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약사 생존법, 단순 조제 넘어 지혜형 전문가 돼야"
- 김지은 기자
- 2026-05-11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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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호 과학기술한림원장 AI 시대 약사 직능·약학교육 진단
- “단순 복약지도는 자동화…인간적 판단·신뢰 더 중요해질 것”
- “약학계, 내부 울타리 넘어 AI·정밀의료 아젠다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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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무엇을 타깃으로 약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결국 기초과학의 몫입니다. 그리고 약사의 미래 역시 AI에 대체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34년 간 재직하며 독성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활동해 온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67, 서울대)이 AI 시대 속 약학교육과 약사 직능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 원장은 서울대 약대 학장과 한국약학교육협의회 2대 이사장을 지내면서 약대 6년제 개편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내 최고 과학기술 석학 기관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AI·바이오 융합 시대 속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조망하고 있다.
정 원장은 지난해 정회원 4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를 통해 원장직에 당선됐으며 내년까지 3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데일리팜이 지난 8일 정진호 원장을 만나 AI 기반 신약개발, 약사 직능 변화, 약학교육 혁신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약사이자 과학자, 현 과학기술한림원장으로서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바이오시밀러나 CDMO 같은 제조·상용화 영역에서는 글로벌 수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과거의 ‘추격자(Follower)’ 모델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연구개발 혁신 역량이 핵심입니다. 특히 AI 기반 신약개발 시대에는 후보물질을 예측하는 기술뿐 아니라 약효·대사·독성을 실제 검증할 수 있는 전임상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실험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AI와 기초과학, 검증 인프라가 함께 가야 합니다.
-AI와 바이오 기술 융합으로 약학 분야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나요.
가장 큰 변화는 신약개발 패러다임 자체입니다. 과거 Wet-lab 중심에서 AI 기반 예측·설계와 자동화 실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AI가 결국 ‘속도’를 높이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진짜 혁신은 질병의 새로운 기전을 발견하는 기초과학에서 나옵니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AI와 기초과학이 함께 맞물린 ‘초융합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시대 속 약학계의 존재감과 역할은 충분하다고 보이나요.
약학은 분자 수준 화학 설계부터 환자의 임상 결과까지 연결하는 거의 유일한 학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융합 시대에 매우 강력한 자산을 가진 분야입니다. 하지만 약학계의 잠재력에 비해 사회·정책적 영향력은 아직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내부 네트워크 중심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는 AI 신약개발, 정밀의료, 디지털 치료기기 같은 국가적 의제를 약학계가 먼저 제시하고 주도하는 ‘아젠다 세터’로 나아가야 합니다.
-AI 시대 속 약사 직능의 가장 큰 위기와 기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직능도 마찬가지이지만 미래 약사는 AI에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가장 큰 위기는 단순 조제와 매뉴얼화된 복약지도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런 영역은 AI와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대체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가장 큰 기회는 초개인화 정밀의료 시대입니다. 유전체·생활습관·웨어러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환자의 삶에 적용해 줄 전문가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 전문가의 가치가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오는 것이죠. 약사는 이제 단순히 약이라는 물질을 다루는 직업을 넘어 환자의 삶 전체를 관리하는 ‘라이프케어 코디네이터’로 확장해야 합니다.

저는 ‘살아남는다’는 표현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미래 약사는 단순한 ‘지식형 전문가’가 아니라 정보를 환자의 삶에 적용하는 ‘지혜형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유전체·웨어러블·리얼월드데이터(RWD)를 해석하는 데이터 역량과 함께, 환자의 정서와 복약 이행을 이끌어내는 인간적 신뢰 능력이 동시에 중요해질 것입니다.
-AI 복약상담과 디지털 치료제 확산 속 약사, 지역 약국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비대면 진료 확대와 디지털 치료기기 도입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결국 약국은 ‘단순 조제 공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첫째는 다제복용 환자 복약관리 거점 역할입니다. 둘째는 비대면 의료 시대의 안전판 역할입니다. 화면 너머 처방이 환자의 실제 상태와 충돌하지 않는지 마지막으로 검증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디지털 헬스 안내자 역할입니다. 의료가 비대면화될수록 오히려 지역 약국의 대면 신뢰와 접근성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약대 6년제 도입을 주도했던 입장에서 현재 약학교육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더불어 현재 약학교육은 AI 시대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다고 보나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실패한 6년제’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시 6년제를 추진하며 지역·병원·산업 약사 중심 교육 체계를 만들고 국가시험 개편도 함께 추진했지만, 결국 제도 변화가 현장 보상 체계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교육 연한과 임상 역량은 높아졌지만 그것이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죠. 또 하나는 연구 중심 교육과 임상약사 교육이 점점 분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연구와 임상을 동시에 이해하는 ‘하이브리드 약학 인재’가 필요합니다.
현 약학교육의 AI 시대에 대한 대비는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현장은 이미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약학교육은 여전히 미래 과제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AI·데이터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다만 단순히 과목 몇 개 추가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교수진 구성, 연구 방향, 국가시험 체계까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이 문제는 개별 대학 자율에 맡기기 어렵습니다. 국가 차원의 톱다운 방식 지원과 약학교육협의회·약사회·국시원의 협력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미래 약대생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무엇입니까.
세 가지를 꼭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융합 역량입니다. 약학뿐 아니라 AI·데이터·임상의학·생명공학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실패에서 배우는 회복력입니다. AI 시대에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셋째는 환자를 향한 공감과 윤리적 책임감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약은 결국 사람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환자의 눈을 마주 볼 줄 아는 약사가 진짜 전문가입니다.
저는 오랜 세월 약학대학 강단에서 미래의 약사를 길러내는 일에 몸담아 왔고, 정년퇴임 이후에는 과학기술계의 최전선에서 과학기술 전반의 현안을 살피고 변혁을 모색하는 고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두 영역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약학과 과학기술은 더 이상 분리해서 논의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약학이 과학기술의 최전선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를 흡수하고, 동시에 그 변화의 결실을 국민건강이라는 가장 따뜻한 가치로 환원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한림원장으로서 우리 원이 앞으로도 약업계가 추격자(Follower)를 넘어 글로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고 약사가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현장에서 가장 따뜻하게 실천하는 신뢰받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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