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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내 책상 사라질까...코로나가 던진 화두 '일자리 축소'

  • 천승현
  • 2020-06-04 06:19:28
  • [창간 21주년 특별기획]⑪비대면 업무, 인력구조조정 대두
  • 영업직, 타 직종보다 일자리 고민 가중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제약산업에 던진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일자리 구조조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업무 확대로 업무별 일자리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통적으로 대면 업무 의존도가 높은 영업직의 일자리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일리팜이 제약사 실무진 7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스트코로나 위기대응 전략’ 설문조사에서 일자리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181명(25%)으로 ‘대면업무 축소에 따른 실적 저조’(228명)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업무별 응답자에 따라 일자리 걱정이 온도차를 보였는데 영업 담당자들이 다른 업무보다 일자리 축소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제약사 실무진 725명 중 영업직은 311명으로 집계됐다. 영업직 311명 중 37.6%에 달하는 117명이 ‘일자리 축소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면업무 축소에 따른 실적 저조’(43.7%)보다는 다소 못 미쳤지만 다른 직능에 비해 일자리 고민 비중이 가장 컸다.

영업직을 제외한 나머지 414명 중 일자리 고민을 호소하는 실무진은 64명으로 15.5%에 그쳤다. 다른 직군에 비해 영업업무 임직원들이 일자리 축소를 고민하는 비중이 2배 이상 크다는 의미다.

세부 직능별로 보면 연구·생산 업무 담당자들 중 24.1%가 일자리 축소가 고민된다고 답했다, 인사 관리 등 내근(14.4%), 개발(12.5%), 마케팅(7.8%) 등은 상대적으로 일자리 고민이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영업사원들의 일자리 고민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가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제약사들은 영업사원들의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지난 2월19일 31번 확진자의 등장 이후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면서 대다수 제약사들의 영업사원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영업사원의 재택근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루에 수십곳의 요양기관을 드나드는 업무 특성상 영업사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약사 영업사원 중 확진자가 나올 경우 소속 기업은 바이러스 확산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영업활동은 더욱 위축된 상태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에 영업사원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한 제약사 영업사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자 경쟁업체들은 해당 영업사원이 방문한 의료기관 리스트를 공유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했음에도 지난 1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상장 제약사 중 매출 상위 30곳의 지난 1분기 총 매출액은 4조1916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7784억원대비 1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21억원에서 4407억원으로 41.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3%에서 10.5%로 2.2%포인트 상승했다.

30개 업체 중 19곳의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18곳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늘었다. 주요 제약사 3곳 중 2곳이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었거나, 수익성이 향상했다는 의미다.

지난 1분기에는 전체 외래 처방규모도 큰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원외 처방금액은 3조7030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6043억원보다 2.7% 증가했다.

월별 의약품 원외 처방금액 추이(단위: 억원, 자료: 유비스트)
예년보다 성장세는 다소 둔화했지만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처방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갔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제약사들의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됐는데도 처방약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의약품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감염병과 같은 단기간의 이슈로 산업 전체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극심한 위기에 빠진 관광·문화산업과는 달리 의약품 산업은 외부 환경보다는 환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침체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만성질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려하는 환자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사전에 대량으로 처방받으면서 1분기 처방 공백이 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외래 처방금액은 1조191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7% 감소했다. 2018년 4월과 2019년 4월 처방금액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8.3%, 13.1%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악재 속 실적 향상은 영업사원들의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영업사원의 주 업무가 거래처를 방문해 약물 사용량 증가를 유도하는 것인데, 재택근무는 사실상 정상적인 업무의 중단을 의미한다”라면서도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않았는데도 실적이 어느 정도 나오자 영업사원들간에도 다소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업무 확산으로 종전 규모의 영업사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데일리팜이 제약사 실무진 7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향후 영업·마케팅 전략 변화에 대해 응답자의 40.3%(292명)는 ‘온라인 업무 확대 등 전통적 영업방식 탈피’를 전망했다. 제약사 종사자 5명 중 2명은 향후 비대면 영업 확대가 불가피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내다본 셈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제약산업 일자리 감소 필요성이 있는 업무를 묻는 질문에 실무진 725명 중 절반이 넘는 413명(57%)는 영업직을 꼽았다. 인사관리 등 내근(28.7%), 생산(5.2%) 등을 압도했다. 제약사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인력 감축 1순위가 영업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최근 들어 제약산업 일자리는 영업직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품질관리와 연구개발 업무는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라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영업직 감소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황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제약산업은 네트워크 마케팅이 가장 앞선 분야 중 하나인데, 코로나 이후 온라인이나 디지털 마케팅 확대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변화로 일자리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포스트코로나 시대 제약사들의 극단적인 일자리 감축 움직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많다.

국내제약사들의 경우 차별화된 제품이 많지 않고 유사한 제네릭 영역을 두드리는 특성상 영업력이 실적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데일리팜이 제약사 CEO 48명을 대상으로 인력 감축 필요성이 있는 업무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24명)이 인력 축소 필요성이 없다고 답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영업활동이 소극적인 제약사들의 처방을 뺏기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라면서 "한정된 시장 규모에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단기간에 영업력을 축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내다봤다.

이번 설문조사는 데일리팜이 제약사 소속 임직원 725명을 대상으로 네이버 폼- 오피스 프로그램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업무별로 영업 311명, 연구·생산 79명, 인사 관리 등 내근 160명, 허가·약가 등 개발 72명, 마케팅 51명, 기타 52명 등이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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