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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진화하는 제네릭의 승부수’ 오리지널을 밀어내다

  • 천승현
  • 2018-06-14 06:30:50
  • UCB '빔팻‘ 국내 철수...발기부전치료제 등 시장서 제네릭 제품 강세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보다 많이 팔리는 사례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과학적으로 동등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이 오랫동안 구축한 신뢰도를 후발의약품이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보험의약품은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견고해지는 추세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을 밀어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차별화된 가격과 영업 전략으로 제네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제약사들의 치밀한 노력이 엿보인다.

◆UCB '빔팻‘ 국내 철수..SK케미칼 등 제네릭 저가 등재 여파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UCB제약은 지난달 뇌전증치료제 ‘빔팻’의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지난 2010년 8월 국내 허가를 받은 이후 5년 9개월만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빔팻은 뇌전증치료제 영역 1위 품목으로 연 매출 약 7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대형품목이다.

빔팻의 국내 철수는 제네릭 제품들의 저가 공세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UCB제약은 지난 2010년 빔팻의 국내허가를 받았지만 보건당국과의 약가협상을 타결짓지 못해 빔팻을 비급여 약물로 판매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약가와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SK케미칼
빔팻의 급여등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SK케미칼이 2016년 빔팻의 제네릭 ‘빔스크’를 개발해 허가를 받았고, 보건당국이 제시한 약가를 수용하면서 오리지널 제품보다 먼저 급여 등재가 이뤄졌다.

지난해 2월 빔스크 4종(50mg, 100mg, 150mg, 200mg)은 각각 435원, 696원, 871원, 1016원의 보험상한가로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빔스크는 현재 최초 등재 때보다 절반 가량의 수준으로 약가가 내려간 상태다.(50mg 233원, 100mg 373원, 150mg 466원, 200mg 544원)

오리지널 제품이 비급여로 판매되고 있지만 제네릭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기현상이 펼쳐진 셈이다. 오리지널 제품을 복용 중이던 환자들 입장에선 제네릭으로 약을 변경할 때 약값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됐다.

비급여로 판매되는 빔팻50mg의 경우 환자들은 약 2000원 가량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이 보험상한가 233원인 빔스크50mg을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복용하면 약값의 30%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빔스크50mg 1정당 환자부담금은 약 70원으로 계산된다.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료진이나 환자 입장에서는 동등한 효과의 제네릭을 9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제네릭 제품이 낮은 가격을 수용하면서 비싼 가격을 고수하던 오리지널은 시장 철수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은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제네릭의 저가 전략이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제네릭 의약품의 저가 등재 전략이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빔팻은 사라졌지만 SK케미칼 이외에 한국콜마, 환인제약, 명인제약, 고려제약 현대약품 등이 이 시장에 진입,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미·종근당,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서 오리지널 추월..맞춤형 시장 전략 주효

국내에서 효과적인 가격 전략으로 제네릭이 오리지널을 넘어서는 시장은 발기부전치료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기존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모두 제네릭의 공세에 밀려 시장에서의 입지가 축소됐다.

비아그라 시장의 경우 한미약품의 ‘팔팔’이 대세로 떠오른지 오래다. 의약품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팔팔의 1분기 매출은 49억원으로 비아그라(25억원)를 2배 가량 앞섰다.

분기별 비아그라·팔팔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아이큐비아)
지난 2012년 발매된 팔팔은 이듬해인 2013년 2분기부터 비아그라를 제친 이후 단 한번도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팔팔의 판매 가격이 비아그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처방량은 4배 이상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네릭 판매량이 오리지널보다 월등히 앞서는 것은 기존 시장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팔팔이 제네릭 전략의 새 역사를 썼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저가전략이 주효했다. 한미약품은 팔팔을 내놓으면서 비아그라의 20~30% 수준에서 판매 가격을 책정했고 팔팔을 간판 제품을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오리지널보다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기존 알약 이외에 씹어먹는 '츄정‘도 내놓으며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팔팔은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청와대가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또 다른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시장에서도 제네릭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현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아이큐비아의 자료에 따르면 종근당의 시알리스 제네릭 ‘센돔’이 지난 1분기 22억원의 매출로 시알리스(20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분기별 시알리스·센돔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아이큐비아)
지난 2015년 9월 시알리스의 특허 만료 이후 국내제약사 60여곳이 제네릭 제품을 발매했는데, 이중 센돔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센돔은 발매 이후 시장 점유율을 점차적으로 늘려간 결과 지난해 4분기 시알리스를 제쳤고 올해 들어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

당초 종근당은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며 팔팔의 약진을 지켜만봤지만 시알리스 시장에서는 강세를 나타냈다. 종근당은 지난 2007년부터 바이엘과 업무 제휴 계약을 맺고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를 ‘야일라’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면서 비아그라 제네릭을 발매하지 못했지만 바이엘과의 제휴 관계를 청산한 이후 시알리스와 비아그라 시장에 연이어 뛰어들었다.

팔팔을 비롯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제네릭 제품들이 걸출한 오리지널 제품을 위협할 정도로 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과 영업력으로 분석된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고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면서 단기간내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팔팔, 센돔 등 제네릭 제품들의 가격은 오리지널 제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등 시장서 오리지널-제네릭 경합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처럼 제네릭이 오리지널을 압도하지는 않지만 대등한 경쟁을 펼치는 시장도 종종 있다. 오래 전 제네릭이 발매된 일부 시장에서 제약사들의 영업력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사례가 발견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뇌기능개선제 시장에서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과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치열한 경쟁을 전개 중이다. 의약품 조사 기관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올해 4월까지 194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으로 올렸고, 글리아타민은 238억원으로 종근당글리아티린을 다소 앞섰다.

지난 2016년 대웅제약이 판매하던 글리아티린의 원료의약품과 상표 권한이 종근당으로 넘어간 이후 대조약 지위와 오리지널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식약처가 종근당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지정을 공고하면서 현재 행정상으로는 종근당글리아티린이 오리지널의 지위를 인정받은 상태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의 대조약 선정기준에서 ‘원개발사의 품목(R&D Focus, Pharma Project 등 공신력있는 자료를 통해 이를 입증한 경우에 한하며, 여러 품목인 경우 이들 품목 중 허가일자가 빠른 것으로 한다.)’라는 규정을 적용해 종근당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재지정했다.

대조약 지위 논란과는 별개로 시장에서는 글리아타민의 기세가 다소 앞서고 있다. 대웅제약의 관계사인 대웅바이오가 글리아타민을 글리아티린의 구원투수로 투입, 판매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그룹 차원에서 글리아티린 판권 이전 공백을 최소화했다.

주요 오리지널·제네릭 경합 제품 원외 처방실적(단위: 백만원, 자료: 유비스트)
대원제약의 위염치료제 ‘오티렌F'도 천연물의약품 ’스티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9월 허가받은 오티렌F는 쑥을 원료로 만든 스티렌의 복용 횟수를 1일 3회에서 2회로 줄인 제품이다. 스티렌투엑스보다 3개월 가량 먼저 출시됐다.

오티렌F는 지난해 77억원, 올해 4월 누계 27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스티렌의 원 개발사 동아에스티가 내놓은 '스티렌투엑스'가 오티렌F보다 소폭 앞섰지만, 대원제약 입장에선 후발의약품의 한발 빠른 개량 제품 침투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아스피린 시장에서는 보령바이오파마의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가 오리지널 제품인 바이엘의 ‘아스피린프로텍트’와 박빙의 승부를 겨루고 있다.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는 지난해 197억원의 원외처방실적으로 아스피린프로텍트(197억원)과 유사한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대등한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동아에스티가 오리지널 의약품(동아니세틸)을 보유한 ‘아세틸-L-카르니틴염산염’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카니틸’이 니세틸보다 많은 처방실적을 기록 중이다. 니세틸은 ‘일차적 퇴행성 질환 또는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한미플루’가 오리지널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한미플루는 올해 4월 누계 55억원의 원외처방실적을 올리며 타미플루(81억원)을 26억원차로 추격했다.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시장에서는 처방시장에서 제네릭 제품인 일동제약의 ‘큐란’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잔탁’을 앞섰다. 올해 4분기까지 큐란은 70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 잔탁보다 10배 이상 많이 처방됐다. 라니티딘은 용량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되는데 처방시장에서는 큐란이 독주체제를 갖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일 시장에 수십개의 제네릭 제품이 진입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특정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면서 “제품마다 차별화된 경쟁력과 시장 전략을 갖춘 제품만이 생존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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