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포 다름없는 영수증 강제화
- 데일리팜
- 2003-10-26 21: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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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의 영수증 발급을 강제화하기 위한 건강보험공단의 신고센터 설치계획은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막무가내식 정책이다.
‘진료비 영수증 주고받고 보관하기 운동 확대방안’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요양기관들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모두 나서서 부도덕한 의·약사들을 감시하자는 선동처럼 느껴진다.
보험공단은 의·약사들을 위협이라도 하듯 신고센터를 전국적으로 무려 227곳이나 설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건강보험법, 약사법, 의료법 등 관련법까지 모두 개정해 처벌에 나설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고 했다.
병·의원과 약국들은 공단의 발표 자체만으로 대단한 범죄행위를 하는 부도덕한 집단인 것으로 몰리고 있다. 진료비 영수증으로 부당청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장담하고 나선 공단의 태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공단은 요양기관들의 영수증 미발행이 곧 부당청구와 연결된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물론 요양기관중에는 부당 또는 허위청구를 하는 사례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의·약사들이 영수증 발행을 안하면 부당·허위청구를 하는 것 처럼 매도하는 듯한 발표는 잘못됐다.
소액이 거래되는 약국의 경우는 영수증을 완벽히 발급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약국의 영수증 발급을 감시한다면 처방·조제 뿐만이 아니고 일반의약품까지 감시한다는 뜻인데, 과연 가능한 일인지를 따져보자.
단돈 몇 백원이 오가는 거래에서도 영수증을 주고받게끔 하는 것은 매출을 100% 노출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본다. 매출 자료가 세무당국의 관리하에 완벽히 노출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잘하는 정책이다.
다만 의약품 유통관행이 약국의 영수증 발행에 발목을 잡고 있는 가려진 부분을 방치한 채 약국만 잡겠다는 발상은 썩은 뿌리를 놔두고 썩은 줄기만 잘라 내려는 그야말로 미봉책이다.
의약품 유통시장에는 여전히 할증과 할인이 관례화 돼 있고 지금당장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
제약업체로부터 덤(할증)으로 받은 것 까지 영수증을 발행할 약국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수금할인을 통해 유통마진폭을 정상마진 보다 많이 본 약국의 경우는 역시 매출을 100% 노출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소매업종도 매 한가지다.
경제행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얹어진 마진까지 매출로 잡아 세금을 내려고 하는 사업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의약품은 그 특수성 때문에 문제가 되지만 어찌됐든 의약품도 돈이 오고갈 때는 경제행위의 매개체가 됨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요양기관들의 매출 자료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노출돼야 한다는 행정의 취지를 알고 또 그 원칙에 공감한다. 그러나 취지만 있고 현실성이 없는 정책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만을 낳는다.
약국은 소액이 빈번히 오고가기 때문에 영수증을 완벽히 주고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식당, 구멍가게, 노래방, 세탁소, 카센터, 문구점, 택시 등에서 영수증을 100%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하냐를 짚어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차례 영수증 주고받기 운동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점을 상기해야 한다.
소비계층인 봉급생활자(비사업자), 주부, 학생, 노인 등은 비용 청구용이나 공과금 등의 영수증 등이 아니면 집에 영수증을 보관해 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느끼고 있고 실제 그렇다.
소비자 대부분이 진료비 영수증이나 약국 영수증을 보관이 필요없는 증빙 정도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에게 신고하게끔 하고 감시하게 하고는 없는 법까지 신설해 범법자로 처벌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다.
애초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명분과 취지만 들고 전국 곳곳에 신고센터부터 만들겠다는 발상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행정횡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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