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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저임금에, 영업 못한다" 하기 전에

  • 정혜진
  • 2018-01-22 06:14:52

비정규직을 없애려고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이 되려 비정규직을 해고시킨 계기가 될 줄이야. 불과 십여년 전 일이다. 정부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며 복지와 임금에서 차별받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3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화하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딱 2년만 고용하고 대거 해고시켰다.

비슷한 일이 2018년 재현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키고 소비 증가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종업원을 자르거나, 그 수를 줄이고 있다. 3명을 고용해온 자영업자는 '1명을 자르고 2명 임금을 더 챙겨주는 대신 업무량을 더 하도록 하는 게 이익'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언론들도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보도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오너들의 앓는 소리를 생생하게 기사화한다. '아직은 시기 상조다', '보완책이 부족하다', '앞뒤 안 보고 임금만 올려서 이 꼴 났다'고 나무란다.

정부의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와 경기가 활성화되고, 그 효과가 결국 기업 이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늘 엇박자를 낸다. 당장 현실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경제 활성화와 국민 모두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만드느냐는 아직 미지수로 남는다.

그래서 다시 십여년 전 비정규직 보호법을 생각한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없어지거나,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 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는 있었다. 아니, 컸다. 그간 사회에서 한번도 문제로 떠오른 적 없는 비정규직이 화두가 되었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울한처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자체로 완전한 해결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고민했고,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처우에 대해, 단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이 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를 토론하게 됐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비정규직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이 필요악이라는 단계를 넘어 정규직과의 형평성이라는, 한발 더 나아간 진전된 토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해 아주 인색한 평가를 내리더라도, 이제는 우리가 노동자의 급여수준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됐다는 효과는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

시급 5000원이면 주5일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하고도 '웬만한 생활과 기본적인 소비·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가인가, 사회인가. 그렇다면 6000원은? 7000원은? 1만원이 되면 어떨까? 이번 계기를 우리가 모두 열띤 토론을 벌이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주 5일제를 전면화할 때에도,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할 때에도 기업과 언론들은 당장 한국 경제가 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최저시급을 대폭 인상한 올해 많은 언론들이 역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고용주로 일컬어지는 약국과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이 주장하는 어려움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는 이 문제를 다뤄볼 때가 되었다. 비판적인 기사와 옹호하는 기사가 더 많이 나올 수록, 노동자들의 급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높아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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