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에서 온 중국인 약사의 대림동 약국 개업일기
- 김민건
- 2020-09-07 18: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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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이닝 약사, 한국약사 면허 취득후 안강온누리약국 개국
- 한국어 못하는 중국인 위한 약료 서비스 꿈 실현
- 한·일 양국 면허 취득, 거제시약 고윤석 회장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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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중국인 밀집 거주 지역인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2동에 독특한 이력의 약국장이 경영하는 약국이 생겼다. 일본에서 약사 면허를 취득하고 다시 한국에서 약사가 된 중국 출신 류이닝(39·LIU YINING) 약국장의 '안강온누리약국'이다.
그는 한국인 남편을 따라 결혼 이민을 왔다. 사랑을 하다 한국어를 배워 운명처럼 면허를 취득했다.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보훈병원에서 약사로 일했다. 당시 병원 측은 "외국인 약사를 채용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지만, 그는 "한국 약사 면허가 있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데 국적이 중요하냐"는 말로 설득했다.

데일리팜은 5일 온누리안강약국에서 류 약사를 만났다. 기자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알아듣고 천천히, 하지만 정확하게 한국어로 답했다. 국적과 마스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운명을 바꾼 남편과 약사, 약국을 하려면 꿈과 철학을 가져라
류 약사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태어났다. 일본 규슈대(Kyushu)로 유학길을 오른 건 2001년이다. 작은 아버지가 교토대 흉부외과 교수로 일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일본이라는 나라와 의약품,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규슈대 약학부를 졸업한 류 약사는 2008년 일본 약사 면허를 취득하며 후쿠진 제약사(Fukujin)에서 2년간 약제사로서 조제·복약지도 업무를 한다.
그의 운명을 바꾼 건 약대 학부생 시절 만난 한국인 남편이다. 병역을 해결해야 하는 남편이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에서 병역특례를 하게 돼 거제도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거제도 생활은 힘들었다. 눈물로 밤을 새며 한국어와 약사 면허를 준비한 끝에 2011년 약사국시를 치르고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류 약사는 "약국을 너무 이쁘게 잘 꾸며놔서 가자마자 일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따로 불러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흔쾌히 관리약사로 맞아줬다"며 "그분은 환자가 필요할 때는 꼭 찾아가는 약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며 한국의 의약품과 의료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거제도 일대에 "중국인 약사가 일하는 약국이 있다"는 소문이 났다. 거제도 조선소에 있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류 약사를 찾아 몰려왔다. 류 약사는 "한국 사람은 주위 약국에서 편하게 약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어를 못하는 중국인이 많고 아플 때 편하게 갈 약국이 없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대림동에 약국을 열게 된 계기였다. 고 약사의 한마디는 마음을 움직였다. 류 약사는 "'왜 약국을 열고, 무엇을 위해 하는지 철학을 만들라'는 얘기를 듣고 2박 3일 동안 고민하고 생각했다. 한국어를 못하는 중국인을 위한 약국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이네요? 외국 간판이네요? 쉽지 않은 개국
류 약사가 대림동에 약국을 열게 된 계기는 많은 중국인이 살고 있음에도 한국어를 할 줄 몰라 의료 서비스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류 약사는 "보훈병원에서 일할 때 할머니·할아버지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그러면서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중국인들도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언어 문제로 한국의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장소로 대림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림동에는 중국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으니 중국인 약사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게 된다면 나도 행복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류 약사가 타국에서 외로이 지내오던 시기, 그 무엇보다 고향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컸다. 지난 6월 가족과 함께 대림동을 찾았을 때다. 거리의 사람들, 간판 하나하나 어린 시절 자라온 동북 3성(흑룡강성, 라오닝성, 길림성)을 떠올리게 했다.

조제보단 매약, 상담과 수다의 경계선?
중국인 약사가 하는 약국이 생기자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편안해졌다. 류 약사는 "중국인은 한방을 신뢰하고 지식도 많다. 중국 현지에서 오랫동안 먹으면서 효과가 있는 약을 찾으러 오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환자도 우리 약국에서 약을 찾을 수 있지만, 중국인 중에 한국어를 못 읽는 경우도 많아 중국어 표기도 함께 신경써서 붙여놨다. 지역 주민이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약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주 고객인 만큼 한방제제 제품 구성을 더욱 늘려나갈 생각이다.
류 약사가 일본과 한국에 면허를 취득했지만 상담 방식은 중국 현지 약국과 비슷하다. 실내외 가구 등 인테리어도 전부 흰색으로 맞췄다. 깔끔한 느낌으로 꾸며진 중국 약국을 연상되게 했다.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철저히 현지 맞춤형으로 꾸민 것이다.

류 약사는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개국 후 기회가 된다면 의료 복지에서 취약한 중국인을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아직은 개국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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