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시선] 신장질환제 급여와 재정 건전성[데일리팜=노병철 기자] 투석환자 건보재정 지출이 천문학적 금액을 뛰어 넘으면서 초기 신장질환 약제비 관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국내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2017년 20만6061명에서 2021년 28만2169명으로 36.9% 증가, 특히 80대에서는 82.8% 급증했다. 현재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30만명을 훌쩍 넘어선 단계다. 이에 혈액투석 환자 역시 기하급수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현재 10만 여명의 환자에 지출되는 건보재정은 3조원에 육박한다. 보건당국은 투석을 비롯한 만성신장질환에 대한 재정 절감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증가 추세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처방의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선제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보험급여를 통해 투석 등 만성신부전증에 대한 재정 지출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신장질환과 관련된 혁신 신약들이 대기 중인 점이다. 이와 관련된 약물은 2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바이엘 만성신부전치료제 케렌디아정을 들 수 있다. 최근 케렌디아는 제2형 당뇨가 있는 만성 신장병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 일선 병의원에 공급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케렌디아 급여적정성을 적극 검토한 이유는 결국 사회적 비용 절감에 있다. 만성 신장질환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혈액투석·복막투석·신장이식 치료·수술요법으로 넘어가는데, 연간 3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돼 그 과정에 약물요법을 적극 개입해 이를 극복하자는 여론을 적극 감안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구용 신성빈혈치료제에 대한 급여 도전도 환자단체를 비롯한 학계에 희소식이다. 관련 약물은 JW중외제약 에나로이·미쓰비시다나베 바다넴 등이 있다. 신장질환과 관련된 이들 혁신신약의 신속한 등재절차가 요구되는 이유 역시 환자 치료옵션 확대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들 수 있다. 더욱이 EPO 주사제로만 편재된 기존 신성빈혈치료제에 비해 경구용 알약형태라 환자 복약 순응도 역시 현격히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제형 신성빈혈치료제는 일반 신장질환 환자를 배제하더라도 투석환자의 빈혈치료 임상데이터를 기반했을 때 기존 주사제 대비 10~20% 가량 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혈전과 관련한 이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기존 약제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보여져 이를 문제 삼아 약가협상에 제동을 거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가깝다. 특히 최근 미쓰비시다나베 바다넴의 경우 FDA 승인을 비롯해 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 등재되며 안전·유효성 그리고 비용효과성까지 인정받아 국내 보건당국도 급여화 추진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성빈혈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아스트라제네카의 국내 철수는 많은 환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본사 차원의 고가약가정책 일환으로 보건당국과 제대로된 협상 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약품 유통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EPO 신성 빈혈치료제 외형은 1000억원 수준이며, 주사제·정제 모두 처방되는 해외시장은 10조원에 달하는 측면을 고려할때 뼈 아픈 철수 결정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다나베 바다넴과 JW중외제약 에나로이는 한국시장과 그 뜻을 함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미쓰비시다나베 바다넴은 최근 3년 간 3번째 보험등재에 도전하고 있다. 신약임에도 기존 EPO 대비 연간 약제비가 30~50만원 가량 낮게 책정됐다. 한국 환자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철학이 없고 서는 불가능한 약가 정책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점차 증가, 혈압 변화나 구역구토 등의 부작용에 따른 새로운 기전의 치료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신성빈혈 치료제 허가 당시 "규제 과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전·효과성이 충분히 확인된 약물이 신속하게 공급되도록 함으로써 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식약처의 의지 천명에 대해 이제 심평원이 화답할 때다.2025-03-19 06:00:16노병철 -
[데스크 시선] 신약 트렌드와 콜린알포세레이트[데일리팜=이탁순 기자] 매달 열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약제 급여의 최대 관문으로 최신 신약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몇년 전부터 트렌드를 이끄는 키워드는 '항암제', '희귀약', '바이오', '고가'이다. 과거 트렌드가 환자군이 많은 만성질환치료제에 있었다면 최근엔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바이오 표적 치료제들이 대세다. 이들 약제의 특징은 고가라는 점이다. 이를 반영해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은 고가 항암·희귀약 관리를 위한 제도 마련에 한창이다. 글로벌제약사들은 이제 특허만료 후 제네릭이 몰려드는 만성질환 합성의약품 개발보다는 환자는 적지만 경쟁이 덜한 항암-희귀약에 투자하고 있다. 약평위에서 이제 그 투자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신약개발이 덜한 국내제약사들 이름을 약평위에서 보기 어려운 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간간이 국산신약이 나올 때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보통 약평위의 주인공은 해외 제약사들이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트렌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은 2000년대 중후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시작됐을 때도 시기를 놓쳤었다. 셀트리온이라는 바이오벤처가 바이오시밀러 영역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수익의 실체가 없다",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등으로 애써 무시하려 했다. 곧바로 삼성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고, 규모의 경제를 이뤘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지금 국내 제약·바이오 매출 1, 2위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투고 있다. 과거 토종 제약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당시 자본으로 바이오시밀러에 투자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이오시밀러도 하나의 트렌드일 뿐이다. 10년 전부터 의약품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당뇨병신약이 잇따라 나오고, 항암제 시장은 내성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부터 키트루다같은 면역항암제까지 진화했다. 빅파마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희귀질환치료제를 사들이는 등 국내 제약사들이 따라가기엔 의약품 트렌드의 속도가 엄청 빠르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30년이 다 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다수 국내 제약사 제품 매출 순위 최상위에 있다. 2020년 재평가로 급여 적응증이 쪼그라들고, 효능이 의심돼 임상시험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성장을 했다. 제약사의 확실한 캐쉬카우인 셈이다. 지난 13일 대법원이 제약사 26개사가 제기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선별급여 고시 취소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을 계기로 소송으로 지연된 선별급여 고시가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도인지장애는 제외하고, 치매 질환에만 급여가 적용된다면 더 이상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국내 제약사의 캐쉬카우 역할을 수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5년간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축소를 방어하면서 매출은 유지했지만, 항암제와 희귀약이라는 시장 트렌드에서는 더 멀어진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물론 보령과 한독처럼 최근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는 제약사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제약사들이 과거 바이오시밀러 붐이 일던 때 처럼 내수시장 매출을 유지하느라 투자 타이밍을 잃고 도태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글로벌 시장 1위 품목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후발약은 제네릭의약품이 아닌 바이오시밀러이다. 셀트리온과 삼바의 개발은 시작됐지만,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그저 희망일 뿐이다.2025-03-16 18:15:16이탁순 -
[데스크 시선] 공공심야약국 연착륙 조건은[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일부 제약사들의 다이소 건식 판매를 비롯해 유통거인 신세계의 노파마시(No Pharmacy) 논란 등 일련의 약업계 이슈를 접하면서 국민건강 거점기지로서의 약국의 역할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저변에는 약국 공간 자체를 단순한 처방조제·일반약·건기식 소매상으로만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약국은 약물 전문가인 약사의 복약지도와 상담 등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언제나 국민건강 최일선을 담당해 왔다. 2012년 전격 시행된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이전에는 심야 또는 휴일에 간단한 파스류·소화제·진통제 1개를 구입하려면 반경 10km 내 약국을 찾아 헤매기 일쑤였다. 그나마 문을 연 약국을 찾으면 다행이고, 이 마저도 없을 경우에는 차라리 응급실행을 택하는 환자도 왕왕 있었다.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란의 시발점은 2008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일명 '약 슈퍼 판매 당위성 주장'이 그 핵이다. 그 무렵 대한약사회는 부랴부랴 서울지역을 비롯해 광역 시도지부별로 심야약국을 개설하며, 공기로서의 약국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후 약사회와 보건당국의 꾸준한 논의 끝에 직능단체의 자발적 심야약국은 최근 국가시책인 '공공심야약국'으로 재탄생됐다. 현재 전국 130여개 약국이 공공심야약국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별로 운영돼 오던 공공심야약국이 올해부터는 정부 주도로 일원화됐다. 시간당 운영비는 4만원으로, 국비와 지방비에서 각각 50%씩 부담하게 된다. 국비 2만원+지방비 2만원이 익월 지급되는 방식이다. 공공심야약국의 목적은 심야나 휴일 등 의료 취약 시간대 시민이 필요한 의약품 구매와 복약지도·경증 환자의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 등을 줄여 1차 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량 강화에 있다. 공공심야약국에 참여하게 되면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시군구 지자체와 협력해 지자체 홈페이지·블로그·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를 활용한 공공심야약국 홍보 ▲지역주민 홍보용 종이봉투 제작 및 제공 ▲지역주민 대상 공공심야약국 홍보 ▲간판 제작 및 지정서 교부 등이 그것이다. 공공심야약국은 공모 및 지정 절차가 확정된 날짜부터 운영에 돌입하며 연중무휴 매일 20시부터 익일 1시까지 운영된다. 해당 시간 중 3시간을 운영하면 된다. 동일한 시군구 지역에서 1개 공공심야약국이 주 7일, 365일 운영할 수 없는 경우 시군구 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통해 동일한 시군구에서 2개 약국이 공공심야약국을 요일별 교대로 운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약국간 거리는 100m 이내로 권고된다. 여기까지 얼핏보면 약국 수익 창출과 공중보건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법도 하지만 실상은 공익을 위한 상당한 헌신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모 지역약사회의 경우 공공심야약국 지원자가 단 1명도 없어 결국 분회장이 총대를 멨다. 20시~23시 또는 22시~01시 등 3시간 업무에 대한 댓가로 일당 12만원이 주어진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30원 대비 3만원 가량 많지만 전문직군·퇴근 후 시간외 수당 등을 고려한다면 괄목할 수준의 임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약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취미생활 영위를 위해 해당 시간만큼 근무약사를 고용할 경우 1일 국비 지원금 12만원은 고스란히 인건비로 계상돼 이에 따른 수익은 사실상 제로다. 그동안 누적 데이터에 따르면 심야시간대 약국에서 주로 구매된 품목은 파스, 해열 및 소염·진통제로 객단가가 낮은 제품이 대다수다. 약국가에 따르면 해당 심야시간대 3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알바 약사'를 구할 수 있는 여건·상황만되도 축복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공공심야약국 참여 약사는 초급을 다투는 위급상황이 아닐 경우 묵묵히 홀로 약국을 지키며 봉사의 마음으로 약국을 연다. 기존 4만원에서 1만원 가량 오른 일당 책정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로그인 베이스 출퇴근 체크 시스템이다. 공공심야약국은 매일 공공심야약국 웹사이트에 로그인(요양기관번호 및 대표약사 면허번호로 로그인)해 운영시간 동안 발생한 의약품 조제·판매·상담 정보와 의약외품·건강기능식품 판매 정보 등을 입력해야 한다. 운영 시작 시각을 기준으로 10~15분 전 회원 정보를 기반으로 로그인을 진행해야 하며, 로그인하지 못한 경우 공공심야약국 운영시간 중에라도 반드시 로그인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약사들은 해당 로그인 확인 제도는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심야약국은 사실상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해당시간 동안 약국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쓰리아웃제나 주민신고제, 국비지원금 2배 회수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심야약국 웹사이트(http://pnp.kpanet.or.kr) 내 제품 내역 확인 시스템 간편화도 조속히 개선돼야할 과제다. 이름이 비슷한 케미칼·생약성분 일반약의 경우 제품 검색과 확인에 곤란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빠른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여기에 더해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갑작스럽게 근무약사를 쓸 경우 보건소 신고가 필수조건인지 등의 메뉴얼·지침 정립도 필요해 보인다. 심야시간대 처방조제 업무는 전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만에 하나 조제실수에 따른 다양한 약화사고와 이에 따른 피해보상체계 마련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비돼야할 사안이다. 일명 약 슈퍼 판매 이슈가 기폭제로 작용한 심야약국 개설은 조찬휘·김대업·최광훈 전 대한약사회장을 거쳐 권영희 신임 대한약사회장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골격을 완성했다.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국비지원도 좋지만 대한약사회 차원의 일부 재정 분담안 마련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말그대로 '공공' '공익'을 위한 심야약국인 만큼 이에 대한 약사회의 자구책 마련도 합목적성 달성의 필수조건이다. 약에 대한 업권수호의 진정한 힘은 약사면허를 위시한 강경노선이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한 헌신적 노력과 시대적 상황 직시 그리고 약사직능의 미래를 꿰뚫는 혜안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민관이 함께 하는 '초아의 봉사-공공심야약국'이 대한민국 약국의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으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2025-03-14 06:00:01노병철 -
[데스크 시선] 임상시험 강국 도약의 조건[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신약 개발의 절차적 과정은 후보물질 탐색, 전임상, 임상시험 1·2·3상, 판매 허가 승인으로 대별된다. 이러한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은 안전·유효성·부작용을 확인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수반되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과정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 최근 들어 임상시험의 사회적 가치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참여자가 연간 1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최근에는 혁신신약 후보물질 경향이 희귀질환치료제 개발로 변화하면서 임상시험 참여가 곧 치료기회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희귀·난치병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와 임상시험 참여자의 권익보호, 신약 개발 역량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새로운 제도 마련은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암, 당뇨, 알츠하이머 등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니즈에 맞춰 신약개발 또한 항암·희귀질환 치료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FDA에 승인된 신약 중 희귀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로 15년 전 30~40% 보다 두 배 가량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항암제는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이루고 있고, 희귀질환 치료제는 연평균 11%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신약 개발 비용과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조4500억원에서 2017년 2조42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1990년대 약 11년이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은 최근에는 13.5년으로 늘었다. 이는 임상시험의 장기화·비용 증가가 신약개발 비용 증가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증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임상시험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 2019년 125조원에서 2024년에는 143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을 통한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항암제를 포함한 새로운 치료법은 암 사망률을 26% 감소시키고, 암환자의 5년 생존률을 41% 증가시키는 등 수명연장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도 창출한다. 헬스케어산업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외국 R&D 자금 유치와 임상시험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 또한 주목받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는 고용한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 창출 잠재력 또한 높다. 글로벌 임상시험은 2014년 이후 급격한 감소 이후, 현재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임상시험 부동의 1위는 북미로 점유율 45%, 2위는 유럽으로 28%, 중국은 11%를 기록하며 3위에 랭크돼 있다. 우리나라 임상시험 글로벌 점유율은 4% 수준으로 15년 보다 1.5% 포인트 증가, 세계 석차도 10위에서 7위로 향상됐지만 여전히 극복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임상시험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자국의 임상시험 유치를 위해서 각 국가들은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다기관 연구의 기관별 심의에서 단일 심의로 효율화를 추구, 중국은 임상시험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 주도의 전략적 중장기 계획 및 개혁 정책을 마련 중이다. 유럽 또한 자료 운영의 편리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운영 전략을 시행 중이며, 호주는 임상시험의 R&D 세제혜택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 신고제를 통한 임상시험 신속 수행 등으로 초기 임상시험의 허브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임상시험 규모는 6조원 규모로, 규제의 국제조화를 위한 노력과 우수한 인프라를 통해 급격히 성장해왔다. 2002년 임상시험계획 승인제도(IND)를 도입하면서 큰 폭으로 성장해왔으나, 2012년 이후부터는 저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임상1상과 같은 초기단계 임상시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2018년 임상1상 시험 211건 중 다국가 초기 임상시험은 50건으로 24%에 불과해 다국가 임상시험 유치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양질의 풍부한 의료 인력과 미국·유럽의 1/4 수준의 저렴한 임상시험 비용으로 임상시험 유치에 유리한 여건이었지만 수입통관 비용 증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임상시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환자중심 신약개발 강국 실현을 위한 스텝은 첫째 임상시험 안전관리 체계를 획립하고, 둘째 임상시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그리고 끝으로 치료 기회 확대와 국제협력 시스템 마련으로 대별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임상시험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안전·신뢰가 확보된 임상시험으로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은 물론 신약 개발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을 확보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원대한 청사진이 계획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철저한 해외 사례 연구·도입을 통해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한다. 민관 협치의 미학을 발휘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임상시험 유치를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2025-03-10 06:00:20노병철 -
[데스크 시선] PN제제 급여제한과 합리적 해법[데일리팜=노병철 기자] PN 성분 관절강주사제 선별급여 행정예고 조치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많은 제약사들이 옥동자로 키워 온 800억대 관련시장이 자칫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을 법원의 올곧은 법 해석으로 잠시나마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7일 제약사 측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판단 이유는 고시가 집행될 경우 회복·감내하기 어려운 손해가 자명해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5년 7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6개월 내 최대 5회·1주기 급여 인정 고시' 행정 효력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정지된다. 이로써 소송에 연관된 상당수의 제약사들은 2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얻을 수 있게 됐고, 이 기간 동안 조건부임상을 진행하며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할 여유를 확보했다. PN 성분 관절강주사제 선별급여 이슈는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평원은 해당연도에 PN제제 선별급여 기간이 도래됨에 따라 적합성평가위원회·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를 열고, 본인부담률을 기존 80→90%로 상향키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번 PN제제 선별급여의 핵심 이슈는 '치료 개시 시점 6개월 이후 투여 제한'으로 평가되는데, 실제로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 될 경우 관련 시장은 사실상 고사될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PN 성분 관절강주사제를 제조·판매 중인 제약사는 20여곳으로 파악되며, 시장 외형만 무려 800~1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당시 업계·학계의 중론은 의약품·의료기기를 불문하고, 대체약제 대비 비교열등한 임상 데이터 존재 시, '보험급여 퇴출'과 관련한 직권조정은 행정권 남용으로 판단, 심평원·보건복지부 등에 조건부임상 요청 등의 입장·의견서를 전달했다. 더구나 PN제제는 신의료기술로서 보험급여에 진입한 품목으로 의약품인 콜라겐·히알루론산나트륨주사제의 안전·유효성에 비해 열등하지 않는 임상결과를 확보상태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PN·콜라겐·히알루론산주는 통상 6개월에 1~5회 투여 요법을 진행하고 있고, 그 효과와 안전성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선별급여 도래에 따라 PN주사에 대해 생애주기 단 1회 접종으로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더욱이 신의료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진입은 유사 비급여 제품에 대한 무분별한 진료수가 상한 폭을 제한하는 적극적인 환자 배려 정책으로 건보재정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민간 실손보험의 발달로 본인부담금은 최소화할 수 있고, 국가건보재정 손실도 등재 의약품 대비 1/4 수준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이번 급여제한 조치에 의문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번 PN제제 선별급여와 관련한 쟁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보건당국의 행정 집행에 대한 파급효과와 실증적 사례 응용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행정)법원은 심평원·복지부의 감내하기 어려운 급여삭제·약가인하 등의 행정집행에 대해 중대하고 심각한 물질·경제·정신적 피해가 예견되는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왔다. 이번 PN제제 급여제한 집행정지 인용 역시 관절강주사제 시장의 막대한 시장 훼손과 환자 치료 복지 그리고 의사의 치료·처방권에 대한 월권적 제한 등이 정상 참작됐다. 막대한 소송비는 정부와 제약사 모두에 큰 손실로 작용한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동아ST 스티렌정을 선례로 들며 조건부임상을 유력 관측했지만 결국 결과가 뻔한 고시를 강행해 이같은 소송전을 치르고 있어 행정력과 막대한 세금 낭비 등의 피해를 자초하고 있다. 스티렌의 경우, 지난 2011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투여에 따른 위염 예방' 적응증 확보를 조건으로 약 2.5년 간 급여를 인정받은 선례가 있다. 당시 스티렌정 급여축소 분쟁은 비록 유용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자료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보건당국의 직권조정에 대항해 급·만성 위염 치료 적응증 등 800억대 블록버스터 국산 천연물의약품의 권위와 자존심을 지켰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불편 등의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향후 관련 제약측은 본안 소송에서도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흔하지는 않지만 행정예고가 떨어진 뒤라 할지라도 이를 철회한 사례도 있다. 이는 행정착오·행정과오집행 이후에도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고 오직 국민과 환자 권익을 위한 소통과 대화의 미학에 따른 결실로 평가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PN제제 선별급여 제한에 따른 재정 손실과 환자 불편 가중, K-바이오 경쟁력 상실 등의 피해를 곱씹고, 지금 당장 이에 대한 행정예고를 철회함이 마땅하다.2025-03-04 06:00:08노병철 -
[데스크 시선] 규제 혼선이 할퀸 제네릭 생태계[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몇 년간 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출 전략은 큰 변화를 겪었다. 정부 규제 변화에 무차별 진출에 무더기 철수를 반복하는 우왕좌왕하는 현상이 연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허가받은 전문의약품은 589건으로 전년대비 35.6% 줄었다. 지난 2019년 4195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86.0% 쪼그라들었다. 전문약 허가건수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1618개, 1562개를 기록했는데 2019년에는 4195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0년에는 2616개로 2년 전보다 67.5% 늘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600개, 1118개로 줄었고. 2023년과 지난해에는 1000개에도 못 미쳤다. 표면적으로는 제약사들의 전문약 사업 진출 동력이 크게 꺾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상은 정부 규제 혼선이 초래한 기현상이다. 2018년 불순물 초과 검출로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 175개 품목이 판매 금지되자 보건당국은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가 정부의 제네릭 난립 억제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편 약가제도에는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담겼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제네릭 규제 강화 이전에 최대한 많은 제네릭을 장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제약사들이 새 약가제도 시행 이전에 이미 허가 받을 수 있는 제네릭은 대부분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약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장착한 제네릭 제품들이 팔리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속출했다. 지난해 11월 의약품 1000개 품목이 미생산·미청구를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삭제됐다. 보건당국은 최근 2년 간 보험급여 청구실적이 없거나 3년 간 생산실적 또는 수입실적이 보고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 급여목록에서 삭제한다. 급여 삭제 의약품 1000개 품목 중 2000년과 2019년 허가 제품이 각각 334개, 187개 품목으로 가장 많았다. 급여삭제 의약품 절반 이상은 시장 진입이 5년에도 못 미치는 신제품이라는 얘기다. 지난 2023년 5월 1일 의약품 322개 품목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삭제됐는데 당시에도 2019년과 2020년 허가 제품이 총 221개로 68.6%를 차지했다. 정부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약사들이 무분별하게 제네릭 허가를 받으며 시장 난립이 가속화했고 정작 팔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며 허가 비용만 날리는 현상이 확산했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장에서 사라지는 전문약이 신규 진입 건수를 앞질렀다.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전문약 신규 허가가 시장 철수 제품을 압도했다. 지난 2015년 신규 허가 전문약은 2406개로 취소·취하 제품 977개보다 2배 이상 많았고 2016년에는 신규 허가 제품이 시장 철수 제품보다 3배 이상 많았다. 2019년에는 허가 취소·취하 제품이 1283개로 신규 허가 30.6%에 그쳤고 2020년 신규 허가 제품은 시장 철수 제품보다 691개 많았다. 지난 2021년 허가 취소·취하 전문약이 1687개로 신규 허가 1600개를 넘어섰고 격차는 점차적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시장 철수 의약품이 2432개로 허가 제품 589개의 4배 이상 압도했다. 정부의 대책 없는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약사들이 무분별하게 제네릭을 장착했고 일정 기간 이후 무더기로 사라지면서 적잖은 사회장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의 규제 번복도 제약사들의 제네릭 난립과 전략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 지 오래 지난 시장도 적극적으로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네릭 난립 문제가 고착화하면서 8년 만에 계단형 약가제도가 부활했다. 위탁 제네릭의 허가용 의무생산 규정도 숱하게 번복됐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GMP 적합판정서’ 제도를 도입하면서 위탁 제네릭의 허가용 생산과 GMP 평가자료 제출 규정을 면제했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품질·안전관리 강화를 이유로 위탁제네릭의 GMP 평가자료 제출 규정이 부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 제조 공정 위탁 의약품의 GMP 평가자료가 규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다시 면제됐다. 정부의 규제 변화를 대비해 제약사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움직임에 시장이 더욱 교란됐다. 기업 활동에 따른 손실은 스스로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규제 변화에 따른 시장 영향을 예측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지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정부 정책이 늘 시장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과연 지난 몇 년간 펼쳐진 제네릭 관련 정책에 대해 돌아보려는 노력이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 규제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현상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했을리 만무하다. 정부는 또 다시 제네릭 약가를 깎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국내 약가를 해외 주요 8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캐나다)의 약가와 비교해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A8 국가 중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6개국의 조정평균가격에 맞춰 국내 약가를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는 거세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외국과 제네릭 약가를 비교하려면 등재 시점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제약업계의 목소리를 신중하게 들을지는 미지수다. 제약업계의 우려는 외면한 채 또 다시 일방통행식 정책이 나올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최소화하려먼 제약업계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2025-02-28 06:17:51천승현 -
[데스크 시선] 대체조제와 의사들의 반대[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체조제 활성화에 소극적이던 보건복지부가 사후통보 방식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을 활용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간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의사단체 등의 반발과 국회와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번번이 폐기돼 왔던 게 현실이었다. 결국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보다 손쉬운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선택했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단순하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수단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을 추가하는 게 전부다. 25년 만에 대체조제 관련 손질인데, 늦었지만 다행이다. 소극적이던 복지부를 움직인 배경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품절약 문제다. 품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일성분에 대한 대체조제 간소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비대면 진료다. 비대면 진료 후 처방전이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전송되는 상황에서 대체조제 간소화는 필수적이다. 복지부는 향후 비대면 진료 제도화까지도 염두에 놓고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의약품정책연구소가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약사 대상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처방약이 품절이거나 인근 병의원 처방이 아닌 경우 대체조제한다는 비율이 높았고 대체조제에 대한 약사의 만족도는 2.2점으로 매우 낮았는데 낮은 만족도의 원인은 '사후통보 절차의 번거로움'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대체조제율은 1.25%였다. 심평원 업무포털이 사후통보 수단으로 추가되더라도 비약적인 대체조제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전국구 처방을 수용하거나 타지역 의료기관을 다녀온 단골환자 방문 시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의사단체의 반대다. 이미 약사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의견조회 사이트를 보면 의약사들의 찬반 격론이 한창이다. 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의사들은 약사들에게 또 다른 리베이트가 갈 것이라는 주장과 제네릭 의약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자가당착이다. 약사 리베이트 주장을 하는 것은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여기에 의사들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제네릭은 동료 의사들이 처방하는 제품일 수 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대체조제 사후통보 수단을 하나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사후통보를 폐지하는 것도, 대체조제를 강제화하는 것도 아니다. 대체조제가 꼭 필요한 약국에 원활한 사후통보를 할 수 있게 편의를 도모하는 게 전부다. 의사들의 대승적인 동의가 필요한 이유다.2025-02-19 11:10:20강신국 -
[데스크 시선] 톡신 간접수출과 재량권 일탈[데일리팜=노병철 기자]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과 관련한 약사법시행령 제32조의 [별표 1의2] 제14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1심법원은 식약처의 톡신 간접수출과 관련한 해당 품목 제조·판매 업무정지 및 회수·폐기명령에 대해 그 부당성을 천명한 바 있다. 이중 한 제약사의 관련 사안은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며, 몇몇 제약사들의 동일사안도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얼핏 보면 지난 2021년 11월 촉발된 톡신 간접수출 논란과 소송전은 제약사의 판정승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법률 미비와 오류가 존재하고 있다. 바로 간접수출 절차와 수출 주체에 대한 명시적 조항 마련의 당위성과 행정권 남용이 그것이다. 먼저 약사법시행령 32조 2항은 수출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수입과 국내 판매에 관한 의약품 취급 권한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표 1의2] 제14호는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하여 수출절차를 대행하려는 자에게 의약품을 수여하는 경우'에는 의약품을 소매·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개정·삭제·단서조항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를 근거로 식약처는 제조사가 수출업체(무역업자)에 의약품을 전량 넘기고 물품대금을 받는 것이 약사법 위반이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억지 춘향격 행정집행으로 속칭 갑질에 불과하다. 만약 이 같은 법 적용을 정확히 집행하려면 보툴리눔 톡신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케미칼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간접수출에도 모두 똑같은 잣대를 내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송 중인 민감한 사안이라 기업명을 거론하기는 곤란하지만 금감원 공시자료만 조사하더라도 상당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간접수출을 통해 수출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만약 식약처 기준대로라면 이들 기업 역시 무역업자를 통한 의약품 전량 수출의 위법성을 따져 허가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져야 함이 맞다. 그렇지만 식약처는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톡신 간접수출이 행정오인·행정착오에서 비롯된 잘못된 처분이었던 만큼 책임을 회피하고 면책하기 위해 약사법 법률미비를 악용해 이번 소송에서 반드시 이기거나 제약사를 회유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고 도무지 납득도 어렵다. 더욱 중요한 점은 수출에 대한 모든 규제는 이미 1991. 12. 31. 약사법 개정을 통해 전면적으로 폐지, 대외무역법으로 이관됐다. 이런 이유로 식약처는 이번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과 관련해 어떠한 행정조치 권한이 없다. 구약사법(1991. 12. 31. 법률 제44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는 의약품 수출입업을 별도로 규정하면서, 의약품 수출입업 허가를 받은 자가 의약품을 수출입 하고자 할 때에는 품목마다 보건사회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제3항), 구약사법 시행규칙(1992. 6. 30. 보건사회부령 제891호로 전부개정 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은 의약품 수출품목 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화환수출신용장사본·수출대금입금증명서·수출계약서를 첨부해 보건사회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까지 규정해 놓고 있었다. 다시 말해 1990년대 수출 관련 조항 약사법 개정이유는 불합리한 규제 혁파를 통한 수출활성화와 국부 창출에 기반한다. 당시 의약품 등을 수출입 하고자 할 때에 대외무역법에 의한 무역업 허가와 약사법에 의한 수출입업의 허가를 이중으로 받도록 되어 있는 제도를 국제무역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해 의약품 등의 수출입업 허가제를 폐지하고, 의약품의 수출에 대해서는 대외무역법의 절차를 따르도록 했다. 또한 이번 톡신 간접수출 이슈에서 식약처는 2019년 대법원 판례(2019도9639)를 제시하며 제약사가 무역업자(수출대리상)에 의약품을 무상 수여해 수출한 경우만 합법적 간접수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적절한 인용례가 아니다. 해당 대법원 판례는 간접수출에 대한 명시적 판결이 아닌 무자격자의 마약류 판매와 관련한 유상 양도양수에 대한 사건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식약처가 근거로 내세운 수여를 통한 간접수출 합법성 대법원 판례는 무자격자의 의약품 국내 불법 유통에 관한 판결로 이번 톡신 간접수출 논란의 핵심인 수출 주체와 대금결제 방식의 법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확증된 판결이다. 간접수출의 합법성은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서울남부지방법원·대법원 등에서 선언적으로 판시됐으며, 이미 34년 전 대외무역법으로 이관돼 재론할 가치조차 없다. '의약품도매상 이외에는 의약품을 판매(수여 포함)할 수 없다'는 약사법 제47조에 따른 간접수출 불법화는 무지에서 비롯된 행정착오에 불과하다.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2조와 대외무역관리규정 제25조에 따라 무역업체의 전량 수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라면 기소 자체가 난센스다. 간접수출에 대한 법적 근거가 확실한 작금의 상황에서 어찌보면 약사법시행령 개정·삭제·단서조항 마련 건의도 어불성설이지만 법률 미비에 따른 또 다른 제2·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현행 약사법 제2조는 '약사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조제·감정(감정)·보관·수입·판매(수여를 포함한다)'고 명시, 수출에 대한 내용은 제외돼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협회 역시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2조 제11호·대외무역관리규정 제25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근거해 무역업체를 통한 국가출하승인 의약품의 간접수출을 인정하고 있다. 수출은 약사법에서 명시하는 판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은 대법원 판결(2001도2479)은 간접수출과 관련한 합리적 판례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2016형제44811호 사건에서도 무역업체를 통한 주사제 간접수출은 약사법상 '(국내)판매'에 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수출로 인정돼 무혐의 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피의자(제조업체)는 국내 수출업체에 주사제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이를 공급, 실제 외화 획득용 원료·기재구매 확인서 교부 등 간접수출과 관련한 모든 물적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피의자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 간접수출은 약사법 제47조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톡신 제조사가 무역업체를 통한 간접수출 절차에 있어 전문의약품이 국내로 유통됐을 경우라면 식약처의 말대로 처벌이 가능하다. 무역업자의 전문의약품 수출은 간접수출로 합법이지만 국내로 유통시킬 경우 무자격자의 의약품 취급에 해당돼 위법이다. 약사법 47조는 '의약품도매상 이외에는 의약품을 판매(수여 포함)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2019도9639)도 무자격자의 마약류 의약품 국내 유통이 분명한 위법임을 확증적으로 판시했다. 이를 준용 시, 톡신 제조사가 무역업체의 수출용 톡신제품을 국내로 빼돌린 정황을 미리 알았음에도 불구 지속적인 거래를 유지해 왔다면 양자 모두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수출업자의 국내 불법 의약품 유통과 관련한 약사법 위반으로 현행 대외무역법에서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간접수출과는 무관하다. 헌법을 비롯한 법률·명령·조례·규칙의 정당성 확립을 위한 조건은 5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해당 법이 정의에 입각해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국민주권·국민권익·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확립하기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입법과 집행 전에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서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도 관건이다. 법률 제정과 배경·명분 그리고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그 집행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또한 법률·행정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했는지도 빼놓을 수 없다. 끝으로 피해 보상 등 권리구제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행정청은 국민과 입법부로부터 부여받은 재량권에 대해 일탈되지 않도록 적법하면서도 정의롭게 행사해야 한다. 입법자로부터 부여받은 재량권의 외적 한계를 넘어선 재량권 행사는 남용에 해당한다. 재량권의 유월은 실권의 법리와 같은 행정법의 일반원칙이나 법의 일반원칙·조리 등에 의한 내적한계를 넘어선 위법에 해당한다. 간접수출의 대외무역법 이관을 통한 합법성은 해당 법률의 명시적 조항은 물론 대법원·검찰의 판례·수사 사례로 명명백백하게 인정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예정된 톡신 간접수출 적법성을 다시 한번 따지는 대법원 판결로 그 누군가의 재량권 남용에 철퇴를 가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할 경우 이를 바로 세워 오직 국민을 위한 약사법·대외무역법으로 거듭나야 한다.2025-02-10 06:00:59노병철 -
[데스크 시선] 사후통보 방식 변경, 시규 개정 가능할까[데일리팜=이탁순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품절 대응으로 대체조제 사후 통보 방식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을 추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처방전 의약품과 성분·함량·제형이 동일한 다른 의약품에 대해 의사·치과의사 사전 동의 하에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생물학적동등성이 인정된 품목 등 일부에 대해서는 사후통보를 조건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한데, 문제는 사후 통보 방식을 전화, 팩스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화, 팩스 등으로 의사와 직접 소통에 부담을 느낀 약사들이 대체조제를 망설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전화, 팩스 외에 의료인들이 상시 이용하는 심평원 업무포털 시스템을 추가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의약품 수급 불안이 해소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입법예고 기간은 3월 4일 까지 이다. 대체조제 활성화를 꾸준히 제기한 약계는 시행규칙 개정 추진에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의료계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내과의사회는 입장문에서 "대체조제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강력 반대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의약품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의사와 약사 간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제안됐지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반대는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시행규칙 개정 완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견 청취 기간 동안 의료계의 확고한 반대 입장을 확인한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는지 태도가 모호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소위에 나와 약사법을 개정해 대체조제 심평원 사후통보를 허용하는 것 보다는 의사와 약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야당이 제출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 간소화 약사법 개정에 반대하며 한 발언이다. 사후통보 대상에 심평원까지 확대하게 되면 의-약사 간 직능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심평원이 간접적으로 대체조제 통보 업무를 지원·관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정해달라고 건의했다. 박 차관 발언 바탕에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 간소화 추진 핵심은 여전히 의사와 약사 간 충분한 협의로 보인다. 더욱이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풀기 위해 의료계와 대화 창구가 절실한 정부로서는 의사를 패스하긴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이번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 변경을 담은 약사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기간이 만료된 후에 복지가 의료계가 반대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과연 밀어붙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생긴다. 섣부른 추진에 시행규칙 개정도 못하고, 의료계와 대화 단절만 더 굳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 추진이 약사법 개정안 거부에 대한 명목쌓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번 시행규칙 개정이 오로지 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라는 민생 해결책이라는 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 협의만 강조한다면 제대로 된 문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2025-02-02 12:59:43이탁순 -
[데스크 시선] '답정너'식 약가 재평가 시대유감[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지난날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제네릭 위주 구성으로 다국적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R&D 투자비율이 낮아, 근거중심 자료 축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혁신신약을 포함한 개량신약·제네릭 등의 전문의약품은 비임상·임상시험을 진행, 식약처의 안전·유효성 평가자료 검토를 거쳐 판매 허가를 받은 후 임상·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제품에 한해 보험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그리고 환자권익을 위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을 투자하며 임상적 근거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1990년대까지 제네릭 위주의 편재를 유지해 오다 2000년대부터는 천연물의약품(구 천연물신약)을 비롯한 개량신약 그리고 베스트 인 클래스 제제를 필두로 의약품 주권확립에 매진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헬스케어산업은 2012년 일괄약가인하를 비롯한 각종 약가인하 시스템 도입에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련을 겪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로는 국가 신성장 동력 산업군으로서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규제강화로 귀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심평원 주도의 급여 적정성 재평가다. 약가 재평가로 대별되는 이 제도의 전신 격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과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들 수 있다. 기등재 목록 정비란 2006년 12월부터 치료·경제적 가치가 높은 의약품만 선별적으로 보험에 등재를 해주고, 특허만료의약품은 제네릭 의약품이 등재될 때 약가를 20% 인하하는 '약제비 적정화방안' 명목으로 시행된 바 있다. 한편, 그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에 대해 경제성평가를 실시해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이 낮은 의약품은 약가를 인하하거나 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의문점 하나가 있다. 의료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처방돼 온 의약품이 보건당국-제조사-환자단체-학계와의 진정성 있는 사회적 합의 절차없이 사실상 일방적인 가이드라인 설정으로 약가를 후려 쳐도 되는지에 대한 의견이다. 더욱이 식약처의 적법한 허가 과정을 거친 약물을 교과서·진료지침·임상문헌 등이 부족하다고 해서 급여에서 제외 시키거나 약가인하 등의 평가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 급여 적정성 재평가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이 낮은 의약품에 대해 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더욱이 약가 재평가 외에도 사용량 연동약가인하, 사용범위 확대 약가인하 등 다양한 기전의 약가사후관리시스템 속에서 반복적이면서도 중복적인 약가 재평가 사업은 건보재정 건실화 확보라는 대명제 하에 결국 어떻게든 등재가격을 깎겠다는 보건당국의 칼춤이 아니고 무엇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책과 제도 시행에 앞서 눈앞에 보이는 근시안적 결과에 집착치 말고 역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즉 갑작스러운 보험약가정책의 변화는 국내 제약기업과소비자의 약제비 지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개한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가 이를 방증한다. 자료에 따르면 제약산업 성장세 둔화의 변곡점은 2012년 일괄약가인하가 기준점이다. 또, 약가인하에 대한 보건당국의 압력이 심할수록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비중이 증가(약 10%)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여기에 더해 급여 전문의약품 내 미인하 품목 생산비중 증가(평균 약 5.7%), 자체생산 제품 비중 감소, 수입의약품 코프로모션 비중도 증가한다. 급여의약품의 비중이 줄어 건보재정이 절감되기는 했지만 결국 비급여의약품 사용이 늘어 소비자의 약제비 부담도 13.8%나 증가했다. 급여 적정성 재평가 등에 의한 급여제외 결정 시 이미 제조·수입 중인 물량에 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제약사의 몫이며, 소송 쟁송 등 불필요한 행정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도 빼놓을 수 없는 약가인하 역효과다. 결국 일방적 약가인하는 급여 건전성 측면에서는 효과를 거뒀지만 국가 의약품 주권 확립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제약바이오기업 저성장·경쟁력 약화와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으로 전락했다. 물론 효과 없는 약을 걸러낸다는 사후평가의 취지는 백번이고 지지한다. 다만 평가주체는 동일한데 아무런 설명 없이 사전 평가와 사후 평가 기준이 달라졌고, 가이드라인이 계속 바뀌면서 중복적이면서도 반복적 약가 재평가가 지속된다면 제약기업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까. 이제 우리나라 헬스케어산업은 태동기를 넘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특정 제제연구 분야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그렇다고 근간인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무시하고 신약에만 올인 하는 것은 자승자박의 길이다. 단편적으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정부 주도의 천연물의약품(구 천연물신약) 육성 개발 사업만 보더라도 그렇다. 대표적 제품으로는 조인스와 스티렌 등이 있다. 당시 정부의 정책만 철석같이 믿고 천연물신약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기울인 현시점에서의 결과는 뭔가. 지속적인 약가인하에 따른 외형 축소뿐이다. 특히 단일제품으로 한때 1000억에 육박했던 애엽제제의 약가인하는 조령석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를 신뢰하고 의약품을 개발한 제약사는 생각도 안하고 일단 약값을 깎고 본다는 예측성 결여 약가정책으로는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은커녕 내수 진작도 어렵다.2025-01-15 06:00:00노병철
오늘의 TOP 10
- 1"이 약 먹고 운전하면 위험"...약사 복약지도 의무화
- 2"사업자 등록할 약사 찾아요"…창고형약국, 자본개입 노골화
- 3"투자 잘했네"…제약사들, 비상장 바이오 투자 상장 잭팟
- 4오너 4세 투입·자금 전폭 지원…티슈진, 인보사 재기 승부수
- 5명인제약, 8년 연속 30% 수익률…이행명이 만든 알짜 구조
- 6경기도약 통합돌봄 교육...약사 350여명 열공
- 7강남구약, 첫 회원 스크린 골프대회…나호성·오선숙 약사 우승
- 8SK바이오팜, 미 항암 자회사에 512억 수혈…TPD 개발 지원
- 9SG헬스케어, 중앙아시아 수주로 흑자전환…CIS 편중은 과제
- 10서울시약, 전국여약사대회 앞두고 역대 여약사부회장 간담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