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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마스크 착용해보고 사겠다는 손님 어찌할까요?"

  • 정흥준
  • 2019-02-10 20:56:41
  • 31년 경력 약국장도 어려움 토로...약사들 감정노동 고충

올해로 31년째 약국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중인 약국 자리에서만 벌써 20년 가까이 됐으니, 복약상담은 물론이고 손님 대응에 노하우가 꽤 쌓였죠.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수십개씩 종류가 늘어나는 외약외품들과 그 차이를 물어보는 손님 앞에서는 머릿 속이 하얘집니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요구들에 손님과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늘어 고민입니다.

일명 '진상 손님'들도 외약외품 종류가 많아지면서 더 늘어났어요. 20분씩 질문을 쏟아내고는 결국 찾는 제품이 없다고 나가는 손님은 허다하고요. 요즘에는 마스크나 밴드 종류가 급증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며칠 전에는 중년의 남성분이 마스크 진열대 앞에 한참을 서있었어요. 자꾸만 신경이 쓰여 찾는 게 따로 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대뜸 마스크를 착용해보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당황했지만 개봉이나 사용은 불가하다고 했죠. 그런데도 막무가내예요. 써보지도 않고 어떻게 사냐면서 오히려 언성을 높이더라고요. 기어이 꺼내서는 눈 위에 써보고 ‘이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식으로 행동하는 데 기가 차더라고요.

원단을 꼭 만져보고 사야겠다는 손님들도 많아요. 끈조절은 되는건지, 얼굴에 자국이 남는 재질인건지, 초미세먼지는 차단이 되는건지 질문도 많죠. 때문에 점심시간을 뺏기는 경우는 흔하고요. 약 짓다가 나와봐야하는 일도 생깁니다.

이제 막 개국한 약사분들이면 아마 더 정신이 없고, 감정소모도 클거예요. 그렇다고 외품을 뺄 수가 있나요. 미세먼지가 이슈인데다가 처방전 들고오는 환자분들도 마스크나 밴드를 자주 찾기 때문에 품목을 줄일 수도 없어요. 우리 약국도 총 4개의 매대에 마스크와 밴드가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손님들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예요. 가격이나 모양, 기능까지 전부 다 다르니까요. 폭이 넓은 마스크, 안경에 김이 서리지 않는 마스크, 잘 마르는 소재의 마스크 등 각양각색이죠. 1000원부터 만원까지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손님들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죠. 그렇게 진열대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하는 손님이 하루에도 수십명입니다. 진열이 문제일까도 고민해봤어요. 기능이나 색상별로 나눠서 배치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여러 납품업체 제품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재고관리가 안되더라고요. 빈 자리가 생기면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채워넣다보니 예상치 못한 갈등도 생기고요. 결국 다시 업체별로 매대를 나눠서 진열했습니다.

고민이 깊어져 친한 약사들끼리 모여 의논도 해봤습니다. 베스트 제품을 스티커로 구분해놓으면 요구나 문의가 줄지 않겠냐는데 의견이 모아졌죠. 근데 업체들 반발을 생각해서 실천에 옮기지는 못 했어요.

아직도 해답이 없습니다. 약국 공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외품 진열에만 신경을 쓸 수도 없고요. 의약품 관리에 쏟아야 하는 에너지도 엄청 나잖아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마스크나 밴드를 골라달라는 손님이 오면 움츠러듭니다.

약국 특성상 고령의 손님이 많고 다들 약사에게 의지하려고 하잖아요. 그게 약국의 장점이지만, 한편으론 다른 판매처들보다 이런 문제가 더 부각되는 이유겠죠.

딜레마예요.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는 필요한 물품이고, 의약품에 외품까지 관리하기에는 몸과 마음이 지치는 현실입니다. "힘들면 팔지말라"고 쉽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겠죠. 다른 약국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또 약사회에는 매뉴얼이 있을까요. 누군가 귀띔이라도 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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