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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글로벌 진출, 신약만이 능사는 아니다

  • 안경진
  • 2019-12-02 06:10:59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이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ALT-B4)을 글로벌제약사에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계약으로 알테오젠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1300만달러(약 153억원)를 받았다. 파트너사가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 임상과 허가, 판매 등의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발생하는 경상기술료를 합칠 경우 계약규모는 최대 13억7300만달러(1조619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알테오젠은 바이오의약품을 SC제형으로 변환할 수 있는 원천특허를 세계 2번째로 보유한 기업이다. 그간 투자업계에서는 알테오젠보다 먼저 SC제형 변환 특허를 보유한 미국 할로자임(Halozyme) 사례를 들어 기술이전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았다.

할로자임은 지난 2005년 미국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자체개발 히알루로니데이즈을 허가 받은 후 로슈, 박스터(당시 박스앨타), 얀센, BMS, 일라이릴리, 알렉시온, 아젠엑스 등 복수 기업과 1건당 평균 1억달러 상당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 사용권을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부여하고, SC 제형 개발단계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수령하는 형태로 알테오젠의 이번 계약과 유사하다.

할로자임은 허셉틴, 리툭산, 하이큐비아 등의 SC 제형이 상업화에 성공한 후 로열티 매출이 최근 5년간 평균 70% 이상 오르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다. 알테오젠 역시 비독점적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은 다른 제약사와 추가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가 이번 계약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시사점은 다른 데 있다. 기술력 만큼이나 글로벌 시장수요를 캐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은 IV를 SC 제형으로 변경해 투약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일종의 바이오베터 개념에 해당한다. 세상에 없던 혁신신약은 아니지만 개량신약과 같이 FDA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은 품목의 제형만 변경하는 형태로, 신약대비 임상성공 가능성과 시장성이 높다는 장점을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비단 알테오젠 사례만은 아니다. 지난달 말 FDA 판매허가를 받았던 SK케미칼의 치매치료 패치 'SID710'은 노바티스의 '엑셀론'과 동일한 리바스티그민 성분으로 일종의 제네릭 개념이다.

SK케미칼은 치매 환자들이 복약 시간과 횟수를 기억하거나 알약을 삼키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하루 한 번 피부에 부착해 약물이 지속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패치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노바티스가 이미 2007년 첫 개발에 성공했지만 피부를 통해 약물을 체내에 전달하는 '경피전달체계’(TDS)'기술의 장벽이 높아 경쟁 제품 개발이 더디다는 점을 공략한 셈이다. 신약은 아니지만 SK케미칼은 SID710으로 지금까지 유럽(2013년), 호주(2016년), 캐나다(2018년)를 비롯해 19개국에 진출, 24개 제약사와 판권과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네스와 '오라스커버리(ORASCOVERY)'라 불리는 원천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오라스커버리는 주사제 형태의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항암제의 경구 흡수를 방해하는 막수송 단백질 P-glycoprotein(P-gp)을 차단함으로써 경구약물의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흡수율을 개선하는 기전을 나타낸다. 아테넥스는 오라스커버리 기술을 이용해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전환한 '오락솔' 외에도 '오라테칸', '오라독셀', '오라토포' 등 다양한 항암제의 제형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FDA 판매허가 획득과 같은 성과를 거둔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회사는 글로벌 진출전략을 짤 때 혁신신약 개발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개량신약 등을 막론하고 시장 수요를 캐치하는 데 주목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 흐름을 잘 읽어낸다면 갈 수 있는 길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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