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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은 착한 기업입니까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매년 이 맘때쯤이면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르는 책이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다음 해 한국 사회의 트렌드를 몇개 키워드로 정리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다. 김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제시한 내년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 10개 중 하나는 '페어 플레이어'다. '착한 기업'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브랜드의 선한 경쟁력이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 한 강연장에서 만난 김 교수는 "개인성이 화두인 사회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길 원한다. 구매를 할 때도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의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는 지론을 폈다. 특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불붙는 불매운동도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열망이 표현된 것이란 해석이다.

강의를 듣던 중 문득 이런 궁금증이 떠올랐다. 과연 제약사들 중에선 어떤 회사가 착한 기업일까?

우리 사회에서 제약사들은 비교적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환자들을 위해 의약품을 공급함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다. 의약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또 다른 신약을 개발하는 데 투입하고,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쓰여지고 있으니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 최근 몇년새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부 제약기업들의 행태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3월 한 프랑스 제약사는 국내 약가가 낮다는 이유로 간암 치료에 사용되는 조영제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헬스케어기업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최대 가해기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암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한 대형 제약사는 혁신의 대가로 한달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약가를 고수하다 환자단체와 갈등이 격화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비단 글로벌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한 국내 바이오기업은 주성분 자료가 허위라는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 제약사는 의료진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수십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한 악재성 공시를 상습적으로 투자자들의 감시망이 허술한 취약시간에 알리는 '올빼미 공시'로 구설수에 오르는 기업도 허다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약사라는 이유로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 자체를 비난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볼 수도 있다. 의약품 공급이나 사회공헌활동도 기업이 생존해야만 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제약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이라면 우리 사회가 제약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에게 다른 산업군보다 높은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현실에 좀더 무게감을 느껴야하지 않을까. 제약업계가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는 본연의 책무를 되새기면서 빠른 시일 내에 '착한 기업'의 명예를 회복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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