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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의약품 관세협상 타결의 불편한 안도감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5개월 가량 끌어온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의약품 분야 관세 부담이 크게 해소됐다는 평가다. 의약품 분야에서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시밀러·베터)은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MFN)를 받기로 했다.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미국 내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과 함께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달 1일부터 미국 내에 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고 있지 않은 기업의 모든 브랜드 의약품과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의약품 관세 리스크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미간 관세협상이 타결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라면서 “제네릭 의약품의 무관세 유지와 함께 최혜국대우를 확보함으로써 여타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 조건을 보장받게 된 것은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협상 타결을 반겼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관세협상 타결로 미국으로 의약품을 수출함에 있어 유럽 및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으며, 대미 무역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환영했다.

사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미국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관세 부과가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컸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 대웅제약, 녹십자 등 미국 진출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업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대다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경험조차 없는 실정이다.

의약품 관세 리스크가 대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에는 ‘남의 일’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업계 전반이 체감하는 관심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산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14억9117만달러(약 2조원)로 전체 대미 수출액 1278억달러의 1% 가량에 불과하다. 자동차 수출액 366억달러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의약품 수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통해 지난해 미국 수출액이 1조1741억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올린 바이오의약품 매출이 1조453억원에 달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를 시작으로 올해 9월 메디톡스의 ‘뉴비쥬’까지 총 40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중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품은 LG화학의 팩티브,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유한양행의 렉라자 등에 그친다. 대다수 미국 진출 국내 개발 신약은 수출 실적이 크지 않다. 렉라자는 최근 미국 승인을 받은 이후 매출을 점차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수출 실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렉라자는 파트너사 얀센이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된다.

제약업계에서 한미 관세 협상을 반기면서도 전체 제약업계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배경이다. 타결된 협상 내용은 환영하지만 막상 큰 실익이 없다는 허무함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K-뷰티, K-푸드 등 국내 제조업의 미국 시장 신규 진출이 왕성한 성과를 내는 것과는 달리 K-바이오의 미국 성적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제약기업들이 내수 의존도가 압도적인 수준이다.

다만 최근 미국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 2014년 국내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1억2057만달러로 전체 수출액 24억349만달러의 5.0%에 그쳤다. 작년 의약품 전체 수출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1%로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상승했다. 작년 전체 의약품 수출 규모는 10년 전보다 3.9배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수출액은 12.4배 증가했다.

완제의약품의 미국 수출이 증가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현상이다. 지난 2014년에는 미국 수출 의약품 중 원료의약품이 8853만달러로 완제의약품 3204만달러를 2배 이상 앞섰다. 작년 미국 의약품 수출 중 완제의약품이 12억9899만달러로 원료의약품 1억9219만달러를 5배 이상 앞섰다. 지난 2014년 의약품 수출 국가 중 미국은 6위에 해당했는데 지난해에는 1위로 도약했다.

작년 미국 완제의약품 수출액은 10년과 비교하면 40.5배 확대됐다. 원료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이 지난 10년간 2.2배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기업의 R&D 기술이 적용된 완제의약품이 점차적으로 미국 침투에 속도를 내면서 더디지만 점차적으로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뿐만 아니라 국내 개발 보툴리눔독소제제나 혈액제제도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신약 기술수출 성과가 확산하고, 글로벌제약사가 K-바이오의 기술을 적용한 신약을 내놓는 사례도 크게 눈에 띄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R&D 성과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높여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활용되거나 성공적인 관세 협상이 실질적인 실익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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