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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도매 공방 1라운드 고배…고심깊은 유통협회 투트랙 전략

  • 김진구 기자
  • 2026-07-15 06:00:52
  • 요약
  • 대웅제약, 공정위 민원 종결로 거점도매 정책 일단 탄력
  • 유통협회, 개별 피해 사례 보완 재신고+국감 이슈화 맞불
  • 공정위 재조사 여부 관건…유통-대웅 극적 타협 가능성도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둘러싼 갈등 1라운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민원 종결 처리로 마무리됐다. 업계에선 정책 철회를 요구해 온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고배를 마셨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대웅제약은 규제 리스크를 일단 덜어내며 거점도매 중심 유통망 개편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대웅제약과 특정 거점업체의 시장 독과점 우려를 지적해 온 유통업계는 공정위의 종결 처리에 맞서 장기적인 대책 마련으로 노선을 선회했다.

제약‧유통업계에서는 유통협회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유통협회는 구체적인 개별 피해 사례를 확보해 공정위 '재신고'와 함께 '국회 국정감사 쟁점화'라는 투 트랙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른 일각에선 양측이 결국 현실적인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웅제약 = '영업 효율화' 명분 확보…거점도매 중심 유통망 개편 탄력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유통협회가 제기한 민원을 종결 처리했다. 유통협회는 지난 5월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정책을 두고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특정 거점업체로 물량이 쏠릴 경우 중소 도매업체의 거래 기회가 박탈되고 유통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당 민원을 정식 심사로 전환하지 않고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민원 종결 이유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통상적으로 공정위는 사건 요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심사 개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또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경우 민원을 종결한다.

이번 민원 종결 결정으로 대웅제약의 유통망 개편 행보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회사가 도입한 블록형 거점도매는 전국 유통망을 10개 권역으로 단순화하고 5개 거점도매를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체계다. 회사는 AI 기반의 수요 예측과 배송관리시스템(TMS)을 본격 가동해, 재고 과부족을 조절하고 콜드체인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직거래가 중단된 기존 도매업체들도 거점 도매를 통해 우회 공급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의약품 공급 단절'은 없다는 명분을 앞세워 거점도매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통협회가 제기해 온 '불공정 거래 거절' 프레임에서 대웅제약이 한결 자유로워진 분위기”라며 “공정위의 종결로 이번 정책이 특정 업체의 배제가 아닌, 제약사 고유의 물류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회사 측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협회 = "종결 아닌 자료 미비…'구체적 피해 증명'으로 재신고"

반면 유통협회는 공정위의 결정이 대웅제약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통협회는 공정위가 거점도매 정책의 적법성 유무를 면밀히 따진 것이 아니라, 최초 제출한 민원의 서류가 모호했던 탓에 ‘자료 미비’로 종결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협회는 국면 전환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모습이다. 우선 거점도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개별 업체의 실제 피해 사례를 보완해 공정위에 재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호영 의약품유통협회장은 “최초 민원 신고 당시 협회의 주장과 근거 자료가 다소 포괄적이었다”며 “일단 민원을 제기하고 실제 피해 사례를 순차적으로 보완할 계획이었으나, 자료가 추가되기 전 서둘러 종결 결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회장은 “단순히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공정위를 설득하기 어렵다”며 “계약 기간 도중 일방적으로 거래가 끊겼거나, 거점 전환 과정에서 독소 조항을 강요받은 개별 유통업체들의 실제 위법 증거를 수집해 다시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유통협회 '재신고' 받아들일까…거점도매 갈등 핵심 분수령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업계에선 유통협회가 꺼내든 ‘재신고’ 카드가 실제 공정위의 조사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갈등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협회는 개별 피해 사례를 보완해 재신고할 경우 정식 심사 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가 애초에 제약사의 거점도매 정책 자체를 ‘정당한 영업 재량’ 범위로 판단해 종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류 보완만으로는 정식 조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협회가 '입증 가능한 구체적 불이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중도 해지된 사례나 대웅제약으로부터 거래가 거절당한 구체적 사례를 수집해야 공정위 입장에서 정식 사건으로 전환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일선 유통업체들이 피해 사례 제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신원과 피해 사실이 노출될 경우 향후 대웅제약과의 거래 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통협회는 공정위 재신고와 더불어 올 가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점도매 논란을 쟁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정감사에서 거점도매 논란이 쟁점화될 경우 공정위 역시 해당 사안을 엄격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구체적 피해 사례를 지렛대 삼아 여론을 환기하며 공정위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종결 결정으로 대웅제약이 일단 유리한 지점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유통협회가 구체적인 계약 위반 사례를 확보해 국정감사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대웅제약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일방적 승자 없는 싸움…유통협회-대웅제약 극적 타협 가능성도

제약·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측 모두 갈등 장기화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점이 이러한 극적 타협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유통협회로선 대웅제약 품목의 유통 공백이 길어질수록 회원사들의 누적 피해가 커지는 데 부담이 따른다. 대웅제약 역시 유통업계와의 대립을 넘어 약사회의 반발로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 있다. 

여기에 대웅제약이 당장 2027년도 거점도매 계약 체결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향후 거점도매 합류 여부를 고심해야 하는 유통업체들로서도 서둘러 법적·행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실리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부담 때문에 지난달 유통협회와 대웅제약은 양측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마주 앉는 공식 회동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실무 차원의 물밑 접촉 조율 과정에서 회동은 한 차례 무산됐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의 필요성에 따라 대화 창구가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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