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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한마디가 힘"…365일 연중무휴 약국의 매력[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21년.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약국은 먼나라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병원과 더 가깝고, 더 빠른 곳이 능력있는 약국이 된 지금, 사람들 인식 속 약국은 병원 근처에서 약을 지어주는 공간에 치우치고 있다.약사도 다르지 않다. 인근 병원에 따라 약국 자리를 정하고, 운영을 방식을 결정하는게 지역 약국의 현실이다.이 가운데 병원과의 관계를 과감히 탈피해 365일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주체적인 약국을 만들어가는 약사들이 있다. 서울 독립문에서 파란문약국을 운영 중인 류지선 약사(45, 숙명여대)는 지난 2019년 약국을 개국한 이후 ‘365약국’을 표방하며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약국문을 열고 있다.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되는 이 약국 주변으로는 이렇다할 병의원이 위치해 있지 않다.개국 준비 과정에서부터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고객상담 위주 약국으로 콘셉트를 잡았다는 류 약사에게 병의원 운영 여부가 약국 자리 선정의 주 조건은 아니었다.류 약사는 약국 개국과 동시에 코로나라는 변수를 맞기도 했지만, 코로나 여파도 이 약국은 빗겨간 듯 했다.류 약사는 “공적마스크 기간 우리 약국을 찾았던 고객들이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적마스크가 약국을 알리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휴일에도 문을 열다 보니 공적마스크 기간 그 부분을 인지하고 다시 찾으셨다 단골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또 “코로나로 처방 조제 위주 약국은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아는데 상대적으로 상담이 많은 약국들은 이전보다 환자 방문이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면서 “전염 걱정으로 병원을 찾기 꺼리는 분들이 오히려 상담이나 복약지도를 충실히 받을 수 있는 약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항상 ‘열린’ 약국으로…“고맙단 환자 말이 힘”파란문약국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보건소 관계자들에게도 항상 열려 있는 약국으로 인식 돼 있다.저녁 늦은 시간이나 일요일에 약국을 찾는 환자가 많은데 시간이 갈수록 365일 문을 여는 약국이란 인식이 쌓여 이제는 알아서 찾아오는 고객도 꽤 된다는게 류 약사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그는 환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 약사로서도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류 약사는 “대체적으로 우리 약국은 평일보다 주말에 환자가 더 몰리고, 명절, 대체휴일에는 고객이 훨씬 늘어난다”며 “그럴 때는 일부러 찾아서 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은데 약국 문을 열어줘 감사하다는 말을 하시곤 해 뿌듯하기도 하다. 그런 분들은 또 다시 약국을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일요일에 처방 조제가 꽤 있는 편인데, 평일에 미처 조제받지 못한 환자분들이 처방전을 가져오시는 경우”라며 “단골 환자가 쌓이다 보니 인근에 병의원이 없는데도 처방전을 일부러 가져오시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전체 매출에서 조제 매출이 20%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다.약사체험부터 기부까지…지역과 함께하는 약국파란문약국은 지역 내 엄마와 아이들 사이에서 이름이 나 있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던 어린이 약사 체험 교실은 약국을 찾은 고객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접수 받아 약국에서 어린이들이 약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약사체험 교실이 인기를 끌면서 류 약사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 체험 교육에 초청돼 강의를 하기도 했다.이 뿐만 아니라 류 약사는 또 주민센터에서 어르신들의 구급함을 지원하는데 협조하거나 지역 내 미혼모 보호시설에 어린이들을 위한 물품, 손소독제 기부 등 지역사회를 위한 환원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류 약사는 “약국의 고객이 곧 주민이지 않나.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이 곧 선한 영향력이 돼 약국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더라”면서 “진심을 통한다고 하는데 고객, 주민 친화적인 마음이 곧 약국에서 환자들의 피드백으로 돌아오니 약국 경영뿐만 아니라 약사로서도 뿌듯하고 만족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2021-12-31 09:00:02김지은 -
'자기주도형 경영'…첫 개국에 365약국 결심한 이유[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병원, 건물주에 연연하기 보다 주체적인 약국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자리를, 365 약국을 선택하게 됐고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환자들의 고맙단 말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15평 남짓한 약국 조제실은 각종 전문약으로 가득 차 있고 ATC 기계도 바쁘게 돌아간다. 같은 건물은 물론 바로 인근에 이렇다할 병원은 없지만, 단골환자들이 일부러 들고오는 외부 처방전이 적지 않다. 서울 화곡역 바로 앞에 위치한 라온365온누리약국은 이 약국의 약국장인 윤형우 약사가 첫 개국 장소로 선택한 곳이다. 윤 약사의 인수 전부터 365일 운영되던 곳으로, 윤 약사는 2년 전 이 약국을 인수하면서 그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인수 전 이 약국에서 일정 기가 근무약사로 근무하면서 약국의 상황을 파악한 결과, 무엇보다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약사가 주체적으로 약국을 운영할 수 있단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윤 약사는 “개국을 준비하면서 병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리 찾기를 가장 첫번째 조건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처방 조제보다는 상담과 매약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이 약국은 역 바로 근처로 유동인구가 확보된데 더해 기존 365일 문을 여는 약국이란 점이 지역 주민들에 인식돼 있는 점 등을 장점으로 생각해 첫 개국 장소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1년 약국서 살다시피”…365, 쉽지만은 않은 길윤 약사는 개국 후 1년 가까이 약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업무에 매달려야 했다. 처방건수가 보장돼 있지 않은 만큼 수익이 안정적이지 않다보니 따로 근무약사를 고용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말도 없이 약국에서 일하다 보니 공적마스크 취급 때에는 계속되는 장염과 몸살로 고생도 했다.하지만 개국 후 1년 정도 되니 약국 운영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윤 약사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며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생겼다. 최근에는 근무약사를 고용해 함께 일하다 보니 약국 업무에도 시너지 효과가 일고 있다는게 윤 약사의 설명이다.그는 “무엇보다 365일 늦게까지 문을 여는 약국이란 인지도가 생긴 것이 가장 큰 강점이 된 것 같다”면서 “역 바로 앞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은데 주민들에게 매일 늦게까지 열려있는 약국이란 인식이 쌓이면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어 “특히 퇴근길에 열려 있는 약국을 찾지 못해 우리 약국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너무 고마워 하시면서 약을 구매해 가신다”면서 “평일 오후에 약을 조제받지 못하셨거나 야간진료 후 약국을 찾는 고객이 평일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처방전을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대체조제도 많은데 환자가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하루 20곳 병원서 처방전이…상담이 약국의 힘 이 약국에는 하루 10곳 이상 병원에서 처방전이 들어온다. 단골환자들이 일부러 다른 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에도 처방전을 이 약국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약 위주 약국이다 보니 일반약, 건기식 상담이 주를 이루는데, 밤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 문이 열린 약국을 찾다 방문했던 고객이 재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게 윤 약사의 설명이다.그렇다 보니 이 약국은 코로나 시국에도 매출 변화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건강을 염려하는 고객의 상담이 늘면서 매약으로 인한 매출이 더 상승했다.윤 약사는 “코로나 이후 영양제 상담과 의약외품 등의 매출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만큼 조제가 많은 약국보다 기존에 단골이었던 매약 위주 약국을 찾는 환자가 많아진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매약 위주 약국이다 보니 윤 약사는 제품 선택부터 약사의 꾸준한 공부, 환자 서비스를 위한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그는 “고객이 약국을 방문하면 고객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세세한 내용까지 메모해 놓으려고 한다”면서 “재방문 시 메모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 본인에 대해 약사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워하고 고마워하시더라. 신뢰감이 형성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고 했다.이어 “매약이 주가 되다보니 끊임없이 제품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면서 “기존 제품은 물론이고 신제품이나 이슈가 되는 성분이나 제품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인터넷이나 인근 약국 등을 통해 제품 가격에 대해서도 체크하는 편이다. 의약외품의 경우 다른 유통채널 등을 통해 판매 방식이나 가격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2021-12-31 09:00:01김지은 -
성큼 다가온 디지털 전환...약국경영 변화 가속화#1. A씨는 퇴근 시간이 다 돼 스타벅스 앱을 열고 사이렌오더로 커피를 주문하고 결제한다. 퇴근길 매장에 들러 준비된 커피를 받아 지하철로 향한다. 매장에 들어가 커피를 받은 후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앱을 통한 커피 주문과 결제는 이제 일상이 됐다.#2. B약국 단골인 A씨는 이 약국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약사와 소통하곤 한다. 조제약부터 간단한 건강 상담까지. 약사와의 1대 1 상담은 꽤나 만족스럽다. A씨에게 약사는 더이상 처방전 대로 조제, 투약만 해주는 대상이 아니다.최근 몇 년간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Digital Transformation)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앞서 본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시스템부터 약국의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한 온, 오프라인 결합 고객 관리 서비스까지, 디지털의 전환은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약국 경영 전문가들은 향후 몇년 안에 지역 약국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무시할 수 만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우선 'DT'의 개념부터 알고가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현실 등 방대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문화적 변화를 뜻한다.DT 시대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된다. 패러다임 시프트와 권력의 이동이다.패러다임 시프트는 사회 전반적인 전통구조가 바뀌는 것으로, 산업이나 문화 등 사회 전반의 표준이 신기술로 인해 바뀌는 상황을 말한다. DRxs 제공. 권력 체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다.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로 권력이 이동하는 것인데, 소비자의 니즈가 곧 법이고 힘이 되는 사회를 뜻한다.당장 일선 약국이 바라봤을 때는 멀기만 한 이 개념이 왜 여러 약국 전문가들에 의해 화두에 오르고 있는지도 바로 이 부분에 답이 있다.소비자가 곧 권력이란 점인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그간 보수적으로 지켜왔던 약국 시장도 소비자 니즈에 의해 얼마든지 그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단 것이다.위드팜 박정관 부회장은 “전통적 패러다임 전환 사례는 카카오뱅크가 금융주 시가총액 1위가 된 상황을 들 수 있다”며 “금융권의 미래 표준, 패러다임이 기존 오프라인 은행에서 디지털 은행으로 바뀔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시중 은행 점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다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단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이어 “만화 시장도 기존 오프라인 만화에서 웹툰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네이버 웹툰이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쿠팡, 카카오택시도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의 주권, 선택권이 소비자에 있단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약국의 지금, 그리고 미래 시장에 대한 답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DT'와 약국 간 연결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해외의 오프라인 약국, 약료서비스의 변화를 들여다보자.디지털의 한 축인 온라인 시장, 그중에서도 의약품 온라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것은 미국 기업 아마존이었다.아마존은 지난 2018년 온라인 약국 기업 필팩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의약품 온라인 시장 진출에 신호탄을 울리더니 2020년 말에는 아마존 파마시를 런칭하며 처방약의 온라인 판매를 본격화했다.당시 미국 오프라인 약국 시장의 위기설이 돌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약국 체인 월그린, CVS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하지만 2020년 촉발된 코로나19는 1년만에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세계적인 팬데믹 속 이들 약국체인은 발빠르게 체계 전환을 시도했고, 디지털 기술 도입을 가속화했다.이들 업체는 자체 플랫폼으로 환자 관리와 백신 접종 등에 나서는 한편 기존 오프라인 약국 약사들의 환자 케어 역할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약 배송, 드라이브스루를 통한 픽업 서비스를 적극 도입했다.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기존 오프라인 약국으로 향했고, 지난 11월 경 이들 약국체인의 주가는 30% 이상 급등하며 저력을 확인시켰다. DRxs 제공. 반면 중국은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원격진료와 전자처방, 의약품 배송 서비스가 진행 중인 중국에서는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 이후 원격의료 시장 규모가 큰폭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9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원격의료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온라인 약국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약국 플랫폼 알리헬스케어의 연간 구매 고객 수는 1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더불어 알리바바, 진둥 닷컴 등 대형 온라인 유통 그룹이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고, 디지털을 통한 의약품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의약품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기존 오프라인 약국 시장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박 부회장은 “미국의 사례를 보면 기존 오프라인에서 약사의 역할이 크고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한 상태에서 코로나라는 변수를 만나 디지털을 추가하니 위기로만 보였던 기존 오프라인 약국에 오히려 기회가 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그는 “미국과 중국의 국가별 약국 시장에 대한 법이나 약사 역할의 범위는 다르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 따른 대응의 차이를 찾아보자면 고객 주권 획득의 주체에 있다”면서 “미국은 기존 오프라인 약국이 고객에 대한 정보 주권을 확보하고 있던 것이 위기를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된 반면, 중국 약국 시장은 그 주권을 온라인 플랫폼들에 뺏기게 된 상황이다. 우리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렇다면 국내 약국 시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얼마나 적응하고, 또 도전받고 있을까.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촉발된 정부 주도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 허용은 곧 약국에도 ‘DT’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현행 코로나 환자의 재택치료에 따른 비대면 투약과 약 배송 역시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올해 초 약사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던 닥터나우(약배달 앱) 논란은 외부 시장에 의한 국내 약국의 DT시대 도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무엇보다 소비자가 곧 주권인 사회에서 비대면 진료와 처방, 투약의 편의를 맛본 소비자들의 니즈가 존재하는 한 약국도 언제까지 변화의 물결을 거부할 수 만은 없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휴베이스 김현익 대표는 “이미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이 그 편의성을 인식하면서 니즈가 확대되고 있단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약국 시장, 더 깊숙이 보면 약국을 통한 환자 복약 정보 등을 노린 외부 플레이어(플랫폼 업체 등)가 계속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말했다.김 대표는 “소비자의 권력이 강화된 사회에서 약국은 소비자의 행위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주목하는 한편, 그들의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획득하고 어떤 시스템으로 처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개별 약국은 오프라인 약국 이외 디지털, 즉 온라인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2021-12-31 09:00:00김지은 -
이젠 '플랫폼'으로 통한다…준비된 약국만 생존# [데일리팜=강혜경·정흥준 기자]AI와 IoT가 결합된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우리 주변에는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쌓이고 있고, 그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는지가 중요해졌다.종합병원에서만 사용되던 키오스크는 이제 동네 의원에서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모바일을 통한 병원 접수·예약부터 결제, 보험청구까지 이용 패턴이 변화되고 있다.약국 시장 역시 진일보했다. 일일이 약국이 환자 연락처를 수집하고, 복약과 관련한 예약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던 것에서 이제는 CRM을 위한 도구로 카카오톡, 청구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재고량에 따라 자동 발주되는 시스템도 디지털화로 인한 변화다.DT의 기본 개념이 공급자 중심의 권력이 소비자로 옮겨간다는 데 있듯, 헬스케어 데이터 패러다임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약 봉투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소비자가 먹는 약을 누적·관리 해주는 앱,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앱, 소비자가 약국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조제된 약을 바로 받아갈 수 있도록 하는 앱, 약국에 가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해 처방부터 약 배달까지 도맡아 주는 앱들이 모두 스타트업이라는 미명 하에 시작된 플랫폼 업체들이다. 이 플랫폼 업체들의 공통점은 '소비자 친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익 휴베이스 대표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플랫폼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는 태동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인수합병되고 자연 도태되면서 약업계에도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전보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약국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비대면 진료, 약 배달, 처방전 전송 등 약사사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플랫폼들도 있지만, 약국과 소비자간 유대를 긴밀히 하기 위한 플랫폼들도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오프라인 약국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약국 밖에서도 소비자를 관리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처방접수와 결제, 약력관리, POS, 경영·고객관리, 사용자용 앱 등을 통해 '약국과 고객을 연결하는 국내 유일 스마트 약국 토탈 솔루션'을 목표로 하는 헬스포트 굿팜은 대표적인 DT사례로 꼽힌다.헬스포트의 '굿팜'(위)과 터울의 '필독'은 DT를 활용해 고객에게 일방적 정보 전달이 아닌 '상호작용'이 가능케 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소비자가 본인의 핸드폰 번호만 입력하면 처방약은 물론 과거 일반약 구입내역까지 확인이 가능하도록, 굿팜이 소비자와 약국을 잇는 게이트웨이이자 가교가 되는 것이다. 헬스포트는 또 사용자 앱에 DIND(Drug-Induced Nutrition Depletion) 기능을 추가해 평소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 성분에 적합한 건강기능식품 등을 1:1 맞춤 정보로 제공함으로써 스마트한 단골약국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약봉투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필독도 DT를 접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약국에서 환자의 처방약에 따라 드럭머거 혹은 관련 제품을 추천해 주지 않아도 처방전에 찍혀 나오는 성별, 나이, 질병코드, 처방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타게팅 광고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4년차인 터울은 지난해 12월 기준 사용약국이 3500개까지 늘었으며 매월 230만명에게 약봉투를 이용한 광고 노출이 이뤄지고 있다.소비자와의 온라인 접점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들. (왼쪽부터) 크레소티 팜케어, 태전그룹 우약사, 어니언스 파프리카케어, 아약# 크레소티 '팜케어', 태전그룹 '우약사', 어니언스 '파프리카케어', 장지나 약사가 개발한 '아약', 김태형 약사가 개발한 '단골약사'도 DT를 접목한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DT 전환에 대한 대비책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업체들은 '준비된 약국만 살아남는다'는 데 공감하며 발빠르게 약국과 소비자를 이을 수 있는 접점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이다.온라인을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약국체인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DRxSolution '내손안의 약국'의 파미톡 기능.# 박정관 DRxSolution 대표이자 위드팜 약국체인 부회장은 약국체인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DT에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박 대표는 2017년부터 'beyond 오프라인 약국'을 모토로,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새로운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인 '내손안의약국' 어플을 개발하고 스마트 디지털 약국을 준비해 왔다.시장 선점 대비 약국으로의 확산은 더디지만 박 대표는 "소비자가 곧 권력인 상황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무시한다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약국의 생존전략을 약사의 '역할 확장'과 '역량 강화'에서 찾았다.단순조제와 복약지도를 넘어 환자약력 프로필을 관리하고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관리하고 상담하는 '총체적 케어'와 동시에 고객과의 연결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플랫폼'으로써 내손안의약국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박 대표는 "고객과의 소통과 공감능력,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 등 기존과는 다른 역량이 유능한 약사의 조건이 될 것"이라며 "약사가 나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을 얼마나 잘 부여하는지가 앞으로 약국의 사활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디지털 시대가 약국에는 위기이면서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계와 인간을 적절히 접목해 고객의 니즈를 맞춰주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약국을 강조하고 있는 참약사 그룹.# 김병주 참약사 그룹 대표는 "디지털 비즈니스 기술 플랫폼과 코로나 등이 접목되면서 약국 비즈니스 생태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약료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방조제에 집중되기 보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약국 상담 표준화와 건강증진서비스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참약사는 가깝게는 개인 맞춤 소분 건기식인 '핏타민'과 유전자검사를 활용한 약국 상담 및 맞춤형 관리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치료제에 약사가 적극 관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휴베이스의 미션과 코어밸류에는 '디지털 확산'과 '고객중심약사', '아날로그감성' 등이 담겨 있다.# 휴베이스 역시 'DT'와 '약사·약국의 온라인 개인브랜딩'을 새해 주요 키워드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약국에서 고객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인 하드웨어와 IT솔루션을 갖췄다면,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신뢰를 가진 소비자들과의 소통에도 보다 많은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김현익 대표는 "오프라인 약국을 넘어 온라인으로 약국과 약사를 찾는 일이 비일비재 해진다면, 우리가 리뷰나 평점을 보듯이 얼마나 신뢰도가 높은가, 유명한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휴베이스는 이미 2020년 말 단체톡방을 통해 100여명의 약사가 온라인 브랜딩을 함께 공부하고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휴베이스가 고객의 입장에서 기획하고 출시한 OTC와 건기식도 체인 약국의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김 대표는 "기존의 로컬을 베이스로 하고, 소비자들이 나를 찾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격경쟁이 아닌 나만의 메리트를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통법과 제품, 상대가 궁금해 하는 정보를 컨텐츠로 구성해 적재적소에 제공하는 약국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0# 그렇다면 약사들은 당장 어떤 DT를 시도해볼 수 있을까. 또는 약국에 어떤 디지털 행위를 접목시킬 수 있을까.가장 가까이에는 SNS 채널을 활용한 약국 브랜딩과 환자 소통이 있다. 이미 많은 약사들이 시도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내고 있는 방법이다. 디지털을 활용해 기존의 약국을 탈피하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SNS 활용은 DT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블로그와 인스타, 유튜브와 당근마켓, 카카오톡 등 각종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약사들은 앞으로 약국의 디지털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김은택 약사는 블로그와 인스타, 당근마켓을 활용해 약국과 환자의 연결고리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었다. 각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접근을 달리하자 ‘디지털 콘텐츠’ 수요자들은 김 약사의 약국을 찾았다.김 약사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주로 했고, 당근마켓은 초기에 효과를 많이 봤다. 검색량이 많은 제품 위주로 사입을 하고, 포스팅을 했다. 처음엔 동물약으로 타겟을 정했다. 안정화된 뒤에는 네이버 검색량을 확인할 수 있는 툴을 이용해 학회 제품들 중 검색이 많이 되면서 가격이 무너지지 않는 제품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포털사이트 검색량을 확인해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SNS를 활용해 해당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지역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당근마켓, 관심사를 겨냥한 인스타, 정보 검색이 주 용도인 블로그와 유튜브는 그 특성에 따라 활용한다.김 약사는 "당근마켓은 2~3월 심장사상충의 수요가 시작되는 시기, 연휴에 약국 문을 여는 경우에 단발적으로 광고 노출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면서 "인스타도 지역과 관심사로 먼저 팔로우를 걸 수 있어서 동물약국 초기에 굉장한 도움이 됐다"고 했다.이어 "약국 운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방향성을 잘 설정하면서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외에도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채널을 활용해 환자와의 상담 도구로 활용하는 약사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가리지 않고 약사와 환자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이처럼 SNS 활용은 약국을 브랜딩화하는 방법이자, DT로 가는 길목에서 디지털에 익숙한 약사로 스스로를 탈바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정부는 보건의료분야에서도 DT로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개인의 흩어진 건강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나의건강기록' 앱은 출시돼있다.나의건강기록 앱을 통해 진료, 투약, 건강검진, 예방접종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질병청 등의 기관은 환자의 진료이력, 건강검진이력, 투약이력, 예방접종 이력 등의 정보를 '나의건강기록' 앱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단순하게는 환자가 앱을 들고와 투약 또는 검진이력 등을 통해 약국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환자 복약상담에 유의미한 정보만을 추려 약국이 받아볼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김병주 참약사 그룹 대표는 "(나의건강기록앱에 담긴)많은 환자 정보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가 약사에겐 아직 낯설고, 약국에서 충분한 여유시간을 가지고 환자 상담에 접목시킬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중 유의미한 정보만을 약국에서 받아볼 수 있고, 어떤 상담을 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도 마련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환자 동의 하에 수집된 정보들을 중앙 관리하고, 이를 약국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을 때 약국 디지털 대전환에 닻이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김 대표는 "의약분업 당시 대한약사회가 정부와 데이터 연동을 논의하며 청구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지금은 데이터의 주체가 소비자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약국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있어서도 약사회가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2021-12-29 18:52:01강혜경·정흥준 -
'콜린' 급여삭제 아닌 선별급여 이유가 식약처 때문?[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시작으로 한 기등재의약품 급여적정성 재평가 시범사업은 그야말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의 '엇박자'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정책이었다.보건복지부가 2019년 5월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제도 도입 추진을 예고했다.발판은 국회가 만들어줬다. 재평가 약제까지 '콕' 짚어줬다. 남인순 의원과 김원이 의원은 2019년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이미 급여적정성 재평가 의지를 드러낸 복지부는 환영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국감에서 급여재평가와 함께 임상재평가를 요구했지만 당시 이의경 식약처장은 "약효가 있다"고 말하면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이때까지도 식약처는 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등재약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관심이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현행 제도에서는 식약처 허가사항이 삭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상적 유용성을 반영한 급여적정성 재평가 기전이 없었다.의약품 선별등재제도 내에서 허가를 받아 등재가 이뤄지고 나면 퇴출기전이 없어 보건당국 입장에서 재정관리 사후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했다.그렇게 마련된 게 기등재약 급여적정성 재평가 마련 방안이다.국회가 원한 가장 완벽한 그림은 급여재평가 뿐 아니라 임상재평가가 함께 진행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콜린알포 시범사업부터 선을 긋는 보습을 보였고, 복지부 먼저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시작하면서 엇박자를 타게 된다.식약처는 지난 2019년 국회 종합감사가 끝나고 11월 11일까지 콜린알포 보유 제약회사 130곳을 대상으로 허가사항의 효능·효과별 유효성을 입증하는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2020년 6월 23일 임상재평가 공고를 내기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식약처 빠진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국 선별급여 불렀다결국 식약처가 빠진 채 진행된 급여재평가 결과는 선별급여라는 소극적인 결과를 낳았다.심평원은 지난해 6월 11일 약평위에서 콜린알포 급여 적정성 여부를 평가한 결과 치매로 인한 효능·효과는 종전대로 급여를 유지하고 나머지 질환은 약값 본인부담률을 80%로 높이는 선별급여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만약 식약처의 임상재평가가 동시에 진행됐다면 심평원은 식약처 허가사항에 대한 부담없이 선별급여가 아닌 급여삭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당시 회의에서 심평원은 식약처의 임상재평가 미실시를 우려해 선별급여 고시 시행 3년 뒤 급여적정성 재평가 재실시 후 급여삭제 등의 방안까지 별도로 마련했다. 또 급여적정성 재평가 이외에도 심평원 단계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 면제 약제를 포함해 임상적 유용성 논란이 제기되는 모든 약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를 하겠다'는 의결도 진행됐다.콜린알포 선별급여 전환 논란은 제약회사의 소송제기 발단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급여재평가 최초 평가 대상이었던 콜린알포를 선별급여로 전환하면서 급여를 제한하자, 품목 보유 제약회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기등재약 선별급여 직권조정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걸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급여재평가 끝난지 8일 만에 임상재평가 결정식약처는 심평원의 급여재평가 결과가 나온지 8일 후인 1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콜린알포 임상재평가 대상선정 논의를 진행하면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이날 중앙약심에서는 콜린알포의 효능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임상재평가 공고 방안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식약처는 지난해 6월 23일 콜린알포 255개 품목 보유 제약회사 134곳에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 기억력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 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 감소', '감정 및 행동변화 :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의 임상시험 결과를 12월 23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심평원-식약처 엇박자 속 등장한 건보공단콜린알포 선별급여 전환 복지부 고시 시행 이후 제약회사가 제기한 집행정지 및 행정소송과 식약처 임상재평가가 진행되면서 건강보험공단이 '임상시험 실패 시 급여환수 카드'를 들고 등장하게 된다.건보공단은 이번 급여적정성 시범사업의 엇박자 속에서 보험자 역할을 자청한 것으로, 선별급여 없이 급여삭제로만 진행되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본사업에서는 급여환수 절차는 빠지게 된다.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확인 및 품질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에 대한 환수협상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건보공단은 콜린알포 보유 제약회사들은 '임상시험 실패시 건보공단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시험을 승인한 날부터 급여 삭제일까지의 건강보험 청구금액의 20%'를 반환해야 한다.다만 환수방식은 ▲청구금액 반환▲사전약가인하 ▲사전약가인하+청구금액 반환 ▲연도별 환수율 및 금액 차등적용 등의 안에서 제약회사가 선택한대로 적용된다.콜린알포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법안 발의 됐지만...정부부처의 엇박자로 마무리 된 콜린알포 재평가 시범사업으로 활짝 웃은 곳은 로펌 뿐이었다.현재 콜린알포 관련 소송은 선별급여와 관련한 행정심판 2건, 행정소송 2건, 집행정지 2건과 급여환수 관련 행정심판 1건, 행정소송 2건, 집행정지 2건, 헌법소원 1건, 헌법소원 효력정지 1건 등이다. 선별급여 집행정지 소송은 종근당, 대웅바이오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 2건 모두 대법원에서 원고인 제약회사 측 손을 들어준 상태이며, 본안소송은 진행 중이다.현재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제약회사들의 정부 처분 불복·집행정지 소송을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의약품 재평가 등 적응증 축소로 인한 약가인하는 담고 있지 않아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콜린알포 사례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2021-11-13 19:50:29이혜경 -
시행착오 끝난 급여재평가…선별급여 대신 퇴출 선택[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시행착오는 끝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올해 진행한 급여적정성 재평가 본사업 대상약제 4개 성분 중 2개 성분에 대해 퇴출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1개 성분은 조건부 급여유지를 1개 성분은 급여축소가 이뤄진다.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만 거치면 급여적정성을 인정 받지 못한 국제약품의 '타겐에프연질캡슐(빌베리건조엑스)', 부광약품의 '레가론캡슐(실리마린, 밀크씨슬추출물)'은 약제급여목록에서 삭제된다.한림제약의 '엔테론정(비티스비니페라, 포도씨추출물)'은 급여기준이 축소된다. 3개 적응증 가운데 '유방암 치료로 인한 림프부종 보조요법제로 물리치료시 병용'만 급여에서 삭제되고, 급여적정성을 인정 받은 정맥림프 기능부전과 관련된 증상개선과 망막, 맥락막 순환과 관련된 장애 치료 특정 원인 요법과 병용 등 2개의 적응증은 급여가 유지된다. 종근당의 '이모튼캡슐(아보카도-소야)'은 제약회사가 이의신청 기간을 통해 비용효과성을 증빙하면서 지난 11일 열린 10차 조건부 급여유지 판정을 받으며 기사회생했다.조건부 급여유지는 임상적 유용성 불분명하나 비용효과성 있어 급여유지 하되, 1년 이내 교과서와 임상진료지침에서 임상적 유용성 입증되지 않는 경우 급여에서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지난해 기준 연평균 청구액을 보면 엔테론 450억원, 종근당의 이모튼 390억원, 레가론 236억원, 타겐에프 220억원 등을 보이고 있다. 4개 성분을 모두 합치면 1300억원 가량에 이른다.심평원, 2025년까지 본사업 전개 올해 빠진 '은행엽엑스', '포도엽추출물' 재상정 가능성도심평원이 지난해 시범사업인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끝내고 본사업으로 잡은 기간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다.지난 2019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김원이 의원이 제외국 등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어 임상적 유용성 불확실성이 제기되거나 원개발국에서도 보험급여 적용이 되고 있지 않음에도 국내에서 건강보험 적용 중인 약제들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면서 재평가의 닻이 오른 셈이다.본사업 선정기준과 제외기준은 2020년 12월 마련됐다. 콜린알포 시범사업과 연계해 1차년도 대상은 '청구금액 0.1%이상+A8 2개국 미만+(건강기능)식품과 혼용되는 의약품'으로 정했다.올해 1월 29일 건정심에서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 및 포도엽추출물), 아보카도-소야, 은행엽엑스, 빌베리건조엑스, 실리마린 등 당초 5개 성분이 선정된 이유다.은행엽엑스는 투여경로에 따른 제외국 등재현황이 경구제 2개국, 주사제 미등재 등으로 상이했으나 동일한 성분으로 당초 평가대상에 선정됐다.하지만 올해 2월 제약회사가 주사제 허가를 자진 취하하먼서 급여목록에서 삭제되고, 경구제만 남게 됐다. 경구제는 2개국에 등재도면서 평가대상 선정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제외됐다.비티스비니페라 포도엽추출물은 ATC코드 및 급여기준 등을 고려해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으나 이후 동일 성분으로 볼 수 없다는 약학 전문가 자문 의견 등을 반영해 포도씨추출물과 포도엽추출물을 별개 성분으로 구분하게 됐다.포도엽추출물의 경우 평가대상 선정기준 청구금액(200억원)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평가대상에서 빠졌다. 은행엽엑스와 포도엽추출물이 최종적으로 올해 본사업 대상에서 빠졌지만, 2025년까지 진행되는 재평가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볼 수는 없다.심평원이 내부적으로 정리한 본사업 대상약제 선정기준을 보면 2022년 개발국에서 급여 삭제한 약제 ▲2023년 사회적요구도, 약제특성 반영 ▲2024년 A8 2개국 미만(0개국)+기존 재평가 성분 이외 ▲2025년 A8 2개국 미만(1개국)+기존 재평가 성분 이외 등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된다.2022년 이후 평가대상 및 일정은 추후 각계 의견수렴과 위원회 심의를 통해 변경될 수 있지만, 첫 번째 본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었던 은행엽엑스와 포도엽추출물의 재평가 가능성은 높게 점쳐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제약업계, 진료 현장 최소화 위해 유예기간 요구제약업계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이후 약제급여목록 삭제로 인한 진료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유예기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은 최근 심평원, 건강보험공단 등과 가진 간담회 등에서 급여적정성 삭제 제품의 유예기간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기등재목록 정비 시 임상적 유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삭제된 제품의 사례를 예로 들었는데, 당시 정부는 제약회사에 3개월의 유예기간을 줬었다.복지부는 지난 2011년 5월 30일과 11월 30일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일부개정'을 통해 급여삭제를 앞둔 약제에 대한 급여를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인정했다.구체적으로 5월 30일 급여삭제 약제는 8월 31일까지, 11월 30일 급여삭제 약제는 다음해 2월 29일까지 보험급여를 한시적으로 유지한 바 있다.2021-11-12 17:19:33이혜경 -
약가인하 회피 꼼수?...제약업계, '기본권 제한' 반발[데일리팜=김진구·이정환 기자] 국회와 정부가 제약업계의 약가인하 회피를 위한 집행정지 악용을 뿌리 뽑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제약업계는 기본권 제한이라는 논리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일명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에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사법권 남용'과 '기본권 침해'의 대립으로 정리된다.양 측 주장의 명분이 확실한 데다, 해당 법안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느냐에 대해선 법조계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제약업계에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에 대비한 출구전략 마련에 한창이다.◆국회·정부 "사법권 남용 차단" vs 제약업계 "기본권 침해"국회와 정부의 법 개정 이유는 한 마디로 정리된다. '약가인하 처분에 대해 제약업계가 집행정지 신청을 악용했으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할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제약업계에서도 정부의 법 개정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집행정지가 기각된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국회·정부의 취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제약사는 많지 않다.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며 "그간 회사 입장에선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는 게 오히려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졌을 정도"라고 말했다.그럼에도 제약업계에선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우려 혹은 반대로 정리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개정안의 ‘환수’라는 장치가 사실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제약업계 입장에선 사법제도가 보장한 집행정지 제도를 이용했을 뿐이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또, 입법을 통한 집행정지 신청의 '사전적 제한'이 아니라, 현행제도 하에서 환수협상 등 '사후적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이미 정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 사례에서 건보공단을 통해 제약업계와 환수협상을 활용한 바 있다. 다만,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와 같은 의약품 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2015년 약가인하 환수법 개정안은 왜 무산됐나제약업계의 또 다른 주장은 기존에 비슷한 입법례가 없다는 것이다.민법에선 가처분신청 후 본안소송에서 사건이 뒤집혔을 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과실로 추정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사자는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과 업체의 집행정지 신청을 민사의 영역으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나아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행정부가 사실상 사법권을 제한하는 유사한 제도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게 지난 2015년 발의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다. 당시 복지부는 정부입법으로 이번 약가인하 환수·환급법과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2015년 정부가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내용. 다만,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에 대해 "소송패소 등의 이유만으로 공단이 제약사로부터 손실 상당액을 징수하는 것은 특허권자가 선의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으며, 건보공단에게 과도한 행정권을 부여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개별 특허권자의 권리보호라는 사적 가치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및 의료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해 징수 요건·금액 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당시의 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에선 정부의 약가인하 환수만을 규정했다"며 "반대의 경우, 즉 제약사가 집행정지 기각 후 본안소송에서 승리했을 때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환급해주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의견으로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법조계서도 '기본권 제한' 여부 두고 의견 분분이번 개정안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개정안이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제한하는지를 두고 법리적 해석이 분분한 모습이다.개정안에 찬성하는 쪽에선 개정안을 기본권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친다.한 법조계 관계자는 "개정안에선 정부가 직접적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제약사는 계속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발생한 건강보험재정의 손실을 제약사로 하여금 반환토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집행정지로 제약사가 얻은 이익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를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한 부가적인 이익으로 볼 것인지, 집행정지 제도를 영리하게 활용한 정당한 이익으로 볼 것인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개정안에 반대하는 쪽에선 개정안이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법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약사가 소송 등 법률 대응을 할 때 환수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과거 사건까지 소급적용 불가…환수범위 확대 우려"제약업계의 또 다른 걱정은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과거 사건까지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다.2011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제약사가 복지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집행정지 신청을 한 사례는 총 58건이다. 이 가운데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제네릭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가 27건, 리베이트 관련 약가인하가 22건이다. 만약 과거 사건까지 소급 적용된다면 최대 49건에 대한 급여 환수가 가능한 셈이다.다만 개정안에선 소급적용과 관련한 근거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지금까지 발생한 집행정지 관련 소송은 영향권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문제는 추가 발의될 개정안에 소급적용 규정이 있느냐다. 현재 국회에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가인하 환수·환급법 추가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소급적용 규정이 담길 경우 제약업계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또 다른 걱정은 개정안이 우선 통과된 후, 후속 입법을 통해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다.현재 개정안에선 약가인하 집행정지 환수·환급의 범위를 '제네릭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관련 약가인하'로 한정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와 같은 재평가 사례는 포함되지 않는다.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첫 번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어렵다. 반면 제2, 제3의 개정안은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될 것"이라며 "정부가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향후 적용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그는 "임상재평가로 인한 약가인하는 리베이트나 제네릭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의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처럼 제약사가 정말로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수액 혹은 환급액을 사실상 건보공단이 산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며 "환수·환급과 관련해 제약업계가 예측 가능한 방향에서 매우 세세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021-11-11 06:20:06김진구·이정환 -
패소해도 약가인하 집행정지…국회·정부 악용방지 연대[데일리팜=이정환·김진구 기자]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정부 약가인하 행정처분에 불복한 제약사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 신청으로 발생한 건강보험재정 누수 사태를 근절하는 입법에 힘을 합치면서 국내외 제약계가 초긴장 상태다.특히 집행정지 가처분을 사실상 '특허만료 제네릭 출시'로 인한 자동 약가인하 지연 수단으로 써 왔던 글로벌 빅파마 등 외자 제약사들의 표정이 유독 경직됐다.국회와 복지부는 약가인하 집행정지 후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집행정지 인용 때 부터 본안소송 승·패소 확정 때 까지 발생한 약가 인하분을 건보재정으로 환수하거나, 제약사에 환급해주는 법안으로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는 동시에 건보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중이다.6일 데일리팜은 국회 계류중인 '약가인하 집행정지 환수·환급 법안'이 국내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국회와 복지부, 국내외 제약사들의 법안 관련 입장을 조명했다.현재 약가인하 집행정지 환수·환급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구체적으로 정부가 '제네릭 등재연계 오리지널 약가인하' 처분과 '리베이트 약제 급여정지와 약가인하' 처분을 내렸을 때 제약사가 이에 불복,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을 경우 본안소송에서 제약사 패소 시 인하되지 않은 약가를 정산해 정부 환수하고, 제약사 승소 시 정부가 인하한 약가를 정산해 제약사 환급해주는 게 법안 내용이다. 약가인하 사례 한 축으로 꼽히는 의약품 재평가 등 적응증 축소로 인한 '건보 적용 범위 조정으로 인한 약가인하'는 김원이 의원 법안이 다루지 않고 있다.쉽게 말해 지난해 국감에서 논란이 돼 지금까지 소송중인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재평가 약가인하 사례는 김원이 의원안이 규정하는 환수·환급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오리지널 특허만료·동일성분 제네릭 출시와 불법 리베이트 영업 적발로 약가가 떨어져야 할 의약품을 약가를 현행유지해 수익하락을 막을 목적으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일명 '약가인하 방지 꼼수'를 근절하는 데 무게가 쏠린 셈이다.실제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 통계를 살펴보면 김 의원안 취지를 더 선명히 살필 수 있다. 복지부가 국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제약사가 복지부 약가인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58건의 사례 가운데 27건이 오리지널 약가인하, 22건이 리베이트다. 급여범위 축소 등은 9건이다.약가인하 관련 소송 속살을 더 들여다 보면 제약사가 법원에 신청한 집행정지 인용률 대비 본안소송 승소율이 큰 폭 차이가 나는 것을 살필 수 있었다.오리지널 특허 만료, 퍼스트 제네릭 출시로 인한 약가인하 소송 27건 가운데 집행정지 인용률은 92.5%에 달하는 반면 본안소송 최종 승소율은 0%였다. 27건의 집행정지 신청 사례는 25건 인용, 1건 미신청, 1건 기각 결정으로 92.5%의 인용률이 집계됐다. 김 의원은 법원이 제약사가 신청한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을 100%에 가깝게 인용하고 있어 환수·환급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특히 김 의원은 환수·환급 법안이 자칫 제약사들의 헌법적 기본권인 '소송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환수 조항만 있다면 그런 지적이 가능하나, 환급 조항이 포함돼 성립하지 않는 논란"이라고 잘라 말했다.민주당 김원이 의원본안소송 패소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당장 약가인하를 막아 불필요한 건보재정 낭비를 촉진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건보법 개정으로 막을 필요성이 농후하다는 취지다.특히 정부가 과도한 약가인하 행정 등으로 제약사에게 경영피해를 입혔을 때 이를 환급해주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갖춰 위헌 소지나 제약사의 재판청구권 침해 소지는 없다고 했다.김 의원은 "개정안은 정부와 제약사 간 소송 결과에 따른 손익 징수와 환급을 모두 명시했다"며 "건보재정 건전성 제고와 제도 합리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이어 "오리지널 특허만료,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 외 약제 유용성 판단에 따른 건보조정 사례도 법안에 포괄하는 내용은 추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11월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연내 법안소위 안건으로 올려 심사하는 안을 계획중"이라고 부연했다.복지부 "기본권 침해 아냐…환수·환급 범위 넓혀야복지부 역시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환수·환급 범위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했다.오리지널 특허만료와 리베이트 적발로 인한 약가인하 집행정지에 더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처럼 급여재평가 등 건보 조정으로 인한 약가인하 사례까지 환수·환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특히 복지부도 해당 법안이 제약사의 소송할 권리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반박했다. 단순히 약가인하 정산액을 강제적으로 징수·환수한다면 문제 소지가 있지만 정부 패소 시 환수 규정이 있어 균형 잡힌 법안이라는 게 복지부 논리다.아울러 해당 법안 추진에 앞서 건강보험공단이 연구용역을 했고, 이 결과가 법안에 반영됐다는 점도 기본권 침해 등 문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복지부 보험약제과 양윤석 과장은 "국회는 수 년 전부터 일부 제약사의 고의적 약가인하 집행정지 소송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 문제와 관련해 정부를 향해 해결책을 마련하란 지적을 했다"며 "실제 본안소송에서 패소했는데도 집행정지를 신청한 제약사가 최종 패소 확정때까지 약가인하를 회피하는 이익을 누리고 건보재정이 낭비되는 문제가 있어 법안이 통과하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양 과장은 "법안을 보면 환수뿐 아니라 환급 규정도 균형감 있게 돼 있다. 특히 집행정지 소송 자체를 막는 장치나 조항은 없다"며 "정부와 제약사 양자 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전하는 게 법안 취지이자 핵심이다. 기본권 침해 등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이어 "국민과 사회 공적 재원인 건강보험료 손실을 메꿔야 하고 방치해선 안 된다는데 국회와 공감대를 형성했고, 합리적으로 해소할 법안에 논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환수·환급 적용 범위는 (김 의원 안보다)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평가로 인한 건보 조정 등 정부와 제약사 양측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의 법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2021-11-10 15:09:32이정환·김진구 -
콜린 위탁제네릭 무더기 이탈...요동치는 시장 판도[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는 전체 허가 건수 대비 생산 업체가 많지 않은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허가 이력이 있는 278개 품목에 달하지만 직접 생산하는 제약사는 10여개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고 판매해왔다는 의미다.◆동구·프라임 등 10여개사만 콜린알포 생산...위탁사들 대거 이탈동구바이오제약은 총 57개사가 콜린제제 연질캡슐의 위탁생산을 맡는 것으로 등록됐다. 한국프라임제약에 콜린제제 정제의 생산을 위탁한 업체는 34곳에 달했다. 다산제약은 30개사가 위탁한 콜린제제의 정제를 생산했다. 한국프라임제약은 25개사가 위탁 의뢰한 콜린제제 연질캡슐을 생산했고 서흥은 23개사의 콜린제제 연질캡슐에 대한 수탁 생산을 담당했다. 이들 4개사 5곳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콜린제제가 200개에 육박할 정도로 특정 업체들의 위수탁 쏠림현상이 심각했다는 얘기다.한국바이오켐제약, 대원제약, 비보존제약, 대한뉴팜, 삼익제약 등도 10개 안팎의 위탁사의 콜린제제 생산을 대행했다. 제네릭 위탁 허가가 범람했을 때 콜린제제의 허가도 봇물을 이룬데다 콜린제제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연질캡슐의 경우 생산시설을 보유한 업체가 많지 않아 위탁 제네릭 비중이 컸다는 분석이다. 콜린제제 중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인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도 서흥 오송 제2공장에서 생산된다.최근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지시 이후 무더기로 시장 철수 제품이 속출하면서 위수탁 시장도 요동쳤다.동구바이오제약은 콜린제제 연질캡슐 위탁사 57곳 중 70.2%에 달하는 40곳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동구바이오제약에 콜린제제의 위탁을 맡긴 업체 중 35개사가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3개사는 허가가 취소됐고 2곳은 유효기간 만료로 시장에서 퇴장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위탁사 57곳 중 29.8%에 불과한 17곳만 시장에 잔류한 셈이다.한국프라임제약은 콜린제제 정제 위탁사 35곳 중 14곳이 허가 취하와 취소 등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국프라임제약의 콜린제제 연질캡슐 위탁사는 25곳 중 절반이 넘는 14곳이 허가를 취하하거나 취소 처분으로 퇴장했다. 다산제약은 콜린제제 정제 위탁사 30곳 중 60%가 넘는 19곳이 허가를 취하했다. 서흥이 생산하는 콜린제제 연질캡슐 위탁 제품 22개 중 9개가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한국바이오켐제약, 대원제약, 비보존제약, 대한뉴팜, 삼익제약, 제뉴원사이언스, 콜마파마, 일성신약 등도 콜린제제 위탁사들의 적잖은 이탈이 있었다. 대한뉴팜은 자사 제품을 포함애 생산 중인 콜린제제 주사제 모두 허가를 취하했다. 삼익제약과 제뉴원사이언스는 수탁사인데도 자사 제품의 허가를 자진 반납했다. 콜린제제 수탁사 중 제뉴파마 1곳만 수탁 생산 중인 콜린제제 연질캡슐 2개 제품 모두 시장에 잔류했다.◆콜린알포 무더기 취하에도 전체 시장은 성장세콜린제제가 무더기로 퇴장했지만 정작 전체 시장 성장세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9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콜린제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12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5.4% 감소했지만 작년 4분기 이후 1167억원을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해 3분기까지 콜린제제의 누적 처방액은 3687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콜린제제가 효능 논란에 따른 임상재평가, 급여 축소, 환수 협상 등 각종 이슈의 중심에 있는데도 여전히 처방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모양새다. 3분기 콜린제제의 처방 규모는 4년 전인 2017년 3분기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콜린제제 보유 업체 중 절반 이상이 재평가를 포기하며 시장에서 철수했는데도 전체 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나타냈다는 점이 흥미로운 현상이다.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을 또 다른 콜린제제가 대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중견·중소제약사들 약진...수탁사들 처방액 껑충주요 품목별 처방액을 보면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일었다. 시장 이탈 제품의 처방을 경쟁 제품이 흡수하면서 갑작스럽게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제품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한국프라임제약, 한국휴텍스제약, 알리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에이치엘비제약, 코스맥스파마, 안국약품 등 중견·중소제약사들이 최근 콜린제제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모두 콜린제제 임상재평가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년 말이나 올해 초부터 갑작스럽게 상승세를 나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한국프라임제약의 ‘그리아’는 3분기 처방금액이 6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5.5% 뛰었다. 그리아의 처방액은 작년 4분기 46억원에서 올해 1분기 51억원으로 급증했고 2분기 58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리아의 3분기 누계 처방액은 176억원으로 작년보다 30.6% 상승했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지시 이후 지난해부터 시장 철수 제품이 속촐하면서 그리아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는 형국이다.동구바이오제약의 ‘글리포스’는 지난해 3분기 처방금액 11억원에서 1년만에 31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작년 4분기 1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억원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와 3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프라임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은 콜린제제의 위탁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수탁사다.한국휴텍스제약의 ‘실버세린’은 3분기 처방액이 3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5% 늘었다. 알리코제약의 ‘콜리아틴’은 전년보다 11.1% 증가한 37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실버레린과 콜리아틴도 올해 1분기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알리코제약의 ‘콜리아틴’은 작년 3분기 33억원에서 1년 만에 처방규모가 11.1% 늘었다. 에이치엘비제약의 ‘글리티아’는 작년 3분기 6억원에 불과했던 처방액이 27억원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에이치엘비제약의 ‘글리티아’, 코스맥스파마의 ‘콜린맥스’, 안국약품의 ‘카노아’ 등도 올해 들어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글리티아는 작년 3분기과 4분기에 각각 6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 1분기 10억원, 2분기 21억원, 3분기 28억원으로 급증했다.콜린맥스는 작년 4분기까지 처방금액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분기 처방금액이 20억원대로 상승했다. 안국약품의 ‘카노아’는 3분기 처방액이 13억원으로 전년동기 3억원보다 4배 이상 확대됐다. 대형 제약사들의 콜린제제의 처방액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시장 선두 그룹인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은 3분기 처방액이 281억원으로 전년보다 1.6% 감소했지만 3분기 누계처방액은 817억원으로 작년보다 1.7% 늘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의 3분기 처방액은 전년대비 3.3% 감소한 234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9월까지 처방액은 672억원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했다.최근 콜린제제 성장률이 높은 업체들 중 상당수는 영업대행업체(CSO)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CSO는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CSO가 주도적으로 시장에서 철수한 콜린제제의 처방을 다른 고객의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일부 업체들의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콜린제제를 생산하는 수탁사들이 위탁사의 이탈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전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가장 많은 위탁사 이탈이 발생한 한국프라임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은 자사의 콜린제제 처방실적이 크게 뛰었다.최근 시장에서 철수한 제품들의 매출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지난해부터 약 2년간 허가가 사라진 콜린제제는 총 129개 품목에 이른다. 이들 제품의 허가 연도는 2015년부터 2019년에 집중된다. 2019년 허가받은 콜린제제 중 49개 품목은 시장에 등장한지 1년만에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위탁 방식 제네릭의 허가가 수월할 당시에 시장에 진입했다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시장 철수를 결정한 제품이 많다는 의미다.콜린제제는 지난해 4600억원의 처방규모를 기록했는데 임상재평가 참여사 57개사들은 총 4047억원 규모의 처방실적을 냈다. 전체 시장의 88.0%를 올리는 업체들이 시장 잔류를 위한 임상시험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매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일부 이탈 업체들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2021-11-09 06:20:15천승현 -
'절반이 시장철수'...콜린 효능검증 요구에 무더기 퇴장[데일리팜=천승현 기자] 국내 허가받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 의약품 중 지난해부터 절반 가량 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정부의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허가를 반납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다른 의약품의 임상재평가보다 유도 허가 취소나 취하 제품이 많았다. 정부 규제 변화 움직임에 판매 계획이 없는 제품이 무분별하게 위탁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한 이후 무더기로 철수하면서 시장에 혼선이 발생하고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는 지적이다.◆콜린제제 278개 중 작년 이후 129개 철수...재평가 지시 이후 퇴장 봇물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허가받은 이력이 있는 콜린제제는 총 278개 품목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 첫 제품이 허가받았고 2006년 10개 진입했다. 이후 매년 1~7개의 콜린제제가 허가받았는데 2014년부터 허가 건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4년 27개의 콜린제제가 새롭게 진입했고 2015년, 27개, 2016년 39개, 2017년 28개, 2018년 30개 등 매년 30개 안팎의 허가건수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1년 동안 무려 82개의 콜린제제가 신규 허가를 받았다.식약처 허가를 받은 콜린제제 중 134개 품목이 허가 취하나 취소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콜린제제의 시장 철수는 최근에 집중됐다. 2019년 5개 품목이 허가 취하를 통해 시장에서 철수했고 지난해 78개, 올해 51개 품목이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약 2년 동안 지난 17년간 허가받은 278개 중 절반에 육박하는 129개 품목이 시장 철수를 선택한 셈이다. 총 113개 제품이 허가를 자진 취하했고, 9개 제품은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6개 품목은 유효기간 만료, 1개 품목은 폐업으로 시장에서 퇴장했다. 콜린제제의 동시다발적인 시장 철수의 직접적인 요인은 임상재평가로 지목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 콜린제제 보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 당초 식약처는 총 134개사를 대상으로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는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57개사가 재평가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77개사는 콜린제제의 재평가를 포기하고 시장 철수를 선택했다는 의미다.콜린제제의 시장 철수 비중은 다른 의약품의 임상재평가 사례와 비교하면 유독 높은 편이다. 지난 2013년 식약처는 뇌기능개선제 '아세틸-L-카르니틴' 성분 의약품을 보유한 53개사를 대상으로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 이때 44개사가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재평가 대상 제약사 중 17%만 이탈한 셈이다.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를 회피하는 업체가 유독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임상 성공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요인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콜린제제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적응증을 보유 중인 약물이다. 이중 ‘뇌혈관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만 재평가 대상에 해당하고, 나머지 적응증 2개는 임상시험 성패와 상관없이 삭제됐다.재평가 임상은 종근당과 대웅바이오의 주도로 진행된다. 종근당이 퇴행성 경도인지장애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을 각각 수행하고, 대웅바이오가 치매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일부 제약사들은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 특성상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재평가 참여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콜린제제의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영세제약사의 경우 임상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종근당·대웅바이오 컨소시엄이 추정한 예상 임상비용은 총 271억원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57곳이 약 4억7500만원씩 부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예를 들어 콜린제제의 1년 매출에 1억원에도 못 미칠 경우 임상시험 참여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최근 들어 콜린제제가 효능 논란 이후 정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임상재평가 참여를 주저한 이유로도 제기된다.우선 효능 논란 이후 급여 축소가 예고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콜린제제의 새로운 급여 기준 내용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제제를 사용할 경우 약값 부담률은 30%에서 80%로 올라가는 내용이다. 제약사들이 청구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작년 9월 시행 예정이었던 급여 축소는 아직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만약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면 급여 축소로 인한 콜린제제의 상업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커지면 처방 시장에서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보건당국의 환수 협상 요구가 제약사들 입장에선 더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작년 말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협상 명령 8개월만에 제약사들은 환수율 20%에 합의했다.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추후 임상실패시 콜린제제의 처방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집단 취하로 이어졌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재평가 임상시험은 최대 6년 6개월 이내에 종료된다. 종근당이 진행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임상시험의 경우 종료시한이 3년 9개월로 설정됐다. 대웅바이오의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시험의 경우 4년 6개월로 기한이 정해졌다.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재평가 결과 자료 제출을 정해진 기한 내에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 제출기한을 1회에 한해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환수비율 20%에 합의하고 6년 6개월간 진행한 임상시험이 실패했을 때 1년 처방금액 이상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허가 취하 제품 제네릭 범람 시기 집중 허가...정부 규제 변화에 무더기 허가·퇴장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하더라도 콜린제제의 무더기 취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콜린제제의 높은 상업적 가치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콜린제제의 지난해 원외 처방금액은 4600억원을 기록했다. 외래 처방 의약품을 성분별로 보면 콜린제제는 아토르바스타틴 단일제에 이어 처방 규모가 전체 2위에 해당한다.콜린제제는 최근 들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인 시장이다. 지난 2015년 1518억원에서 2016년 1955억원으로 28.8% 증가한데 이어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새 처방 규모가 3배 이상 확대됐다. 콜린제제가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치매를 치료하는 약물이 제한된데노인 환자들을 중심으로 뇌기능개선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콜린제제의 사용량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시장 철수한 콜린제제 중 애초부터 판매 의도가 크지 않은 제품이 많았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허가 취하·취소 콜린제제의 허가 시기를 보면 2014년부터 2020년에 가장 집중된다. 7년 동안 총 콜린제제 246개의 허가가 집중됐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132개 품목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나머지 10년 동안 32개의 콜린제제가 진입했는데 이중 15.6%에 불과한 6개 제품만이 취하 결정을 내렸다.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가장 많은 제품이 진입한 만큼 시장 철수 제품도 많았는데 전체 허가 건수 대비 철수 비중도 더 높았다는 의미다.이 기간은 유례없이 제네릭 허가가 범람했던 시기다. 정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13년 이후 제네릭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콜린제제도 2014년부터 허가 건수가 치솟았다.2014년 이후 콜린제제 허가 급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공동(위탁) 생동 규제'의 철폐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해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는데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폐지했다.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제네릭의 약가 등재 순서에 따라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되면서 제네릭 허가를 더욱 부추겼다. 2012년부터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 지난 시장도 적극적으로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2014년 또 한번 제네릭 허가규제가 완화됐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기존에는 다른 업체가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 의약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3개 제조단위(3배치)를 미리 생산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위탁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을 때 별도의 생동성시험과 허가용 의약품 생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 것이다.◆2019년 이후 허가 폭증...위탁제네릭 대거 퇴장콜린제제는 2019년 허가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공교롭게도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른 변화다.2018년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복지부와 식약처는 2018년 9월부터 ‘제네릭 의약품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려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이후 위탁제네릭의 허가 규제가 엄격해졌고 약가 산정기준도 하향 조정됐다.약가제도 개편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개편 약가제도에는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담겼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 공포를 통해 오는 2022년부터 위탁 제네릭에 면제됐던 허가용 제품 의무생산이 다시 시행된다.제약사들은 정부의 제네릭 규제 강화 이전에 최대한 많은 제네릭을 장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유례없는 제네릭 범람 현상으로 이어졌다.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사라진 콜린제제 129개의 허가 시기는 2015년부터 2019년에 집중된다. 2019년 허가받은 콜린제제 82개 중 50개는 시장에 등장한지 1년만에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사실상 시장에서 판매도 하지도 않고 재평가 지시 이후 퇴장한 모양새다. 최근 시장 철수를 결정한 콜린제제 대부분 위탁 제품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2020년 이후 허가 취하·취소 콜린제제 129개 중 93.8%에 달하는 121개가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약사들이 뚜렷한 판매 목표가 없는데도 시장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위탁 방식으로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진입하고 규제 강화에 시장에서 무더기로 철수하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다만 의약품 공동개발을 규제하는 개정 약사법이 도입되면서 제약사들의 무제한 위탁제네릭 허가 관행은 봉쇄된 상태다. 생동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까지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제약사 한 관계자는 “제네릭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을 때 판매 계획이 없는데도 가급적 많은 제네릭을 장착하려는 전략이 확산하면서 유례없는 제네릭 난립 현상으로 이어졌다”면서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제네릭의 집단 진입과 퇴출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비용 낭비도 초래됐다”라고 지적했다.2021-11-08 06:20:34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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