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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면대약국 환영할 개정약사법

  • 데일리팜
  • 2007-01-08 06:30:42

약국을 양도·양수할 경우 개설등록이나 폐업신고 없이 명의변경만으로 영업을 가능케 하고자 하는 약사법 개정 추진은 실로 단견이다. 행정절차 간소화 차원에서 추진돼 온 사안인 만큼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상응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음을 애써 모른 척 하거나 덮어버리려는 듯 한 인상까지 받는다. 약국의 명의변경 건은 지난해 10월 약사법 전면개정의 한 조항으로 입법·예고돼 규제개혁위원회까지 통과하고 법제처 심사를 밟고 있는 중이지만 지금이라도 반드시 재고돼야 할 사안이다.

지금 약국가는 고질적인 면허대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면대를 활용하는 약국과 그렇지 않은 약국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약사사회를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지만 그 해결책이 정말 요원한 상태다. 면대가 철저히 합법을 가장하거나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고 그 수법 또한 날로 다양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명의변경 법 개정은 이런 면대행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 개정안을 보면 약국 양도·양수시 행정처분 효력을 1년간 승계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대단히 의문이다. 물론 행정처분을 받은 약국이 그 면탈을 목적으로 폐업 뒤 ‘다른 약사 명의’(면대)로 재개설 하는 문제가 끊이질 않아왔다. 그러나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행정처분을 받거나 처분을 이행중인 약국이 면탈을 목적으로 한다면 양도·양수 절차를 밟을 리 없다. 정상적인 양도·양수에서는 행정편의가 제공되지만 행정처분을 피해 가려는 약국들에게는 명의변경이 면대를 더욱더 조장하게 된다.

아울러 동시에 우려되는 것은 이른바 한 사람의 전주(錢主)가 면대를 통해 다수의 약국을 보다 용이하게 개설·운영할 수 있는 길이 트인다는데 있다. 그 전주가 비약사라면 약사직능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할 여지가 대단히 농후하다. 지금도 공공연하게 약사 전주들이 1인 다약국을 운영하거나 비약사 전주가 1개 또는 그 이상의 약국을 운영하는 사례 등이 적지 않아 왔다. 명의변경 개설이 가능하면 전주는 면대를 원하는 약사들을 더욱더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고 더불어 약사들은 그 유혹에 빠져들 여지가 더 커진다.

거대 자본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령 다수의 일반 점포를 보유한 자본주가 이들 점포를 활용해 역시 다수의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면 행정처분을 받은 면대약국을 명의변경으로 양도·양수시켜 사실상 폐업하면서 대신 신규약국 개업을 1년 단위로 반복해 갈 수 있다. 이 모든 사례들이 외형적으로 철저히 합법의 형태를 띨 것임은 작금의 상황을 보아도 너무나 뻔하다. 단속이 불가한 것은 약국 개설자금이나 운영자금 등의 이동을 세밀히 수사하는 선이 불가능하고 그 때문에 자금의 출처와 쓰임새를 구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있다.

명의변경은 여하한 ‘면대시장’을 키우고 그 커진 시장에서 약사들은 자본주에 휘둘리거나 예속될 상황을 심각하게 맞는다. 자본주들은 더 많은 면대약국을 용이하게 운영하기 위해, 그리고 행정처분을 피하고자 하는 약국은 더 많은 면허가 요구되는 탓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약국 소유주인 자본주들은 여의치 않으면 수시로 개설약사를 바꾸려 할 것이다. 개설약사가 자본주의 경영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단순 봉급쟁이로 전락한다면 약사법 제16조 및 19조에 의거한 ‘약사만이 1개의 약국을 개설·운영할 수 있다’는 현행 법의 기본정신은 전면 무시되고 그 근본이 뿌리째 흔들린다.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자는 약사법 제16조(약국의 개설등록)2항에 의거해 해당 시·군·구 자치단체장의 개설등록을 받아야 하고 폐업하고자 하는 자는 같은 법 20조(폐업 등의 신고)에 따라 신고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 개업은 등록사항이고 폐업은 신고사항이다. 정상적인 약사라면 등록이 거부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폐업신고 역시 전혀 불편한 사항이 아니다. 동일 장소의 약국이라도 개·폐업시 개업등록과 폐업신고를 받는 것이 번거롭더라도 약사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도 면대는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근절할 대책을 찾지는 않은 채 면대를 더 용이하게 하는 조치는 도무지 말이 안 된다. 주민등록 전·출입 신고 간소화 조치처럼 간단히 행정적 편리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약사 라이선스는 의약품을 취급하는 특수하고 존엄한 직능에 대해 부여한 배타적 면허다. 그것이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 채 이리 빌리고 저리 빌려줘 심하게는 비약사의 장사로 남용되도록 조장한다면 정부는 국민에게 생명의 위험을 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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