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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올루미언트' 가능성과 기대감

  • 정새임
  • 2023-03-07 06:19:53
  • JAK 억제제 올루미언트, 첫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국내 허가
  • 중증도 50점 이상부터 처방 가능…10명 중 4명 탈모 크게 줄어
  • 비급여로 국내 약가 기준 월 62만원…1년 740만원 부담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최근 원형 탈모인의 이목을 끈 소식이 있었습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이 시장에 처음으로 신약이 등장한 건데요. 릴리가 개발한 JAK 억제제 계열의 경구용 치료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입니다.

올루미언트는 원래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입니다. 주로 쓰이는 질환은 아토피 피부염, 류마티스 관절염이죠. 여기에 지난 2일 원형 탈모 적응증을 추가하게 됩니다.

원형 탈모증도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에 속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원형 탈모는 유전적 소인, 자가면역, 환경인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전적 소인과 자가면역이 가장 중요한 병인으로 꼽힙니다. 자가면역은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을 이물질로 착각해 그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공격하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가지 면역 반응을 일으킵니다. 원형 탈모는 모발의 일부분을 이물질로 잘못 인식해 나타나는 면역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모발을 공격해 머리카락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빠져버리는 것이죠.

자료: 질병관리청
한국인의 2~3% 정도가 원형 탈모를 갖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중증으로 진행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하는데요. 과거 대한모발학회가 국내 환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가 감정적인 손상을 입고 그 중 대부분이 사회생활에서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 중 40%는 불안 척도와 우울 척도가 일반인에 비해 2~3배 가량 높았습니다. 원형 탈모 환자 10명 중 4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치료제의 등장은 희소식으로 다가올 법 합니다.

하지만 원형 탈모가 있다고 모두가 올루미언트를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탈모의 정도가 중증이라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 척도가 되는 것이 '탈모 중증도 평가 도구(Severity of Alopecia Tool, SALT)' 입니다. SALT는 원형탈모가 진행돼 드러난 두피의 범위를 수치화 한 것을 말합니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1999년 처음 마련됐고, 2004년 보완을 거쳐 지금의 평가 기준이 완성됐습니다.

SALT 계산법은 먼저 정수리, 좌/우 측두부, 후두부 네 범위를 나누어 전체 두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정해놓습니다. 각각의 비중은 정수리 40%, 좌/우 측두부 각 18%, 후두부 24%입니다. 이제 환자가 원형 탈모로 드러난 두피의 면적을 각 범위마다 계산해 비중을 곱하면 SALT 점수가 나옵니다.

SALT 점수 계산법(자료: Alopecia areata investigational assessment guidelinese Part II)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정수리에서 두피가 80% 정도 드러났고, 좌측 두부에서도 50% 정도 탈모가 진행된 상태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환자의 SALT 점수를 계산해 보면 정수리는 80%에 40%를 곱한 32%, 좌측 두부는 50%에 18%를 곱한 9%가 됩니다. 전체 SALT 점수는 32와 9를 더한 41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탈모가 심할 수록 SALT 점수는 높아지겠죠.

SALT 점수는 각 점수에 따라 스테이지를 S0부터 S5로 나누고 있는데요. S0은 탈모가 없는, 즉 SALT 점수가 0인 상태입니다. S1은 탈모가 25% 이하로 진행된 경우, S2는 25~49% 사이를 말합니다. 이어 SALT 점수 40~74를 S3, 75~99를 S4로 분류합니다. S5는 100% 탈모가 진행돼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하죠.

SALT 점수에 따른 스테이지
S0~S5 중 올루미언트를 처방받을 수 있는 환자는 S3부터 S5까지 입니다. 즉 전체 두피의 절반 이상이 드러나 SALT 점수가 50 이상이 돼야 올루미언트 치료 대상이 되죠. 임상에서도 해당 범위의 환자들이 등록됐습니다. 물론 SALT 점수는 의사가 주관적인 판단으로 탈모 범위를 판단하기 때문에 의사에 따라 점수에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효과는 어땠을까요? 한국을 포함한 총 10개국 환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올루미언트를 36주 동안 맞은 환자들의 SALT 점수를 다시 측정해 봤더니, 점수가 20점 이하로 떨어진 환자들의 비율이 4mg 용량군은 38.8%, 2mg 용량군은 22.8%으로 나타났습니다. 올루미언트 4mg을 복용하면 10명 중 약 4명은 머리카락이 자라 두피가 드러난 면적이 20% 이하가 됐다는 의미죠.

며칠 전에는 52주 치료 결과도 공개됐는데요, 36주 때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개의 임상에서 올루미언트 투약군의 52주 시점 SALT 20점 이하 달성률은 BRAVE-AA1 임상에서 각각 40.9%(4mg), 21.2%(2mg), BRAVE-AA2 임상에서 36.8%(4mg), 24.4%(2mg)로 나타났습니다. 52주 치료에서 특별히 새로운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올루미언트 치료에 따른 모발 변화(자료: Efficacy and Safety of Baricitinib in Patients with Severe Alopecia Areata over 52 Weeks of Continuous Therapy in Two Phase III Trials)
해당 논문은 임상 참여 환자들에서 올루미언트 투약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 지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겉으로만 봐도 놀라운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우측의 SALT 점수가 100이었던 환자는 올루미언트 투약 후 36주가 지나자 상당히 많은 양의 모발이 자라 두피를 꽤 뒤덮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SALT 점수는 36점까지 떨어졌습니다. 52주에는 탈모가 있었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머리카락이 빽빽한 모습인데요. 52주차 SALT 점수는 0점을 기록했습니다. 치료 1년 만에 민머리에서 탈모가 전혀 없는 상태로 바뀌었으니 이보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까 싶네요.

물론 올루미언트의 한계도 있습니다. 치료 효과를 유지하려면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건 탈모 치료제로 잘 알려진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도 마찬가지이긴 하죠. 문제는 올루미언트가 이들 치료제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올루미언트 약가는 4mg 2만636원, 2mg 1만3758원입니다. 이 약가 그대로 적용한다면 원형 탈모 환자가 한 달에 지불해야 할 약값은 한 달(30일)에 61만9080원이 됩니다. 올루미언트 권장용량이 1일 1회 4mg이기 때문이죠. 1년을 치료 받으려면 740만원이 들겠네요.

물론 치료 효과에 따라 2mg으로 낮출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달에 41만원, 1년에 약 500만원을 감당해야 합니다.

릴리 뿐만 아니라 화이자 등 여러 제약사들이 JAK 억제제로 원형 탈모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요, 치료제가 많아지고 가격이 인하되면 중증 환자들이 원형 탈모의 스트레스를 완전히 벗을 날이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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