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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월 2만원으로 기적 만드세요"

  • 한승우
  • 2006-12-21 07:26:54
  • 오지마을 돕기 장학회 만든 이준령 약사

서울 성지약국 이준령 약사
"한 달에 2만원이면 인도네시아 원주민 중·고등학생이 한달동안 교육비와 기숙사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울 성지약국을 경영하는 이준령 약사(덕성여대·60)는 5년 전 인도네시아의 이리안자야 섬을 방문한 뒤, '문명'에 대한 회의와 소명을 동시에 느끼고 원주민 의식개혁을 위한 학교를 현지에 세워 지금까지 돕고 있다.

일 년에 수천만원이 투입되는 이 학교에 이 약사는 선교회와 약국체인기업의 일부 후원을 빼고, 그 나머지를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바쁜 약국 업무 속에서도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긴 이준령 약사. 그의 눈빛에는 결코 60대라고 할 수 없는 젊은이의 '열정'이 담겨 있었다.

이 약사가 전하는 이리안자야 섬 원주민들의 상황은 정말이지 심각했다. 아니,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책임지지 못할 짓을 저지르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었다.

원주민 사이에 전해진 어설픈 '문명'의 이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찢어진 옷을 입게 만들었다. 너덜너덜한 그 옷을 아이들은 일년내내 입는다. 단백질같은 영양소의 부족으로 아이들 배는 모두 불룩하다.

또 이곳에서는 사람을 먹는 의식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여자들은 가족들이 죽을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 같이 화장하기도 한다.

때때로 다른 부족으로 시집을 간 여성이 병에 걸려 사망했을 때는 부족간의 전쟁도 서슴지 않는다.

이 약사가 이곳을 처음 방문한 때는 2001년 봄. 비행기와 배를 5일 동안 갈아타며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에 첫발을 내디딘 첫 소감은 '분노'였단다.

"평생을 믿어 온 하나님을 원망했어요. 한쪽은 넘쳐서 죽어가는데, 또 다른 한쪽은 이렇게 처참한 지경에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계속해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이 약사는 현지 선교사들이 이 약사에게 요구한 의약품, 생필품 등의 지원을 일단 뒤로 하고, 이들을 계몽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이들을 진정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당장의 생필품보다는 '교육'이라는 자신의 판단 때문이었다. 가장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빠른 길, 바로 '교육'이었다.

당장 이 약사는 몇천만원의 사비를 털어 기숙사·교실·식당 등 초등학교 시설을 마련했다. 학교가 완공되자마자 선교사로 구성된 선생님들이 각 부족의 어린이들을 데려와 1년간 무상으로 교육시켰다.

이 약사가 상처입은 아이에게 약을 발라주고 있다.
이 약사가 이렇게 각 부족의 대표 어린이를 뽑아 교육을 시킨 또다른 이유도 있다. 그것은 이 섬의 원시적인 문화에서 기인하는데, 그것은 앞서 말한 이들의 '식인'문화 때문이다.

이들은 부족 구역 내에 외지인이 잘못 들어왔을 경우, 의식에 따라 그 사람을 '먹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이 약사는 외지인이 그 부족 안으로 들어가 직접 봉사활동을 펴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 현지인을 계몽시켜 그들을 부족 안으로 '파견'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이 약사에게 얼마 전 행복한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세운 이 작은 초등학교가 인도네시아 와메나 정부로부터 최근 중·고등학교 승격 판정을 받을 것.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당장 몇 년 후에 찾아올 학교 경영의 압박이 이 약사의 머리에 스친다.

"일 년에 이 학교를 운영하는데 7,000여만원이 들어갑니다. 지금은 5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가동되지 못해 얼마간은 이렇게 버틸 수 있지만, 몇 년후 전학년이 풀가동 됐을 경우, 또 그들이 각 부족으로 파견됐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이 약사는 아낙꾸 장학회를 만들었다. '아낙꾸'는 '나의 아이'라는 뜻을 가진 인도네시아어다.

"한국에서 '약사'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한 달 2만원이 그리 큰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달에 꼭 2만원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가장 낮은 곳부터 도우려는 그 마음의 중심이 중요하니까요"

이 약사는 이들을 교육시키는 일이 자기의 평생 소명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죽어서도 계속 돼야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부문화에 대한 선입견 혹은 어려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최근 겪었던 한 사례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제가 현장을 잘 묘사한 사진을 올렸더니 한 분이 그래요. 어차피 돕지 못하고 마음만 아프니 제발 이런 사진 좀 올리지 말라고. 전 그런 분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 자체가 자기 '교만'이라구요. 꼭 무슨 큰일을 해야만 그들을 돕는다고 생각지 마세요. 한 달에 2만원이면 기적을 낳을 수 있으니까요"

* 후원문의: 02-972-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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