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인의 양볼 뽀뽀에 심쿵...정신은 혼미, 아득"
- 데일리팜
- 2017-07-21 12: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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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혁 약사의 열흘간 몽블랑 트래킹과 단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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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굽이굽이 돌아가는 돌밭길은 멀기만
낭만이 가득한 낭보랑 산장이다. 산위에 드리운 저녁노을이 더한층 아름답다. 오스트리아서 온 네명의 젊은 여인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짤츠부르크와 사운드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미라벨 궁전 이야기로 잠시 화제를 돌린다.
큰 톱니를 닮은 에귀 디 빼나의 암봉을 바라보며 걷는 발므산장까지는 비교적 넓은 길이다. 그러나 발므를 지나면서부터는 길은 가파르고 돌무더기를 오르려니 숨이 턱에 찬다. 2043 미터 폴랑 데 담이다. 넓은 개활지를 지나니 저 멀리 보놈고개가 고개를 쳐든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돌밭길은 멀기만 하다. 자꾸 뒤뚱거려지며 정말 힘들다. 그런데 갑자기 비까지 내린다. 몹시 춥다. 판초를 뒤집어 써도 몸이 자꾸 떨린다. 고산증이 오려는지 숨도 차고 가슴도 두근거리며 속도 불편하다. 핫초코로 몸을 녹인다. 트레킹중 제일 힘든 날이다. 잘못 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점심을 대충 먹고 등산화끈을 다시 조인다. 초원의 목장지대를 가로 질러 샤퓌로 내려간다. 데라 노 바 산장이다. 산악자전거로 몽블랑을 도는 팀을 만난다. 모두들 건각들이다.
산장서 서둘러 샤워를 하는데 찬물만 쏟아져 내린다. 하필 우리 샤워장만 뜨거운 물 고장이. 업친데 덮친 격으로 얼어 죽을것만 같다. 황급히 가져간 패딩점퍼로 체온을 올린다. 조금 살것 같다. 부피가 커 귀찮게만 여겼던 패딩이 요렇게 쓸모가 있을 줄이이. 와인과 맥주로 긴 하루의 고통을 위로한다.

잔기침이 난다. 어제 산에서 비가내려 춥기도 했지만 찬물에 샤워를 한것이 기침감기를 부른것 같다.
미니버스를 타니 글라씨에의 치즈농장으로 달린다. 나이드신 기사분이 옆자리에 탄 분이랑 고개를 돌려가며 대화하는 모습에 불안감이 든다. 자칫 차가 험준한 산길을 조금만 벗어나기라도 하면 수 백미터의 낭떠러지가 기다리니 아찔하다.
치즈제조공정을 보고 지그재그로 녹색지대 초원을 오르고 또 오르니 프랑스와 이태리 국경인 꼴 드 라 센느 고개가 자욱한 안개에 가린채 숨을 죽이고 있다.
왼쪽으로 몽블랑이 구름에 장막을 드리고 몸통만 내민채 꼼짝 않는다. 오른쪽은 부르따봉 등 암봉들이 줄줄이 줄을 선다. 그 사이로 베니계곡이 장대하다. 별천지가 따로 없다. 운무에 신선이 된 기분이다. 내가 걸어서 험준한 산의 국경을 넘다니. 인크레더블 정말 나 자신이 믿기지 않는다. 저 너머 스위스쪽 그랑콩방이 아스라히 멀기만 하다. 반대쪽에서 오는 트레킹족들을 많이 만난다. 대부분 판초를 걸친 상태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산을 내려가는 사람이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는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여기는 이태리니 프랑스어 봉쥬흐 대신 본죠르노 하니 돌아오는 인사도 본죠르노다.
콤발호수로 내려가 라비자까지 가 조금 기다리니 꾸르마에로 가는 버스가 다가온다. 이태리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한다. 아기처럼 베시시 웃으신다. 건 이십 오분을 달리니 이태리의 대표적 산악도시 꾸르마에다. 오늘 머물 예쁜 에델바이스 호텔이 창가마다 꽃바구니를 달고 손님들을 반갑게 맞는다. 여차여차해 20 유로를 더내고 독실을 배정받는다. 호텔 프론트에 2유로를 내니 그간 눅눅하게 쌓인 빨래감을 말끔히 해결해준다. 보송보송하게. 너무 기분이 좋다.
산을 타다 가랑이 부분이 찢어진 싸구려 오천원 우비바지를 대체해야기에 호텔서 가까운 파타고니아 등산매장에 들러 얇은 바람막이 자켓과 제대로된 우비바지를 고어텍스 어쩌구 객지나와 고생하는 어설픈 영어를 섞어가며 겨우 산다. H2no 는 또 뭔지.
아무튼 매점 주인이 비 막는 우산그림까지 열심히 그려가며 쩔쩔 맸으니 상황이 오죽했는지 짐작이 가리라.
저녁을 호텔 밖 식당에서 먹는데 써빙하는 이태리 남자가 아주 유쾌하다. 우리 일행을 보고 아리가또 한다. 평소 같았으면 노노 낫 재패니즈 했을텐데 우리말로 또렷이 알려준다. 감사합니다. & 44104;& 49968;합니다아~. 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우케이 코리안 스피킹 퍼펙트하니 유쾌한 그 남자 으쓱하며 매우 좋아한다.
치즈가 듬뿍든 파스타가 정말 맛있다. 내일 아침이면 그간 베테랑 가이드로서 농담도 잘 받아주던 산드라와 헤어져야만한다. 그간 정도 많이 들었다. 틴틴하며 작별의 포도주잔을 부딪친다. 틴틴은 우리말로 건배의 의미로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단다.
연거푸 들이킨 와인과 맥주잔에 밀려오는 피로를 & 51922;아 버리고 이태리에 입성한것을 자축한다. 오늘도 무진장 걸었다.

쥴리안이라는 새 가이드를 소개 받는다. 그간 베테랑 가이드로서 안전산행을 위해 애쓰고 우리 팀이 걷기레벨 2단계라며 속도를 조절해주던 산드라와 헤어져야한다. 몽블랑산군을 중심으로 현 위치 이태리 꾸르미에에서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 샤모니로 몽블랑터널을 통해 간다는 것이다. 차편으로 한 시간 가량 걸린단다.
산드라와 나눈 콩글리쉬 농담을 소개하고자한다. 우리가 아침식사와 점심에 자주 먹던 삶은 계란을 빗대어 농을 던진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는 광경을 가르키며 난 패러글라이딩의 패러슈트없이 절벽에서 뛰어 내릴 수 있다고 하자 산드라는 놀라며 묻는다.
이유는 매일 아침 계란을 먹었기에 뱃속에서 부화되어 지금 나는 닭이 되었고 그래서 날 수 있다고. 뜨아, 아재 개그다.
또 돌발 퀴즈를 낸다. 아몬드가 죽으면 뭐가 되냐고. 모른다고 어깨를 으쓱한다. '다이 아몬드.' 걷다가 힘들면 다리를 덜렁거리며 '아이 엠 올드 맨' 이런 식이다.
연일 계속되는 트레킹을 마치고 산장에서 산드라와 같은 동료 가이드들과 저녁식사를 나누며 와인잔을 기울일 때 허밍으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즈'를 불러주니 아주 신기해한다.
애국가를 불러달랜다. 그 친구들 앞에서 동해물과 백두산이 하며 잘난척 한 소절 내리 뽑다가 끝부분을 헛갈릴뻔한다. 매일저녁 반주로 곁들이는 알콜이 문제다.
헤어짐이 섭섭하다하니 산드라의 답은 항상 '여기' '지금'을 강조한다. 그러던 그녀를 떠나 보내야한다. She will have to go...
일행과 작별인사를 나누던 그녀가 나한테만 유일하게 갑자기 달려와 프랑스식 인사법으로 내 양볼에 키스를 한다.
난생처음 외국 여성으로부터 받는 포옹과 양볼 뽀뽀에 순간 가슴이 심쿵하고 정신줄이 혼미하다. 영어는 집나와 개고생해도 소통하려 애쓴 나의 진심을 이제사 알아준것 같아 고맙다. 트레킹을 와 이런 행운까지.
뚜르 드 몽블랑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라할 수 있는 몽 데 라 삭스 능선을 오른다 중간 중간 쥴리안은 스페니시 영어를 구사하며 각종 약용식물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한다. 열정이 대단하다. 용담, 디기탈리스, 야생당근등 약용식물학 수강시절 달달 외우던 학명이 오늘따라 가물가물하다.
기가 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진다. 당나귀길을 비탈지게 두어시간을 오르니 베르토네산장이다. 이곳서 숨을 고르고 가파른 길을 피해 걷는다 북쪽 계곡 너머 몽블랑이 잡힐듯하다 멀어지고 어디서 조망하든 가히 장관이다.
꾹 짜면 금방이라도 초록물이 쏟아질것 같은 너른 초원은 마음까지 초록으로 물들인다. 침엽수림에 가리마처럼 난 길을 따라가니 오늘밤 묵을 보나티산장이 산의 치맛자락에 걸려있다.
잠잘 시간 아무도 들지 않은 방 한칸 침대에 슬며시 몸을 뉘인다. 일행에게 배려를 한다는 차원에서. 산장에 땅거미가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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