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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단체도 훈수…한미 대주주 갈등 로수젯 원료 쟁점 뭐길래

  • 천승현 기자
  • 2026-03-09 06:14:58
  • 약사회 "로수젯 원료 변경 신중해야"...한미 대주주 갈등에 논평
  • 로수젯, 원료의약품 공급처 대주주·전문경영인 갈등 촉발
  • 한미, 자회사보다 저렴한 국내 기업 사용...더 싼 원료 사용 기조와 이견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의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갈등은 간판 의약품 로수젯 원료의약품 선택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자회사 생산 제품보다 저렴한 원료의약품을 국내 기업으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하는데 지주회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더 저렴한 원료 사용을 독려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경영인은 10년간 1조원 이상 팔린 간판 제품의 원료의약품 변경에 신중론을 펼쳤지만 대주주의 원가 절감 기조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급기야 약사단체가 로수젯의 원료의약품 교체를 우려하는 성명을 내놓는 기현상도 펼쳐졌다.

한미, 처방 1위 로수젯 원료 변경 두고 대주주·전문경영인 갈등 촉발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는 지난 5일 ‘한미약품 로수젯 원료변경에 대한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의약품 원료 변경은 환자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검토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의약품 원료는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제조 환경, 생산 공정, 품질관리 수준, 불순물 관리 체계 등에 따라 품질과 안전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약사회의 우려다. 

약사회는 “최근 제기된 로수젯의 원료 변경 논란과 관련해 의약품 원료 변경은 단순한 경영 판단이나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약품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라면서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약사단체가 특정 의약품의 원료의약품에 대해 논평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2개 성분으로 구성된 고지혈증 복합제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로수젯은 지난해 2279억원의 외래 처방금액을 기록하며 전체 의약품 중 선두에 올랐다. 로수젯은 2024년 처방액 2103억원으로 국내 개발 의약품 최초로 전체 선두에 올랐고 2년 연속 정상을 수성한 상징적인 제품이다.

2015년 말 출시된 로수젯은 발매 이후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처방 현장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발매 5년 만인 지난 2020년 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 2024년 국내 개발 의약품 중 최초로 연간 처방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발매 이후 10년간 누적 처방금액은 1조208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의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주력 의약품의 원료의약품 변경 여부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사실이 알려지자 약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건넨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약품은 전직 임원의 성비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대주주 개입 의혹이 제기되며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간 갈등이 공개 충돌로 확전한 상황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조사 이전 가해자에게 연락하는 등 인사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논란은 회사 내부로 확산돼 임직원이 성명 발표와 피켓 시위에 나서는 등 집단 행동으로 이어졌다.

신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를 제외한 사업회사 임원 인사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유지돼야 하지만 대주주로서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은 박 대표가 공개 입장문과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통해 신 회장의 경영 간섭 의혹을 다시 제기하면서 한층 격화됐다. 박 대표는 "왜 회사의 공식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가해자에게 전화해 조사 사실을 미리 알렸느냐"면서 성비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인사 개입 정황을 문제 삼았다. 원료 교체 논란과 관련해서도 "로수젯 원료를 미검증 중국산으로 바꿔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원료 변경 추진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미, 자회사보다 저렴한 국내 기업 원료 사용...신 회장, 더 저렴한 해외 원료 사용 기조에 충돌

업계에서는 약사회가 원료의약품 변경 적정성을 제시한 로수젯이 박 대표와 신 회장의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로수젯의 핵심 성분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을 국내 A 기업으로부터 구매해 완제의약품을 합성한다. 신 회장은 저렴한 수입산 원료의약품 사용으로 비용 절감을 독려하면서 전문경영인과 이견이 본격화했다. 통상적으로 중국이나 인도산 원료의약품이 국내산보다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대표는 원료 변경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신 회장과 갈등이 빚어졌고 임원의 성 비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대립각은 더욱 고조됐다.  

사실 제약사 입장에선 원료의약품 선택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제조업은 품질에 문제 없다면 저렴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경영전략을 것이 최우선 전략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의약품의 경우 한 번의 문제로 완제의약품 생산이 차질이 빚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료의약품 변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로수젯은 국내 판매 의약품 중 외래 처방금액이 가장 많은 제품이다. 매출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원료의약품 구매 비용을 줄이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원료의약품 안전 관리 문제로 한 번이라도 생산과 공급이 차질이 빚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A업체의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 가격은 중국산보다는 비싸지만 국내 기업의 제품에 비해 저렴한 편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로수젯의 사용 원료에 계열사 한미정밀화학이 생산한 로수바스타틴도 등록했지만 사용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미정밀화학이 생산한 로수바스타틴이 A업체보다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한미정밀화학의 최대주주는 한미약품으로 지분 63.0%를 보유하고 있다. 

로수바스타틴은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제품이어서 원료의약품 시장도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지목된다. 로수젯과 같은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처방이 급증하면서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구조다.

지난해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의 원외 처방금액은 8096억원으로 전년대비 11.8% 늘었다.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는 2010년 3532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지난 5년 동안 55.8% 확대됐다.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가 저밀도 저단백 콜레스테롤(LDL-C)을 낮추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데다, 2개의 약을 따로 복용하는 것보다 약값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은 총 105건이다. 지난해에만 22건의 신규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이 등록될 정도로 최근 시장 진입 경쟁도 활발하다.

국내 등록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 105건 중 국내산은 16건으로 15.2%에 불과하다. 일동제약, 한국바이오켐제약, 유한화학, 삼진제약, 엠에프씨, 에이치엘지노믹스, 한미정밀화학, 경보제약, 리독스바이오, 엔지켐생명과학, 삼진제약, 제일약품, 명문바이오 등이 국내산 원료의약품을 취급한다. 인도산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이 59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중국산은 26건으로 국내산보다 월등히 많이 등록된 상태다. 

한미약품의 로수바스타틴 구매력이 높아 원료의약품 업체들 입장에선 한미약품 공급에 큰 매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미약품은 A 업체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최초 구매 당시보다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산이나 인도산 원료의약품의 경우 국내산보다 5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고 품질도 나쁘지 않아 사용을 검토하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원료의약품 교체 이후 예상치 않은 품질 문제가 불거져 처방이나 판매가 중단되면 처방 현장에서 신뢰도 하락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새로운 원료의약품 사용 선택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한약사회는 “2018년 발사르탄 원료 불순물 사태를 통해 원료 관리의 중요성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일부 해외 원료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되면서 대규모 의약품 회수와 처방 변경이 발생했고, 환자와 의료현장 모두 큰 혼란을 겪었다. 이는 원료 및 제조공정 관리가 의약품 안전성 확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라고 경고했다.

송영숙 회장, 전문경영인체제 지지 선언...한미약품 이사회 구성 두고 갈등 가능성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신 회장과 박 대표의 갈등을 두고 사실상 전문경영인의 손을 들어줬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주주들에게 약속한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며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대주주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회장은 박 대표와의 갈등설이 불거지자 최근 코리포항 외 5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를 2137억원에 장외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코리포항은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009년 홍콩에 설립한 코리그룹의 국내 자회사다. 거래가 완료되면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6.43%(1124만9739주)에서 22.88%(1564만9771주)로 상승한다. 신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양정밀 지분까지 합산하면 총 지분율은 29.83%까지 올라가게 된다. 시장에서는 신 회장의 지분 확대를 두고 경영진과 충돌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대주주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4인 연합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4인 연합체제의 의결권 구속력이 강해 특정 대주주의 독자적인 행보는 힘들다는 분석이 크다.

신 회장과 킬링턴은 지난 2024년 한미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촉발 이후 모녀 측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의결권 공동 행사 등 4인 연합을 맺었다. 협약에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 공동 행사 조항이 포함됐다. 한 쪽이 지분을 매각할 때 상대방이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과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함께 팔 수 있는 동반매각참여권(태그얼롱) 등 지분 이동과 관련한 권리도 함께 규정돼 있다.

어느 한 쪽이 약정을 위반해 단독 행동에 나설 경우 위약벌과 손해배상 청구 등 상당한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이사회 안건이나 주총 의결권 행사에 계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데 따라 지분율 격차가 곧바로 경영권 장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약정은 당사자 간 합의로만 종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일 구성원이 독자적으로 파기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주총 전까지 4인 연합 내부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리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어 오는 3월 열리는 한미약품 주주총회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오는 3월 이사회 10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박 대표를 포함해 박명희 한미약품 전무(사내이사),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이사(사외이사), 윤도흠 차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사외이사),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등의 임기가 종료된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임기 만료 이사가 없어 이사회 변동 요인은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박 대표와 박 전무 그리고 최인영 전무, 임종훈 사장이다. 사외이사는 윤영각·윤도흠·김태윤·이영구 등 4명이다. 또 신 회장과 지주사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들이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향방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지주사 의결권 행사 방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부 구도 역시 단순하지 않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과거 분쟁 국면에서 이사들이 서로 다른 진영에 섰던 전력이 있고 지난해 시니어 사업 출자 안건 표결에서도 내부 이견이 드러난 바 있다. 특정 인물이 어느 편에 설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표 대결이 현실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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