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약 배송 논의에 사회적 비용 고려해야
- 정흥준
- 2025-08-21 16: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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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거론되는 약 배송 허용 범위는 섬·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 환자나 거동불편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시범사업에서도 약 배송이 가능한 대상이다.
예외적 허용의 우려점은 향후 세밀하지 않은 법 조항을 비집고 들어올 약 배송 확대 시도들이다.
가령 의료취약지 거주 환자에게 처방약을 보내면서 일반약을 함께 배송한다면 어떻게 될까. 섬·벽지가 아니라 허용 범위는 아니지만 격오지로 처방약을 배송하다 적발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진료는 비대면인데 조제는 대면으로 해야 하냐는 주장처럼, 전문약은 배송이 되는데 일반약은 약국에서 사야하냐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의료취약지와 별반 다르지 않아 약 배송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결국 민원, 신고와 소송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다. 찬·반으로 나뉜 사람들은 정부의 유권해석과 사법부 판례만을 올려다보며 분쟁을 이어가고, 법에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는 내용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약계와 정부뿐만 아니라 이용자인 국민들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감당해야 할 사회적비용은 적지 않다.
수십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약사와 한약사의 직능 갈등,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제도화 과정의 미진함에서 비롯됐다.
그 책임의 화살은 결국 정부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지 못하며 당사자들도 사회적비용을 지불하는 중이다.
약 배송도 마찬가지다. 법이 허술하면 다시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약사법에는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손대지 못하고 있는 조항들이 여럿이다. 만약 허용 범위를 놓고 분쟁이 사방에서 벌어진다면, 뒤섞여버린 이해관계들로 인해 법을 손보기 위한 시도가 녹록치 않을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약 배송 논의는 입 밖에 꺼내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회적비용을 물어야 하는 이슈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외조항을 벗어날 경우에는 어떤 규제 장치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허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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