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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사사회 발칵 뒤집은 K약사, 그의 과거

  • 정혜진
  • 2019-05-07 18:02:06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3월 말이었다. 기사 댓글란을 모니터링하는데 세세하고 구체적이면서 목적을 알 수 없는 장문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같은 문구를 복사해서 붙인 내용인데, 종종 약사(藥事)와 무관한, 일반인 중 댓글을 도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번에도 그런 건가 하고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글이 조금씩 변주되며 언론사 홈페이지 구인구직란 마다 올라오기 시작했다. 좀 있으니 SNS를 중심으로 '이상한 약국이 있다'는 게시물이 눈에 띄고 친분 있는 약사들이 사진을 보내왔다. 약사들 제보처럼 이번에는 '위험한 수준'이었다.

보도 이후 성적인 문구를 적은 게시물과 여성 신체를 본 뜬 성인용품 마네킹을 전시한 약국으로 약사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보도는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경찰 내사에 이어 약사는 입건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뉴스란에 이어 심층보도 프로그램에도 이 약국이 등장했다. 모두 '약국을 강제할 이렇다 할 조치가 없다'는 책망으로 끝을 맺었다.

이 약국 주변을 취재하다 약사의 과거 행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약사사회 전체가 '난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때 충남 어느 지역에 개국한 경험이 있다. 근무약사로 일하던 약국을 인수해 처음으로 '내 약국'을 가진 그는 약국을 잘 해보고자 다짐했던 청년 약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런 다짐은 난매약국 하나로 인해 무너졌다. 그것도 난매약국은 지역 약사회 임원이 운영하던 곳. 지독한 난매로 인해 꿈 많은 약국을 그는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가진 '약사회'와 '임원'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은 이때 시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후에도 약국을 운영했지만 안 좋은 일만 반복된 듯 하다. 법적 싸움으로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한 흔적도 있다. 결국 그는 스스로 조울증 관련 약을 복용하고 '억울한 사람을 돕겠다'는 변호인을 자처할 정도로 마음에 깊은 병을 얻었다. 그 병이 어떻게 '성인용품 전시'와 '마약 밀수'를 내건 약국으로 이어졌는지를 타인은 다 설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난매약국 피해입은 약사 모두가 비뚤어지진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K약사가 과거에 같은 약사끼리의 불법행위로 인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의 행동이 워낙 엽기적이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건 부정할 수 없다. 그의 행동이 '약국'과 '약사'에 대한 국민 인식에 해를 입힌 것도 사실이다. 그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과거를 알았을 때 아쉬움은 남는다.

지금도 구입가 미만 의약품 판매와 조제료 할인, 무상드링크 제공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약국이 여전하다. 이들은 당장 내 앞의 이익만 생각할 뿐 약사 공동체에 대한 고민은 안중에 없다. 이런 세태가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K약사가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불법행위를 일삼는 약국들도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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