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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 100원 팔아 1원남는 도매, 제약이 왜 흔드나

  • 데일리팜
  • 2017-07-31 12:14:54
  • 류충열 전 초당대학교 겸임교수

류충렬 전 초당대 겸임교수
요즈음 도매유통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크든 작든 살림살이가 갈수록 더더욱 팍팍해지면서 한계상황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겉으론 연매출 3조 원이니 1조 원이니 하는 초대형 유통회사들도 생겨나고, 선진국 이상의 최신 대형 물류센터를 경쟁적으로 여기저기에 구축하고 있으니 잘나가고 화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텅 빈 강정이다. 먹잘 것 없이 빛깔만 곱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산 100억 원 이상인 의약품 도매유통사 129개 처에 대해,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려진 2016년 결산자료를 분석해 보면, 매출액순이익률(순이익/매출액*100)이 평균 1.5%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0원 팔아 고작 1.5원 남겼다는 예기다. 매출 1조원이 넘는 2개 그룹(group)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73원, 5천억원~1조원인 3개 그룹(group)은 겨우 0.97원 챙겼다. 다들 훅 불면 날아 갈 것 같다. 유통업계가 이렇듯 궁박한데, 금년엔 대형 제약사 중 손꼽히는 'J약품'(2016년 도입상품 매출비중 70,2%)이 지난 6월1일부터 '화이자'와 '룬드백'으로부터 도입한 상품 5품목에 대해 도매마진율을 한꺼번에 무려 3%나 대폭 인하한 것이다(P유통 K기자 2017.06.02.).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를 왜 매년 자꾸 흔들어 대나"하며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D제약'의 모회사인 'D'의 최대주주(지분11.61%) 오너 회장이 절대적인 23.79%의 주식을 소유하고 두 번째인 서울대학교병원이 5.55%를 가진, 병원 입찰대행 전문업체인 '이지메디컴'이 올해 백병원에 조영제를 직접 낙찰시킴으로써 그 유통시장을 빼앗긴 도매유통업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M파나 S기자 2017.05.25.) 유통협회가 즉각 맞대응했다.

- 국내의 '화이자'와 '룬드벡'에 공문을 날렸다. 'J약품'이, 그들로부터 도입한 일부 상품에 대해 도매마진율을 대폭 인하함으로써 유통비용이 적자로 전환되어 그 제품들이 요양기관에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으니, 'J약품' 대신 도매유통사와 직거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이었다.(D팜 K기자 2017.06.05.)

- '이지메디컴'에 대해서는,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문제 제기를 하는 등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입찰대행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응찰(應札)을 한다면, 업무적으로 확보한 가격 등 제반 우월적인 입찰정보를 불공정하고 부도덕하게 이용할 개연성(蓋然性)이 아주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 그 문제의 중심 논리다.(M파나 S기자 2017.05.25.)

어떻게 보면 이들 두 사례가 지엽적일 수도 있는데, 유통협회는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면적 방어선(防禦線) 구축에 온 힘을 쏟는 걸까?

자칫 방치할 경우, 도미노(domino) 현상처럼 연쇄반응(連鎖反應)으로 제2의 'J약품'과 '이지메디컴' 등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번지며 기존 도매유통업계의 설 땅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라는 '파급효과의 가공할 위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도매마진'과 '유통시장'은 도매유통업계가 먹고 살아가는 식량이자 터전이다. 당국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라는 다산(多産)정책으로 도매유통사들이 이젠 발 디딜 틈 없이 출산(出産)되어 가뜩이나 양식이 부족하고 땅이 비좁은 판에, 그것도 바로 이웃인 제약업계로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침공을 받았으니 얼마나 속 쓰리고 아리겠는가.

물론, 힘든 건 도매유통업계나 제약업계가 도긴개긴일 것이다. 수익의 원천인 90%이상의 의약품 가격이 정부에 의해 과도(過度)하게 통제되고 있으니 제약업계가 왜 어렵지 않겠는가. 그런데 2016년 경영분석 데이터(data)를 보면, 업종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양자 간의 힘든 상황은 서로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마진율(매출액총이익률)의 경우 제약이 40.4%(M파나 C기자 2017.03.14.)인데 도매유통은 7.7%(금감원 공시 재무제표 분석)이고, 매출액순이익률 또한 도매(1.5%)보다 제약이 훨씬 높은 6.64%(M파나 C기자 2017.03.09.)이니 말이다.

이를 보면, 제약의 경우엔 삭감코자하는 도매마진율 1~2%가 '죽고 사는 급박한 비용'은 아니지만, 도매는 삭감당하는 그 마진율 1~2%에 목숨이 걸려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매가 걸핏하면 "죽을 지경이다"라고 하는 말이 결코 엄살이나 빈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러한 제약업계의 유통업계에 대한 마진율 축소 등 '목조르기'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었다. 무작위(無作爲) 연례행사가 되어 온지 오래다. 그때마다 유통협회(종전 도매협회)가 몸으로 막아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불상사는 없었다. 금년 'J약품'과 도매유통업계 간의 극심했던 갈등도 예년처럼 다행히 지난 6월23일 서로 원만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도매유통시장 침범(侵犯) 사건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52년 전(1965년) DSC(DongA Sales Circle)라는 조직으로부터 시작돼 1990년대 초반에 그 세(勢)가 정점을 찍은 후 아직 명맥은 유지되고 있지만, 입찰시장에서 제약 세력의 우회적 간접 진출은 올해가 처음이니 귀추가 주목된다.

도매유통업계는 의약품산업에서 중추(中樞)라 할 수 있다. 기능과 역할이 막중하다. 약을 만드는 제약업계와 그 약의 소비처인 요양기관(약국 및 병의원) 사이에는 인격적・시간적・장소적인 3가지 괴리(乖離)가 있기 마련인데, 도매유통이 그 양자(兩者) 간의 3가지 간격(間隔)을 중간에서 메워주기 때문이다. 약을 만드는 자(제약)와 소비시키는 자(요양기관)가 서로 틀리는 인격적 괴리는 사고파는 상류기능 수행을 통해, 약이 제조되는 시간과 소비되는 시간이 서로 다른 시간적 괴리는 보관(저장) 행위를 통해서, 약이 만들어지는 장소와 소비되는 장소가 각각 다른 장소적 괴리는 운송(배송)행위를 통해, 서로 연결시켜 주는 자(者)가 바로 도매유통업자인 것이다.

만약 그와 같은 유통업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제약사는 약을 팔기 위해 소비처인 약국이나 병의원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 헤매야 하고, 약국과 병의원은 환자의 약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제약사를 찾아다녀야 한다. 이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하며 비경제적인 일이겠는가. 그렇지만 도매유통사들이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고 도매마진율 7.7%라는 최소한의 희생적 유통경비로 제약과 요양기관에 봉사하고 있어, 지금처럼 제약사와 요양기관은 아주 경제적이면서 번거롭지 않게 약을 팔고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상 보건대, 도매유통 없이 제약이 그 유통을 모두 직접 담당한다면 아무리 적게 든다 해도 매출액 대비 족히 15~20%의 비용이 들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그러한 제약업계의 역할분담 동반자인 도매유통업계가, 바로 그 제약업계에 의해 도매마진과 유통시장이라는 숨통이 조여들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나' 이건가.

의약품산업에서 제약과 도매유통은 순치(脣齒)관계에 있다. 입술(도매유통)이 없으면 이(제약)도 시리고 병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도매업계의 밥그릇인 도매마진율과 이들의 텃밭인 유통시장을 더 이상 넘보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딱 멈추면 어떨까.

이쯤에서 끝내면, 그래도 제약이 더 힘든 이웃 도매유통을 배려해 줬다는 명분(名分)을 세울 수 있지만, 앞으로도 그 연례행사가 계속되면 제약업계는 명분과 실리(實利) 모두 잃을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도매유통업계를 놓고 인내(忍耐)의 한계(限界)를 매년마다 시험해서 제약업계가 얻을 큰 것이 뭐 있겠는가. 설마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원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또한, 도매유통업계가 제약의 도매마진율 축소로 적자를 보고 제약의 유통시장 진출로 터전이 줄어 의약품 유통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제3자인 환자에게까지 돌아간다는 점을 제약업계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제약업계의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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