캠퍼스의 미션이다.휴베이스 캠퍼스의 미션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학기제로 진행되는 '휴칼리지'는 매 학기 회원이 직접 수강신청을 하고, 6학기 동안 총 27학점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증서가 발행되는데, 휴컬리지 최종 목표는 '약국전문약사' 양성을 통해 약국이 국민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도록 하는 데 있다.이외에도 바로 배워서 바로 써먹는 '휴베이스TV', 다양한 상황과 주제를 다루는 '휴베이스 스쿨'과 휴베이스의 모든 온오프 출판물을 모아 놓은 '휴베이스 라이브러리'가 있다.캠퍼스에는 총 546개의 강좌와 휴북 전편도 e-book화 돼 업로드 돼 있고,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어 '뭐부터 공부해야 할 지 선택 장애가 올 정도'라는 반응도 있고, 차근차근 이수해 나가는 '도장깨기식' 공부를 하는 분들도 있다.◆비회원들을 위한 강의도 준비돼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고수 약사들의 전문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약고수토크', 약국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제품들의 사용법을 보면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How to', 약국 탐방을 통해 다른 약사들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팜투어' 등 콘텐츠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8월 현재 기준 총 112개 영상이 업로드돼 있으며, 가맹하지 않은 약국들도 해당 영상을 보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휴베이스 교육은 교육&교육(敎育 & 交育)에서 시작됐다. 서로 지식을 가르치며 사귀는 가운데 지혜를 나누는 것이 교육 목표다.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교육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전국 8개 지역별 오프라인 교육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학술 강좌가 진행됐으며, 한방·경영·인문학 강의 등을 통해 회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휴베이스가 약사와 약국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인 만큼, 국민들에게 약국과 약사가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욱 교육에 힘을 쏟으며 함께해 나갈 계획이다.2021-08-26 17:49:57강혜경 -
MSD '키트루다', 면역항암제의 '대명사'가 되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강시켜 암세포를 공격한다."허무맹랑한 얘기라는 의견도 실제 있었다. 면역항암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을때, 현재의 위용을 확신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유명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흑색종 완치 일화를 떠나, 면역항암제는 이제 암질환 관리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MSD(미국 머크)의 PD-1저해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면역항암제'라는 단어의 상징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2015년 3월 흑색종치료제로 최초 승인된 이 약은 현재 14개 암종에서 18개 적응증에 허가돼 있다. 괄목할 만한 점은 키트루다의 행보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는 것이다.◆묻혀있던 물질이 전천후 항암제로키트루다의 등장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트루다는 네덜란드 제약회사인 오가논에서 인간화 항체로 개발됐다. 이후 2007년 미국 쉐링프라우가 오가논을 인수, 2009년 MSD와 쉐링프라우가 합병했고 2010년 12월 FDA로부터 임상 진행을 승인받았다. 이후 불과 3년 만인 2014년 초 FDA에 신약 허가 신청을 제출, 2014년 9월 미국에서 흑색종치료제로 허가받으며 키트루다의 여정이 시작됐다.재밌는 점은 MSD라는 제약사는 원래 항암제 영역에서 두드러진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만성질환, 여성질환, 백신 등 사업에서 활약하던 이 회사는 키트루다의 잠재력을 포착, 사실상 1종의 항암제로 사업부를 편성했다. 최초 개발사의 관심 밖에서 방치되던 물질을 끄집어내 투자를 단행한 MSD의 선구안도 눈여겨볼 대목이다.흑색종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 키트루다는 2016년 항암제 최고의 격전지인 비소세포폐암 2차요법 적응증을 획득, 이후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4기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확대하고, 치료 옵션에 병용요법을 추가하면서 PD-L1 고발현군에서 전체 환자로 대상을 확대,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또 항암제 중 최초로 종양 발생 위치와 무관하게 특정 유전자 특성을 바탕으로 해당 유전자가 있는 모든 암종에서 사용토록 허가를 획득, 암 치료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MSI-H/dMMR이 있는 7개 고형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데 이어, 최근 MSI-H/dMMR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키트루다 적응증 현황◆안목의 성과…글로벌도 한국도 매출 1위공격적인 투자는 곧 수익창출로 이어졌다. 키트루다의 2020년 글로벌 매출은 143.8억 달러(한화 약 16조8030억원/2021년 8월 18일 기준)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키트루다는 15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키트루다는 발매 이듬해인 2016년과 2017년 매출 100억원대를 기록하다 2018년 700억원대로 치솟았다. 2017년 8월부터 비소세포폐암 2차치료제로 보험급여 적용이 이뤄지면서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앞서 언급했듯, 키트루다의 매출은 잠재력이 더 높다. MSD는 키트루다를 중심으로, 현재 1400개 이상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기여도 역시 적잖다. MSD가 주도해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항암제 관련 연구 중 약 120건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MSD 한국법인 전체 임상 연구의 약 88%를 차지한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1위, 전세계 기준으로 4위를 차지했다.◆남겨진 숙제…험난한 급여 확대 여정 이같은 키트루다의 행보에도 역시 난관은 있다. 바로 보험급여다. 실제 국내에서 키트루다는 흑색종과 폐암 2차요법, 2개 적응증에 한해서만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2017년 9월 이후 급여 영역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MSD가 폐암 2차급여 논의 당시, PD-L1발현율과 무관하게 '올커머'로 허가돼 있던 경쟁약물 '옵디보(니볼루맙)'의 급여기준을 좁히면서 전략적 승리를 가져갔지만 이후 지지부진은 마찬가지였다.현재 키트루다는 정부와 폐암 1차요법 급여를 위한 줄다리기를 약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무려 9번의 도전 끝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암질심은 MSD 측에 추가적인 재정분담안 수정을 요구했고 MSD는 부담을 껴안은 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 재계약 협상까지 겹쳐, 국내 시장 진출 후 최고의 변곡점 위에 섰다.키트루다가 명약인 만큼, 쓰임새가 많아질수록 재정 잡아먹는 하마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분야이든 산업이 제도보다 빠르다. 유례없던 첨단 신약의 홍수 속에서 키트루다가 계속 전진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2021-08-25 06:28:11어윤호 -
불순물 라니티딘 2년…파모티딘·니자티딘 시장 팽창[데일리팜=안경진 기자] 라니티딘 불순물 사태로 크게 출렁였던 국내 항궤양제 시장이 2년만에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파모티딘과 니자티딘 성분이 선전하면서 라니티딘의 공백을 메우고 H2 수용체길항제 처방 규모를 키웠다. 보령제약과 동아에스티의 H2 수용체길항제의 처방액이 크게 상승하면서 경쟁제품 퇴출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렸다.◆H2 수용체길항제 처방액 9%↑...불순물 타격 회복세2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H2 수용체길항제의 외래처방액은 3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0% 늘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의약품 처방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최근 1년간 분기당 34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처방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H2수용체길항제의 상반기 누계처방액은 686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올랐다. H2 수용체길항제는 한때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함께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을 호령하던 항궤양제다. 2019년 상반기까지 분기당 900억원 내외의 처방실적을 냈지만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이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초과검출 사유로 판매중지 처분을 받으면서 크게 휘청였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검사한 후 지난 2019년 9월 26일자로 '라니티딘' 성분이 함유된 단일제와 복합제 전 품목을 판매중지했다. 한달 뒤에는 동일 사유로 '니자티딘'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 13종에 대해서도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2019년 3분기 865억원을 기록하던 H2 수용체길항제 처방액은 같은 해 4분기 322억원으로 급감했다. 3개월만에 처방액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이듬해 1분기 H2 수용체길항제 처방액은 309억원 규모로 내려앉았다. 2019년 2분기와 비교하면 2년새 분기처방액 62.0%가 증발한 상황했다.◆'라니티딘' 공백에...'파모티딘·니자티딘' 수요 급증갑작스런 라니티딘의 퇴출로 H2 수용체길항제 계열 나머지 성분의 처방판도도 빠르게 재편이 이뤄졌다.라니티딘과 파모티딘, 라푸티딘, 시메티딘, 록사티딘, 니자티딘 등 H2수용체길항제 계열 주요 성분의 외래처방액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2019년 3분기를 전후로 변화가 뚜렷하다. 라니티딘 성분 처방액이 고꾸라진 사이 시메티딘을 제외한 4개 성분의 외래처방액은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기존 라니티딘 제제 처방의 상당수가 H2수용체길항제 계열 다른 성분으로 넘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파모티딘과 니자티딘 성분 처방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파모티딘 성분의 외래처방액은 13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 증가했다. 불순물 파동이 불거지기 직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처방실적이 328.0% 뛰었다.이전까지 간신히 분기처방액 30억원을 웃돌았던 파모티딘 제제는 라니티딘 판매중지 처분이 내려진 직후인 2019년 4분기부터 분기처방액 100억원을 넘기면서 상승세를 탔다. 코로나19 혼란정국에도 매 분기 처방증가 흐름을 지속하면서 작년 4분기에는 14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작년보다는 못하지만 140억원에 육박하는 처방실적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라니티딘' 판매중지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파모티딘 기반 복합제를 내놓는 제약사들까지 합류하면서 시장확대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니자티딘' 성분의 2분기 처방액은 1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1% 늘었다. 2년 전보다는 47.6% 상승한 규모다. 식약처는 지난 2019년 11월 22일 NDMA 기준치 초과 검출 사유로 '니자티딘' 성분 13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니자티딘'은 라니티딘 퇴출 직후 분기처방액 80억원을 돌파했다가 작년 1분기 71억원으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1분기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1분기에는 분기처방 100억을 넘으면서 파모티딘과 함께 H2 수용체길항제의 핵심 성분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NDMA 초과검출에 해당하는 제품에 대한 조치가 끝나고 작년 하반기부터 일부 품목의 제조·판매·처방이 재개되면서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평가된다.다만 '니자티딘' 성분이 처방 상승세를 지속할지 여부에 의혹을 던지는 시선도 존재한다. 식약처는 4월말 한국파마 '니자티드캡슐', 넥스팜코리아 '니타딘캡슐', 바이넥스 '넥스캡슐', 아리제약 '아르티딘캡슐' 등 니자티딘 성분 4개 품목의 일부 제조번호에 대해 영업자가 회수를 진행한다고 공표했다. 기업 자체의 제품 안정성 시험(가속)에서 NDMA가 검출된 데 따른 사전 예방적 조치다. 7월에도 진양제약, 동구바이오제약, 이든파마, 인트로바이오파마, 한국넬슨제약 등이 자체 진행한 검사 결과 NDMA가 검출되면서 자진 회수에 들어갔다. 식약처가 모든 제품에 대한 불순물 발생 가능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관리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점이 시장 불안요소로 지목된다.그에 비해 '라푸티딘'과 '록사티딘'은 올해 들어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라푸티딘' 성분 단일제의 2분기 처방액은 8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5% 줄었다. 2년 전보다는 84.6% 확대했지만 분기처방액이 90억원에 육박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라푸티딘' 제제는 '라니티딘' 판매중지 직후 분기처방액이 2배가량 오른 뒤 매 분기 80억원이 넘는 처방실적을 유지 중이다.'록사티딘' 성분 단일제는 2분기에 11억원어치 처방됐다. 전년동기대비 9.3% 하락한 규모다. 2019년 3분기 7억원에서 4분기 14억원까지 뛰어오른 뒤 하락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시메티딘' 제제는 H2수용체길항제 주요 성분 중 유일하게 '라니티딘' 판매금지 수혜를 전혀 입지 못했다. '시메티딘' 성분의 2분기 처방액은 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4% 줄었다. NDMA 초과검출 사례가 없었음에도 '라니티딘' 퇴출 이후 분기처방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3분기 10억원 아래로 떨어진 뒤 1년 가까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료의약품 공급 차질로 주요 완제품의 품절이 장기화하면서 처방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보령 '스토가' 처방선두...동아ST·한미 등 반사이익예기치 못한 불순물 파동으로 항궤양제를 판매하는 제약사간 희비가 엇갈렸다. 라니티딘 성분 단일제와 복합제를 각각 대표하던 일동제약 '큐란'과 대웅제약 '알비스' 등의 퇴출로 보령제약과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등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입었다. 보령제약의 '스토가'는 올해 상반기에 89억원의 외래처방액으로 H2수용체길항제 단일제 중 처방 선두를 차지했다. 전년동기대비 11.0% 줄었지만 2년 전보다는 40.8% 올랐다. '스토가'는 라푸티딘 성분의 소화성궤양 치료제로 H2수용체길항제 중 가장 먼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pylori) 제균 적응증을 획득한 제품이다. 보령제약은 정부의 '라니티딘'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진 직후 NDMA 등 4종의 니트로소아민류에 대한 자체 검사를 실시했다. 식약처가 권고한 액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 분석기(LC-MS/MS) 외에 가스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GC-MS/MS)를 통해 추가 검증을 진행한 결과 두 방법 모두에서 발암가능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제품의 안전성을 적극 어필한 점이 처방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동아에스티의 '동아 가스터'는 올해 상반기 외래에서 53억원어치 처방됐다. 전년동기대비 0.7%, 2년 전보다는 246.3% 상승한 규모다. 파모티딘 성분 처방선호 흐름을 타고 실적이 크게 오르면서 H2수용체길항제 처방 2위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파모티딘 성분의 동아가스터는 위십이지장궤양과 문합부궤양, 상부소화관출혈, 역류성식도염, 졸링거-엘리슨증후군과 급성위염 외에 만성위염의 급성악화에 따른 위점막 병변 개선 등을 주효능으로 허가받았다. 동아에스티는 라니티딘 불순물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일동제약과 '가스터'의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일동제약이 라니티딘 단일제 '큐란'의 판매중지 이후 영업력을 집중 투입하면서 시너지효과가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일동제약 입장에선 '큐란'의 판매중지에 따른 매출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고도 볼 수 있다.파모티딘 성분 중 한미약품의 '한미 파모티딘'과 휴텍스제약의 '휴텍스 파모티딘' 등은 불순물 파동 이후 처방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궤양제 처방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 파모티딘'과 '휴텍스 파모티딘'의 올해 상반기 처방액은 각각 27억원과 25억원이다. '한미 파모티딘'이 다소 주춤한 사이 '휴텍스 파모티딘'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처방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이 기간 JW신약의 '베스티딘'은 24억원으로 전년보다 87.4% 상승하면서 처방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2021-08-03 06:20:45안경진 -
다가오는 재평가 시계...제네릭 무더기 약가인하 예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해 7월 개편된 약가제도의 큰 축은 기등재 제네릭도 새로운 산정기준에 따라 소급적용하는 내용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30일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통해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오는 2023년 2월28일까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기로 했다.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조치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직접 개발하거나 생산하지 않고 전 공정을 다른 회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은 종전 최고가의 72.25% 수준의 약가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등록원료 사용 요건은 원료의약품 교체를 통해 충족할 수 있다.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수용 또는 생동성시험 수행을 통한 약가 유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2023년 2월까지 제네릭 약가재평가...약가유지용 생동성시험 급증복지부의 제네릭 약가 재평가 공고 이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착수 움직임이 활발했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승인받은 생동성시험 계획은 총 37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327건보다 15.3% 늘었다. 2년 전인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승인받은 생동성시험 계획 187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2년 전에는 생동성시험 착수 건수가 월 평균 16건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매월 30건 이상 신규 생동성시험을 전개 중이다.제네릭 약가 재평가 공고가 발표된 지난해 7월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건수는 40건으로 2019년 9월(42건) 이후 10개월만에 40건대를 기록했다. 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43건과 47건으로 최근 3년내 가장 많은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건수를 나타냈다.약가재평가 공고 이후 약가 유지를 위해 이미 판매 중인 기허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이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지난달 생동성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36건 중 절반이 넘는 23건이 기허가 제네릭으로 나타났다.대웅바이오, 동광제약, 동국제약, 마더스제약, 삼진제약, 서울제약, HK이노엔, 영일제약, 오스틴제약, 일화, 중헌제약, 케이에스제약, 팜젠사이언스, 하나제약, 한국글로벌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국파마 등이 위탁 형태로 허가받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을 시작했다. 기허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은 대부분 제조원을 자사로 변경하기 위한 '자사전환' 목적으로 관측된다. 제제연구를 통해 제네릭을 만들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고 동등 결과를 얻어내면 변경 허가를 통해 약가인하도 피할 수 있다는 노림수다. 이때 위탁제조를 자사제조로 전환하면서 생동성시험 자료 대신 비교용출시험 자료로 갈음해 허가변경을 진행하면 ‘생동성시험 실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중소·중견제약사들 생동성시험 활발...품질문제 무관 불필요한 비용 낭비업체별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건수를 보면 주로 중소제약사가 상위권에 많이 포진했다.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동구바이오제약, 하나제약, 휴온스 등이 가장 많은 12건의 생동성시험을 승인받았다. 한국프라임, 대화제약, 마더스제약, 서울제약, 위더스제약, 종근당, 한국파마 등이 10건 이상의 생동성시험에 착수했다. 대형제약사 중 종근당만 유일하게 생동성시험 상위 10건에 포함됐다. 중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수탁사업 목적의 제네릭 개발을 시도하거나, 위탁제네릭의 약가유지 목적의 생동성시험이 활발하게 전개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201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휴온스가 가장 많은 19건의 생동성시험을 승인받았다. 동구바이오제약(15건), 아주약품(11건), 환인제약(10건) 등 주로 중소·중견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진행이 활발했다.지난 몇 년간 제네릭 허가 폭증은 중소제약사들이 주도했는데, 대다수 제품은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았다. 상대적으로 위탁제네릭을 많이 보유한 중소제약사들이 약가 재평가 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생동성시험도 더욱 많이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다만 약가재평가 대상이 수천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제네릭 중 자사전환을 위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제품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된다.2019년 생물학적동등성을 인정받은 2358개 중 위탁 제네릭은 2277개에 달했다. 제네릭 2277개 제품이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고 허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생물학적동등성을 인정받은 제품은 3937개에 이른다.제약사별로 많게는 100개 이상 위탁제네릭을 보유 중이다. 모든 위탁제네릭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제품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통한 약가유지가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도 나온다.특히 위탁제네릭의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결과가 나왔을 때 발생할 불이익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생동성시험을 주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 약가유지 목적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와 회수 방침을 공식화했다.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제품은 3등급 위해성의 기준으로 회수 등의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비동등 판정을 받은 제네릭과 동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다른 위탁 제품도 회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A수탁사에서 10개 위탁사들에 동일한 제네릭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이 중 1개 제품이 비동등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위탁 제네릭 9개도 부적합을 의심할 수 있다는 논리다.제약사 입장에선 생동성시험에 착수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약가인하 수용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제조시설이 없어 자사전환을 시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페니실린제제, 성호르몬제제, 생물학적제제, 세팔로스포린제제, 세포독성 항암제 등 다른 의약품과 분리된 별도 공장이 필요한 약물은 제조시설을 갖춘 업체가 많지 않아 상당수 업체들은 자사전환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연질캡슐과 같은 특수제형 제조시설이 필요한 제품도 위탁제네릭의 직접 생산 전환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생동성시험 착수부터 결과 도출까지 길게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안에 기허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에 착수해야 약가 재평가 마감일인 2023년 2월28일까지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업계에서는 생동성시험을 약가 산정기준에 포함시키면서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없이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해 단지 약가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유에서다.수탁사 입장에서는 위탁사들의 자사전환 움직임에 따른 고객 이탈로 매출 손실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제약사 한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큰 제품의 경우 약가인하를 수용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동성시험을 거쳐 자사제조 전환을 시도할 수 밖에 없다”면서 “품질관리와 무관한 비용을 약가유지 명목으로 불필요한 곳에 쓰게 됐다”라고 토로했다.2021-07-07 06:20:00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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