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상한 질병분류기호와 과잉검사
- 이혜경
- 2022-01-13 17: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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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심평원을 출입처로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왜 이제야 알았을까'라며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심평원을 탓한 적이 있었다. 심평원 어플만 설치하면 누구나 최근 1년 간 병원에서 처방 받은 의약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였는데, 마스크 대란 사태 당시 공적마스크 시스템으로 유명세를 탔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활용하는 서비스다.
굳이 캐캐묵은 이야기까지 꺼내든 이유는 최근 경험한 수상한 처방전으로 또 한번 심평원의 대국민 서비스인 '비급여 진료비 확인요청'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연말에 급성복통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내과 진료를 등록했고, 진료실 앞 의사 소개 간판에 '심장혈관 내과 치료적 내시경 전문'이라는 노란색 글씨만 눈에 들어왔다. 5분마다 콕콕 쑤시는 뱃속 통증에 당연히 내과 전문의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심평원 '병원 찾기'를 뒤져본 결과 이 병원에는 정형외과 전문의 2명, 영상의학과 전문의 1명, 가정의학과 전문의 1명이 등록돼 있었다. 내가 진료 받은 의사는 가정의학과였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위생장갑을 끼고도 촉진 없이 몇 가지 문진만 하던 의사는 대장과 췌장이 안좋을 수 있다면서 당일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초음파 검사와 익일 공복에 CT검사를 진행한 이후 대장내시경을 진행하자고 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있으며, 30대 후반이지만 최근 대장내시경을 2번이나 받았다는 점을 이야기 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내시경을 많이 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던 의사는 검사를 받지 않으면 복통의 원인을 이야기 해 줄수 없다식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검사를 끝냈다.
당황스러운건 처방전을 받아든 순간부터다. 왼쪽 아랫배가 아픈 환자에게 대장과 췌장이 위치한 곳이라며 CT, 초음파, 향후 대장내시경까지 권유하던 의사가 진단한 상병명은 E039(상세불명의 갑상선기능저하증), I209(상세불명의 협심증), J129(상세불명의 바이러스폐렴)이다. 문진 당시 전혀 언급 조차 없던 질병이었고, 향후 검사 결과에서도 나오지 않은 상병이 처방전 질병분류기호에 찍혀있었다.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살펴봤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CT 진단료는 급여가 적용됐고 초음파 진단료는 비급여로 처리됐다.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따르면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검사의 경우 초음파 검사의 급여기준에서 정하는 비급여 대상이라 할지라도 진료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충수·소장·대장·서혜부·직장·항문·신장·부신·방광에 질환이 있거나 의심되어 의사가 직접 시행한 경우 급여가 적용된다. 문진한 의사가 대장과 췌장 쪽의 질환이 의심된다는 말을 하면서 검사를 권하곤, 비급여 진료비 고지없이 하복부 초음파를 비급여 진료비로 청구했다.
처방전의 질병분류기호와 과잉검사, 그리고 비급여 진료비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의 급여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복부 통증으로 내원하고도 하복부 초음파를 비급여로 결제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종성 의원은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이후 두통환자 MRI 촬영건수가 상급종합병원 3배, 종합병원 11배, 병원급 40배, 의원급 42배가 증가했다는 지적을 했다. 해당 병원이 내원 당시 의심되는 질환과 상관 없는 질병분류기호를 처방전에 적은 이유 또한 혈액·소변·심전도 검사 및 CT촬영의 급여 적용 때문이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도저히 겪지 않는 질환을 상병으로 둘 수 없어 병원을 다시 찾았고, 진단서의 질병분류기호는 K58(과민대장증후군), K21.0(식도염을 동반한 위-식도역류병)으로 바뀌었다. 환자에겐 주상병이었던 복부통증의 원인 확인을 위한 하복부 초음파를 비급여로 진단한 부분에 대해선 심평원에 진료비용 확인요청을 접수한 상태다.
심평원 직원들은 말한다. 요양기관 심사를 할 때 첫 번째로 갖는 마음이 '양심적으로 진료비 청구가 이뤄지고 있겠지'라는 것이라고. 환자들도 똑같은 마음이다. 진료비를 계산할 때, 세부 내역서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처방전 질병분류기호까지 세세히 검색해보지 않는 이유는 의사를 믿기 때문이다.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용 확인요청이라는 서비스가 있으니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길 바라면서도, 의사들의 양심적인 진료로 이용할 사람들이 없는게 더 좋은 일 아닐까라는 복합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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