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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 질환로드맵을 만들자

  • 데일리팜
  • 2017-11-02 06:14:54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기획단장 김현철

로드맵 전성시대다. 최근 발표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비롯해 탈원전 로드맵, 주거복지 로드맵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반영한 로드맵이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 입장에서 로드맵은 정책의 예측력을 높이고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자주 선호하는 수단이다. 국가 R&D정책에서도 로드맵은 자주 사용된다. 대표적으로는 국가 R&D사업 토탈로드맵(2006), 국가중점과학기술 전략로드맵(2014)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로드맵들은 1년도 지나지 않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부 R&D 로드맵은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래사회에 필요한 유망한 과학기술을 발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현재의 과학기술 트렌드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선형적 사고에 기반하여 필요한 과학기술을 발굴하고, 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연구되고 있는 소위 뜨는 과학기술분야나 연구자의 이해관계가 많은 분야가 주요 후보가 된다. 결국 이러한 접근법은 과거 Fast follower 전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로드맵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으로 돌아가보자. 로드맵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핵심적인 목표다.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이 달성해야할 목표가 명확하다.

반면 국가중점 과학기술 전략로드맵(2014)의 목표는 '과학기술 기반 경제부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이다. 그중에서 보건의료 분야는 '건강장수시대 구현'을 모토로 기본방향을 '고령화시대 국민 삶이 질 향상과 사회적 비용 경감을 위한 선진 의료시스템 구축’으로 제시하였다.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맞춤형 신약개발 기술 분야의 목표는 '글로벌 신약개발 성공', '세계시장 중 한국시장의 비중' 등이다. 글로벌신약이 나온다고 해서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화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보험급여화 한다할지라도 사회적 비용이 경감될지는 기존치료대안과 비교효과연구를 해봐야 아는 일이다.

최근 등장하는 고가 신약의 경우 접근성이 낮아 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기 때문에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도 거리가 먼 얘기다. 국내에서 글로벌신약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의료시스템의 선진화에 기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의료시스템 측면에서만 보자면 국내에서 개발되었던 해외에서 개발되었던 비용대비효과가 높은 약을 의료시스템에서 채택하고 낮은 약은 퇴출하는 신속하고 체계적인 기전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질환은 최종수요자인 환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환자관점에서 질환별로 미충족의료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여 목표를 정하고 연구자의 창의성에 기반하여 기술개발전략을 세우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셔병과 같은 단일유전자의 변이로 인한 질환만 약 4,000개에 달하지만 인간의 질환을 통틀어 밝혀지고 검증된 약물 타겟은 약 667개에 불과하다.

항암 신약개발 분야만 해도 암의 종류별로 암의 분자아형별로 신약개발전략은 달라야 하며 초기암과 말기암의 치료제 개발전략도 달라야 한다. 검사법을 예로 들자면 유방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범이 필요한지 아닌지 치료효과를 예측하는 OncotypeDX 제품의 경우 44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전세계 해당 환자 연간 50만명 중 14%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은 저렴하나 성능은 유사한 유방암 검사법에 대한 미충족의료수요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질환 로드맵은 연구자들에게도 의료현장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초기의 연구개발방향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기껏 개발해 놓고도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어 사장되는 기술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초나라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칼자루를 물속에 빠뜨렸는데 칼이 떨어진 뱃전에 표를 해놓고 나중에 칼을 건질 요량으로 강을 건넜다는 일화이다. 과학기술은 강물처럼 시시각각 변하는데 새정부마다 이에 맞춰 투자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유행따라 첨단기술에 투자하는 것보다 질환 로드맵을 만들고 미충족의료수요를 해결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자들이 자율적으로 5년이고 10년이고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 말로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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