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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부실 임상시험을 부르는 이해 충돌

  • 데일리팜
  • 2026-01-27 12:10:21
  • 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

부실 아파트 공사는 두말할 것 없이 커다란 사회 문제다.  최근 두 사례를 보겠다. 

2023년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었다. 철근 누락 및 배근 불량 구조 검토, 시공, 감리(監理) 모두 실패하였고 핵심 공정에서 감리의 실질적 검측 미이행 등이 원인으로 규명되었고 “감리가 제대로만 됐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공식 발표되었다.  

2022년에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가 공사 중 붕괴되었다.  콘크리트 강도 미달, 동바리 조기 철거, 공정 압박으로 감리 형식화, 현장 관리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결론은 “서류감리+공정무리”의 전형적 참사였다. 

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원인은 부실 내지는 형식적 감리(監理)다.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리사(監理使)는 관련 국가기술자격, 실무경력, 법령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시공사와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감리사가 시공사와 유착되어 있다든지 감리 업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는다면 2023년 검단 ‘순살’ 아파트 주차장 붕괴, 2022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 같은 대참사는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건설 시공에서 감리가 치명적(critical)으로 중요하며 건설 시공사를 감독하기 때문에 반드시 독립적이어야 한다. 

1962년 미국에서 Kefauver-Harris 약사법 개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현대적 신약개발 과정인 IND와 NDA 제도가 도입되었고 임상시험 시대가 열렸다. 1962년 이전에 승인된 의약품 가운데 1000개 이상이 유효성 부족 등의 이유로 퇴출되었다.  임상시험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완성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면서 197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필자가 1977년 미국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크게 느껴진다.  프로토콜(protocol)조차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스폰서가 별로 없었고 임상시험과 관련된 제대로 된 책 하나 없는 시절이었다.  당시 임상시험 데이터 부정행위와 위조(data fraud and falsification)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두 사례를 보자.  1980년대 초, Harvard 의대의 John Darsee 교수는 cardiology 임상시험에서 환자 데이터를 조작하고 랩 분석결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 follow-up 기록을 변경한 것이 밝혀지면서 100편 이상의 심장 질환 논문이 취하되었다.  Veterans Affairs 병원의 Dr. Robert A. Poisson은 심장질환 임상시험에서 부적격(ineligible) 환자를 등록하고 CRF(Case Report Form)를 조작하고 endpoint를 위조하였다.  

이런 행각이 발각되면서 Dr. Poisson이 참여한 수십개의 multicenter 임상시험 결과를 무효화(無效化)시켰다.  위의 아파트 부실공사들과 유사한 부실 임상시험들이다. 

1980년 당시 임상시험 사기 형태를 보면 data fabrication(모든 환자와 병원 방문 조작), data falsification(lab value 또는 결과 변경), protocol violations(가장 흔하게 inclusion/exclusion criteria위반), backdated entries(병원 방문일자 조작), ghost patients(유령환자), selective reporting(음성적결과 의도적 누락) 등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기형태는 대부분 우연히 발견된 것이고 감사(audit)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한다. 

임상시험 사기의 직접 피해자는 임삼시험 참가자다.  안전성 데이터를 위조함으로써 참가자는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위조된 임상시험 결과로 승인된 의약품으로 인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자가 된다.  스폰서인 제약사도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한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미국 Government Accounting Office는 FDA 감사(audit)의 취약함을 지적했고, 미의회는 임상시험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했다. 결국 FDA는 “honor system” science (의사 과학자가 정직할 것이라고 믿다)에 의존한 것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임상시험이 제대로 감리 감독되었다면 그런 일은 예방될 수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1988년 US FDA는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당시 임상시험 스폰서는 모니터링 의무가 있었으나 병원에서 시행하는 임상시험의 병원기록 접근권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제출한 데이터만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제출하는 데이터의 조작(操作) 또는 진위(眞僞)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방법도 권한도 없었다. 

1988 US FDA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의 핵심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FDA에 제출되는 자료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 피험자 기록(subject records)과 기타 지원 문서를 검토하고, 해당 기록들을 연구자가 스폰서에게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와 대조·비교하는 것이다.  

동 가이드라인에서 정기적 사이트 방문을 통해 모든 기록을 대조·비교하기 보다는 표본으로 선정된 적정 수의 피험자 기록 및 기타 관련 근거 문서를 연구자가 작성한 보고서와 비교·검증해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니터링 요원의 자격에 대한 내용도 있다.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제약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기도 했지만 CRO에 임상시험 모니터링을 위탁하면서, CRO 업계가 기존에 담당하던 데이터관리(Data Management), 통계분석, 컨설팅 업무에 모니터링 업무까지 추가되면서 급성장하게 되었다. 

임상시험 실무에서 스폰서, 병원/연구자, CRO가 있다. 스폰서는 병원/연구자에게 임상시험을 위탁하고 CRO에게는 연구자가 시행하는 임상시험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하고, CRO는 자격을 갖춘 모니터링 요원(CRA: Clinical Research Associate)을 채용하고 교육해 임상시험을 모니터링한다. CRA는 연구자(investigator)가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병원기록과 비교하고, 연구자가 규정과 SOP와 프로토콜(protocol)을 준수하고 동의서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한다. 

따라서 아파트 건설시공에서 시공사와 감리사가 독립적이듯 임상시험에서는 연구자와 CRA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무결성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연구자와 스폰서가 이해충돌이 있어서도 안 되고, 연구자와 CRA가 유착되어도 안 되고, 스폰서가 CRO/CRA에게 모니터링에 대하여 부당한 압력을 가하면 “무결성 모니터링”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CRO 가운데 연구자들에게 주식을 나눠 준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주식을 증여 받은 연구자들은 스폰서에게 해당 CRO에게 위탁할 것을 압박하였다 한다. CRO와 연구자들의 유착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유착은 모니터링의 독립성과 무결성에 유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연구자가 스폰서에게 특정 CRO를 지정하며 그 CRO와 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연구자의 지원을 받아서 스폰서로부터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 받는 경우 CRO가 모니터링을 원래 가이드라인대로 공정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된다. 

1999년 이후 US FDA는 임상연구자(clinical investigator)의 재산공개(financial disclosure)를 통해 재정적 이해충돌(financial conflict of interest)을 사전 예방하고 있다. 한국에는 미국처럼 독립된 재정적 이해충돌 법령체계는 없지만 식약처(MFDS)는 GCP 실태조사(inspection)를 통해 이해충돌 미신고, 이해충돌로 인해 자료 왜곡 보고 누락, 스폰서의 경제적 이익에 유리하게 판단해 편향이 발생하면 중대한 위반 사유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한다. 

1980~90년대에 미국에서는 제약회사가 의사 학회를 후원하여 호화 유람선(cruise ship)에서 학회를 갖고 가족들까지 초청하여 학회를 빙자한 접대용 호화판 유람이 횡행하였다. 최근 모 CRO가 주선해 연구자들을 단체로 중국으로 초청하여 골프접대를 하였다는 소문이 업계에 떠돈다.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이해 충돌이 될 수 있다. 해당 CRO가 스폰서의 요청으로 연구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였다면 이는 스폰서의 리베이트 행위를 CRO가 대행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만약 해당 CRO가 연구자들과 친목을 위하여 그런 행위를 하였다면 연구자와 CRO 유착의 한 단계가 되는 것이다. 

부실한 임상시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US FDA는 1988년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2002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CRO와 연구자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용납 혹은 묵인되기 시작하면 우리 임상시험도 1980년대 미국의 임상시험과 같이 될 수도 있고 임상시험판 광주 아이파크 내지는 인천 검단 순살 아파트 주차장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1988년 US FDA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은 EDC가 발전하고 널리 사용되면서 2013년 폐기되었고 RBM(Risk-based Monitoring)으로 대체되었다.

이영작 대표는?
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통계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통계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미국 국립암연구소(NIH), 국립신경질환연구소, 국립모자건강연구소 등에서 데이터 통계분석과 임상연구를 담당했다. 1999년 한국으로 귀국해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를 겸임하며 2000년도에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임상CRO협회장을 역임해 국내 CRO산업 발전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권위 인명 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도 등재됐다. 현재 서경대 석좌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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