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처방도 속출…관행화된 장기처방에 약국 업무 '한계치'
- 김지은 기자
- 2026-02-12 12: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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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품목 품절 유발·조제약 폐기 반복…약국 업무‧경제적 부담
- 유효기간·변질 위험 속 일부 약국 궁여지책으로 ‘안전장치’ 도입도
- 국회 수년째 지적…복지부 장기처방 연구용역 이후 개선방안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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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확대된 장기처방이 의료 정상화 이후에도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약국 현장의 부담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업무 증가를 넘어 경영 구조 왜곡과 환자 안전 문제까지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한 분회 총회에서는 상급회에 장기처방 문제에 대한 적극 대응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안이 다수 접수됐다.
관련 건의안에는 91일 이상 장기처방이 증가하면서 특정 품목의 품절 현상이 동반되고 있다는 점에서 90일을 초과하는 처방에 대해 환자 동의 하 분할조제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해 달라는 요구가 포함됐다.
또 다른 건의안은 장기처방 증가로 인해 환자 상태 변화나 부작용 발생 시 이미 조제된 약을 폐기해야 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명확한 장기처방 기준과 조건 설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6개월은 기본이고 1년, 2년치까지 늘어난 처방에 최근에는 쪼개기 처방까지 지역 약국 약사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절대 안전할 수 없어”…약국 자체 환자 동의서까지 도입
서울의 한 대형병원 문전약국은 장기처방 증가 이후 약제비 규모가 20% 이상 늘었지만 조제료는 기존과 동일해 오히려 수익구조가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이 약국장은 “의료대란은 끝났지만 그때 늘어난 장기처방은 사실상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약제비가 늘어나니 외부에서는 약국 수익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카드수수료 부담만 커졌다”며 “조제료는 동일한 구조에서 업무 강도는 몇 배로 증가해 사실상 손해”라고 말했다.
91일 처방은 기본이고 1~2년치 처방까지 등장하면서 조제 과정의 확인·검수·보관·상담 부담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장기처방이 많은 날에는 근무약사와 직원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져 별도 보상이나 쿠폰을 지급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으며, 장기처방 부담으로 퇴사한 직원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력 문제를 넘어 현행 조제료 체계가 처방 일수 증가에 따른 업무 증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장기처방 문제를 두고 약사들이 약국의 경제적 손해, 업무 부담 문제를 넘어 더 큰 문제로 지적하는 지점은 안전성이다.
이 약국은 6개월을 초과하는 처방에 대해 자체적으로 환자 동의서를 받고 있다. 장기간 보관 과정에서의 유효기간 경과, 변질 가능성, 복약 순응도 저하 등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한 뒤 조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도장까지 제작해 관리하고 있다.
약국장은 “가장 큰 문제는 절대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보관 환경이 적절치 않으면 약효는 떨어지고 변질 위험도 커진다"며 "우리 약국에서는 6개월 이상 처방에 대해서는 조제를 하지 않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그런 점에서 환자에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조제를 하겠냐고 묻는다. 조제를 하시겠다고 하면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약국장은 또 “인공눈물의 경우 12통, 15통씩 통으로 처방이 나온다. 우리 약국에서 최대로 처방을 나온 것이 20관짜리 15통 처방이 나오는데 한 박스”라며 “이렇게 가져가서 다 쓰시냐고 물어보니 가족들이 다 같이 쓰신다고 하더라. 이게 과연 맞는건가 싶다”고 했다.
코로나19‧의료대란 특례가 관성으로…제도는 여전히 공백
지역 약사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확대된 장기처방이 의료대란 국면을 거치며 더 확산됐고 이후에도 별도 조정 없이 관행처럼 유지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정책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질환에서, 어떤 조건에서, 어느 범위까지 장기처방이 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장기처방 현황 연구에 착수한 바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수행 중인 해당 연구는 올해 3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처음으로 장기처방 문제를 체계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수년간 문제 제기가 이어졌음에도 실효성 있는 대안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약사회는 장기처방 문제에 대해 두 갈래 트랙으로 대응을 추진 중에 있다. 하나는 처방일수 자체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다른 하나는 91일 이상 장기처방에 대한 조제료 현실화다. 복지부에 관련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약국 현장은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수년간 현황과 그에 따라 수반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서 시작된 예외적 운영이 이제는 구조적 왜곡으로 굳어지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준과 보완장치를 마련하는게 정책 당국의 역할”이라며 “특정인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한 것이 약 수급 불안, 폐의약품 유발, 환자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빠른 시일내 실태를 파악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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