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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모적인 밤샘 수가협상 또 재현

  • 이혜경
  • 2019-06-03 06:15:32

의약계 한해 농사가 끝났다.

내년 요양기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은 2.29%로 결정됐다. 벤딩 즉,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은 1조478억원이다. 유형별로 구분하면 병원 1.7%, 치과 3.1%, 한방 3%, 약국 3.5%, 조산원 3.9%, 보건기관 2.8% 인상된다. 아쉽게 의원은 2.9%에 합의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한 가운데 5일 열리는 건정심에서 의원의 수가인상률이 논의된다. 2.9%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내년부터 의원 외래초진료는 1만5960원에서 1만6140원으로 조정된다.

이번 수가협상은 시작부터 달랐다.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가입자, 공급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했다. 올해는 소모적인 밤샘협상을 지양하고, 미리 준비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가협상을 해보자는 뜻이었다. 수가협상 초반부에는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평균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단체장 상견례를 진행했고, 건보공단은 본격적인 수가협상을 앞두고 공급자단체에 최소 4차례에 걸쳐 요청자료를 전달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수가협상 종료시한인 5월 31일이 되자, 한정된 벤딩을 나눠먹어야 하는 제로섬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결렬을 선언한 의협은 1일 새벽 6시 5분 진행된 8차 협상을 끝내며 "마지막 협상팀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버티기에 나서기도 했다. 벤딩 점유율이 가장 큰 병협이 1조478억원의 벤딩 중 4349억원을 가져가자, 그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의협이 나머지 벤딩을 쓸어 담기 위한 눈치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2.9%의 벽은 깨지지 않았고 최종 결렬이 선언됐다.

한쪽의 이득과 다른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가 되는 '제로섬게임'. 매년 수가협상은 제로섬게임으로 비유된다. 재정운영소위원회가 내년 벤딩을 정하면, 건보공단은 정해진 벤딩을 가지고 각 유형과 수가협상을 진행한다. 한마디로 건보공단은 재정소위, 그리고 공급자단체와 양면의 협상을 해야한다. 이 과정은 그야말로 체력싸움이 된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에 따라 벤딩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수가협상은 오전 8시 20분에 의협이 결렬을 선언하면서 끝났다. 대한조산협회까지 포함하면 31일 수가협상은 오후 3시부터 진행됐다. 장장 17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재정소위, 건보공단, 공급자단체가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17시간 중 본격적인 막후협상은 1일 새벽 3시를 넘겨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벤딩 규모가 가장 큰 병협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고, 건보공단이 이를 바탕으로 벤딩 확보를 위해 재정소위 설득작업을 나섰기 때문이다.

1일 새벽 3시 이후부터는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와 협상을 하는 것인지, 재정소위와 협상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공급자단체와의 협상은 일시 중단하고 재정소위를 만나기 바빴다. 마지막 벤딩을 확보하고 나서야 일사천리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공급자단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정소위에 묻고 싶다. 협상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다. 재정소위는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다. 추가재정소요액이 벤딩이라 불리는 이유는 재정을 묶었다가 조금씩 유동적으로 풀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자꾸 변화하는 벤딩 때문에 소모적인 협상이 재현되는 것이다. 재정소위는 매년 5월 31일, 수가협상이 이뤄지는 수가협상장 인근에 모여 벤딩을 쥐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적정수가'를 약속한 정부의 뜻과 반해 재정소위는 환산지수 증가율을 잡아야 한다며, 내년도 벤딩을 5000억원대로 설정했다고 한다. 문케어로 상대가치점수가 커지고 있어, 환산지수라도 잡아야 한다는 재정소위의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당초 설정한 벤딩의 2배 가량이 하루새 늘었다. 결국은 내년에도 '조금만 버티면 벤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다시 밤새 소모적인 협상이 재현될 수 밖에 없다. 재정소위는 그만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가 소모적인 협상을 끝낼 수 있도록 '확정된 추가재정소요액'을 정해주던지, 아니면 재정소위가 공급자단체와 직접 협상에 나서는게 현명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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