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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계약해지에도 쿨한 렉시콘의 여유

  • 안경진
  • 2019-09-18 06:10:53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프랑스 제약기업 사노피와 미국 제약사 렉시콘 파마슈티컬스가 끝내 결별했다. 7월말 사노피의 계약해지 통보 이후 렉시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진퀴스타(성분명 소타글리플로진)' 공동개발 계약을 둘러싼 양사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 2개월 여간의 협상을 거쳐 합의점을 찾은 모양새다.

렉시콘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9월 9일부로 양사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진퀴스타'의 1·2형 당뇨병 적응증 관련 글로벌 판권을 전부 되찾았다고 밝혔다. 사노피가 진퀴스타 관련 임상시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신 총 2억6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된다. 합의 조건에 따라 사노피는 계약종료와 동시에 2억800만달러를 렉시콘에 건내고, 12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러야 한다.

렉시콘은 계약해지 과정에서 확보된 위약금을 진퀴스타 개발에 전격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형 당뇨병 환자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프로그램을 비롯해 '진퀴스타'의 핵심임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짓고,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에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사의 결별과정을 지켜보다보면 기술수출 계약해지라는 악재 가운데서도 당당하게 잇속을 챙긴 렉시콘사의 여유가 인상적이다. 사노피는 지난 2015년 3상임상 단계의 당뇨병 신약후보물질 소타글리플로진을 도입하면서 렉시콘사에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3억달러를 지급했다. 또한 최대 14억달러의 경상기술료와 10% 이상의 판매로열티를 보장했다. 간판제품인 '란투스'를 대체할 차기 성장동력이 그만큼 절실했단 얘기다.

구체적인 계약해지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뇨병 시장 입지가 4년 전보다 한결 좁아진 사노피가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진퀴스타를 반환한 데는 시장성공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올해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당뇨병성케톤산증(DKA)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진퀴스타의 1형 당뇨병 치료제 허가를 거부한 점이 계약해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향후 진퀴스타가 당뇨병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계약성사부터 해지에 이르기까지 렉시콘이 사노피와 일방적인 갑을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의 파트너사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로넬 코츠 렉시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종료와 관련 "지난 4년간 이어온 사노피와의 파트너십이 상당히 생산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아름다운 결별은 없다지만 이 정도면 꽤나 성공적인 계약해지가 아닐까. 렉시콘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계약체결 당시부터 해지에 대비한 조항을 철저하게 마련한 덕분일 것이다. 이미 파이프라인 상업화가 임박했고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냈을 가능성도 높다.

아직은 기술수출 계약 성사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게 현실이지만, 언젠가는 결별에도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도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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