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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대주주 잇단 지분 매도 '모럴해저드냐 전략이냐'

  • 이석준
  • 2021-10-26 06:19:24
  • 대규모 주식 처분 후 대부분 주가 급락 논란
  • 일부 기업, 처분 목적 맞게 비용 집행…기업가치 재상승 동력
  • 투명하고 꾸준한 기업 정보 공유…주가 급등락 현상 방지 대안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바이오업계 오너가(또는 대주주) 지분 매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위험, moral hazard)라는 의견이 대부분인 가운데 전략적 판단 또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주주 매도에 대한 특별한 제재 규정은 없지만 투명한 정보 공개가 수반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럴해저드라는 지적은 오너가 지분 매도 후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는 신풍제약과 송암사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9월 주당 16만7000원에 2154억원 규모, 신풍제약 최대주주 송암사는 지난해 4월 주당 8만4016원에 1680억원 규모 블록딜을 단행했다.

이후 코로나치료제로 개발중인 피라맥스 2상 실패와 3상 승인 등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주가는 하락했다. 10월 24일 종가는 5만8600원이다. 신풍제약과 송암사는 현 주가보다 각각 2.85배, 1.37배 높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했다.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주당 3만9155원에 1009억원 규모 블록딜을 진행했다. 10월 24일 부광약품 종가(1만3400원)과 비교하면 2.92배 높은 가격이다. 김상훈 부광약품 사장 등 4인의 올 6월 361억원 규모 블록딜은 주당 1만8650원에 이뤄졌다. 이 역시 현 주당 가격보다 5000원 이상 높다.

정창수 부회장은 김동연 회장과 공동 창업주인 고 김성률 명예회장 동서다. 김상훈 사장은 김동연 회장 장남이다. 공동창업주 측근 모두 주식을 처분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허일섭 GC녹십자 회장의 119억원 규모 주당처분단가는 39만5561원이다. 녹십자의 10월 24일 종가는 25만2000원이다. 주당 13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서 장내서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허일섭 회장은 故 허영섭 선대 회장의 동생이다.

미래나눔재단도 같은달 녹십자 보유 지분 전량을 175억원 규모에 장내매도했다. 주당 33만8838원에서 38만4918원 사이에서다. 미래나눔재단 이사장은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다. 허용준 대표는 故 허영섭 회장의 삼남이다.

신일제약도 그렇다. 신일제약 오너일가 다수는 지난해 7월 131억원 규모 장내매도를 단행했는데 주당가격은 1만4300~5만8000원이다. 다만 대부분 5만원 안팎서 주식을 장내에 던졌다. 신일제약의 10월 24일 종가는 1만2750원이다.

국전약품은 최대주주 홍종호 국전약품 대표 형제 홍종훈씨, 홍종학씨, 모친 심순선씨는 최근 107만8510주를 장내서 팔았다. 규모는 218억원 어치다. 처분 단가는 1만8415원에서 2만895원이다. 국전약품은 지난해 12월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국전약품의 10월 24일 종가는 1만425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오너일가 매도는 고점서 이뤄진다. 일반 투자자보다 내부 사정에 능하기 때문이다. 명백한 모럴해저드"라고 꼬집었다.

그들의 항변…R&D 재원, 증여세 등 목적

무작정 '모럴해저드'라는 지적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주가 급등 전 주식을 매도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연제약의 올 2월 72억원 규모 블록딜 주당 가격은 1만8057원이다. 이연제약의 10월 24일 종가는 5만3600원이다.

지난해 11월 190억원 규모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블록딜한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당시 주당 처분가격은 3만8050원이다. 녹십자홀딩스의 10월24일 종가는 2만9050원이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이사장은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이다.

최대주주가 포함되지 않은 오너일가 측근의 매도도 있었다.

신일제약의 경우 회사 핵심인 홍성소 회장(창업주)과 홍재현 대표(창업주 딸)는 주식 처분을 하지 않았다. 홍 회장과 홍 대표는 신일제약 1,2대 주주다. 홍종호 국전약품 대표와 유원상 유유제약도 대표도 주식 매도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너일가 주식 처분 기업의 매도 사유를 살펴보고 당초 목적에 맞게 해당 자금을 사용했는지 따져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치하는 경우 어느 정도는 모럴해저드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부 유추가 가능하다.

신풍제약의 2154억원 규모 블록딜 목적은 '생산설비 개선 및 R&D 자금 확보'다. 돈에 이름이 써 있지 않아 해당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풍제약은 올 반기 113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전년동기(98억원) 대비 15.3% 증가했고 매출액의 12.45% 수준이다.

신풍제약은 올 8월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3상 승인을 받았다. 규모는 1420명이다. 2상(113명)의 12.6배 수준이다. 대규모 3상인 만큼 R&D 금액은 하반기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1680억원 규모 블록딜 송암사는 변제에 나섰다. 최근 35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했다. 송암사가 향후 당초 블록딜 목적처럼 신규시설투자에 나설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상훈 부광약품 사장 등의 361억원 규모 블록딜은 특별관계자 국세납부다. 김상훈 사장은 과거 국세청 연부연납 제도를 이행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블록딜 목적에 맞게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용환 이연제약 대표의 72억원 규모 블록딜은 부채상환, 상속세 관련 주담대 상환이 목적이다.

이연제약이 지난해 6월 공시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유용환 대표는 보유주식 532만1680주 중 259만5419주가 담보로 잡혀있다. 당시 비율은 48.8%다. 현재는 보유주식 532만8113주 중 207만2341주로 38.9%까지 떨어졌다.

오너가 지분 매도 그 이후

사실 오너일가 지분 매도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딱히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급격한 시세변동은 들여다봐야겠지만 주식 매매는 개인의 자유로 딱히 제제 수단은 없다. 공시를 통해 동향을 살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차선책이 필요하다.

업계는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오너일가(또는 대주주)의 주식 매도 목적을 명확히 기재한다면 주가 급락 등 일부 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공시 의무는 없지만 주식 매도 목적에 따른 이행 여부를 주주레터나 홈페이지 등에 수시로 공개하는 것이다.

기업의 자발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 시가총액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R&D 재원 확보 목적의 블록딜이라면 향후 해당 자금을 언제, 어떻게, 어디에 활용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상증자 등 외부서 자금을 조달할때 자금사용계획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막연한 대주주 블록딜에 대한 불안감 대신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감시하며 기업 가치 재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대주주 등이 숨겨진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고점에 주식을 내다판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어느정도 지울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오너일가 지분 매도는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사회 시선은 모럴해저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주식 처분 후 관련 자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등을 보다 명확히 공개한다면 기업가치 재상승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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