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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장 목소리를 엄살로 치부하는 정부

  • 정혜진
  • 2019-12-23 06:10:22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제약업계에서 정부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높다. 불순물 검출 의약품에 대한 반복된 판매정지와 회수 결정으로 지칠대로 지친 제약업계가 내년 초 대규모 약가인하를 앞두고 있다. 제약사와 도매업체들은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매출이 쑥쑥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형편이다.

발사르탄을 시작으로 한 라니티딘과 니자티딘 품목들에서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업계는 지금도 혼란을 겪고 있다. 예고 없이 어느날 갑자기 수백억원 규모의 시장이 사라졌고, 이에 따른 회수와 회수비용 다툼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불길이 완전히 진화되기도 전에 내년부터 실거래가조사로 총 3920개 약제의 약가가 일제히 인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율은 평균 1.9%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생산원가는 그대로인데 약가가 깎일 일만 천지다.

그런가 하면 의약품 도매업계는 이번 실거래가조사 연동 약가인하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한다.

도매업계는 니자티딘 제제는 애초에 회수량 자체가 많지 않았다 쳐도, 라니티딘 회수 품목 처리도 내년을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내년 약가인하에 따른 차액정산은 또 다른 후폭풍으로 제약과 도매, 도매와 약국 간 정산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변수는 또 있다. 전성분표시제도가 내년인 2020년 7월부터 행정처분 유예가 해지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약국에서 전성분 미표시 의약품 반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역시 반품, 정산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결정들은 모두 국민건강과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른 여파다. 약가는 인하하면 그만이고, 문제 의약품은 회수 명령을 내리면 그만이지만 업계의 실제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당장 라니티딘만 해도 회수 비용 정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협회의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밖에 모든 정산을 둘러싼 의제들이 한꺼번에 부딪힐 내년 상반기는 제약사들과 도매업체들에 희망찬 새해가 아니라 막막하고 암울한 새해로 느껴질 것이다.

"왜 정부는 현실을 보지 않는 건가요?" 한 도매업체 관계자의 물음이다. 돈이 얽힌 문제는 업체 간 계약과 시장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정산 문제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꼬집는 말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상황을 분명 모르지 않을 텐데, 모른 척 하는 태도에 답답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업계 내부에서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들어보면 그럴듯하고 좋은 방법이라 여겨지는 것이 없지 않다.

하나는 의약품 생산과 수입, 유통에 있어 행정처분을 받는 제약사나 도매업체에 과징금과 별도로 일정 비율의 산업발전기금을 받아 축적했다가, 이런 대규모 회수나 정산 이슈가 생기면 회수비용 일부분을 기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이번 라니티딘 사태처럼, 제약사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 회수비용 정산을 쉽게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또는 특수한 경우 폐기가 예정된 회수의약품 폐기를 KGSP 시설이 잘 갖춰진 도매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제약사는 폐기비용을 도매업체에 전달하고 도매업체는 이 비용을 받아 요양기관에서 들어온 회수의약품을 처리하잔 뜻이다. 도매업체와 제약사가 문제 의약품을 회수, 반품, 정산하는 과정과 소요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돈 이야기를 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시장논리에 맡기는 사이, 시장은 피폐화되고 서로간의 불신만 쌓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산 가이드라인 마련이 정부의 업무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제약업계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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