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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함부로 내뱉는 단골약국 약속

  • 데일리팜
  • 2007-01-15 06:30:57

처방전은 의약분업 이후 약사사회 최대의 화두중 하나다. 약국들은 처방전이 무슨 ‘엘도라도’라도 되는 것처럼 신기루 ?듯 몰려 다녔고 그 지나친 쏠림현상이 위험수위를 넘은지 한참이다. 그럼에도 처방전을 ?아 다니는 묻지마 식 개국경쟁이 지금까지 진행형이라는 것은 차라리 참담한 약국가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단골약국이고, 그것이 논란이다. 단골약국이 시행돼야 하는 명분은 숫자로 보면 이해된다.

처방전의 이상 집중현상은 심각하다. 지난해 1~2분기 중 각각 2만2,842곳과 2만3,318곳의 의료기관에서 각기 나온 처방전이 한 곳의 약국에서 70% 이상 조제됐다. 2만 곳이 갓 넘는 전체 약국 수를 감안하면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수치지만 ‘1곳 이상’의 다수 의료기관으로부터 70% 이상 처방을 독식한 이른바 ‘귀족약국’들이 상당수임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은 기간 중 각각 1,061곳과 1,199곳의 의료기관 처방전이 특정 약국에서 100% 조제됐다.

그래서 재선에 성공한 원희목 당선자의 강한 일성중 하나가 단골약국인 것은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니 처방분산을 강력히 외쳤던 직선 1기 집행부의 실패였기에 반드시 이를 관철시켜야 할 책무가 바로 직선 2기 집행부의 최우선 몫일 것이다. 원 당선자는 처방전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단골약국 카드를 꺼내들었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추진의지가 매우 단호해 보인다. 우리는 단골약국제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2기 집행부에 일단 기대를 해보지만 의료계와 문전약국들의 반발은 둘째 치고 자칫 이상과 구호로 끝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단골약국 제도는 그 특성상 자율적인 운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2기 직선 집행부를 꾸려나갈 안팎의 사람들이 이 점을 인식하고 있기에 일단 시행이 된다면 당근과 채찍이 가미되지만 강제적인 방안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 할인, 약국에게는 복약지도료 가산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개별 환자별로 단골약국을 강제 지정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의료기관은 약력관리 부담이 덜어진다는 것 역시 의료계는 거들떠 보지도 않겠지만 기본 밑그림에 담겨질 줄로 안다.

우리는 이 같은 방안의 추진 자체가 긍정적이기는 하다. 약국이 환자를 돈으로 보는 처방전 장사꾼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는 지경에서 이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감안하지 않으면 헛된 메아리가 됨을 애써 또는 자신이 없는 듯 드러내지 않는다. 기본 윤곽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단히 어려운 난관들이 진을 치고 있음을 엄정하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대책을 치밀하게 만들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몇 가지만 짚어 보겠다.

첫째, 환자들이 과연 단골약국을 자연스럽게 선택할지의 여부다. 국가적인 계몽과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고 그 비용을 과연 누가 충당하느냐의 사안이 어려움의 첫 번째 관문이다. 둘째, 약국은 과연 준비돼 있느냐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지역제한을 얻는 기회를 얻었을 경우라 하더라도 환자들이 해당 단골약국을 당연히 만족스럽게 찾을 정도의 보건센터 기능을 모든 약국들이 해낼 준비가 돼 있는지부터 자문해 보았는가. 약사회는 단골약국제의 시행 전에 ‘우수약국관리기준’부터 엄정하게 만들고 시행하는 약국 업그레이드 과제부터 해내야 하지만 그 답이 도무지 안 보인다.

문전약국들의 주장처럼 과감한 투자와 노력으로 처방전을 수주하는 시장경제가 일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단골약국이 자칫 제도의 덕만 보는 하향평준화 사례를 일말이라도 기대하도록 한다면 단골약국은 삐꺼덕 거리고 실패할 공산이 크다. 환자가 어떤 약국을 선택해도 만족하는, 환자가 단골약국 아니면 가고 싶지 않은 그런 약국의 상향식 평준화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셋째, 지역제한 없는 전국구 처방일 경우다. 지역제한은 환자들에게 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반발을 살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전국구 처방으로 간다면 단골약국은 수천 개 처방약을 모두 구비해야 하고 그에 따른 재고약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짐은 불문가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분명 처방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 주지하다시피 성분명 로드맵의 핵심 가교인 생동성 일정 조차 조작파문으로 지지부진해 졌다.

넷째, 추가 보험재정에 대한 명분이다. 작년도 건강보험 수지차를 보면 전체 보험재정에 보험료 이외의 국고지원금과 담배부담금이 무려 4조 원대에 가까운 기여를 했음에도 747억 원의 적자를 보였다. 그런데 단골약국은 적지 않은 추가 보험재정이 소요된다. 국민세금과 담배를 빼면 천문학적인 적자가 나는 판에 추가 재정에 대한 여론의 지지기반을 만들 대안이 있는가. 당장 국민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수 있기에 그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처방전을 받은 환자가 조제할 약국을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환자 자신의 자유이고 선택권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것이 위법한 행위가 아닐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처방전이 특정약국에 몰린다고 해서 이를 강제적으로 분산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처방전 집중은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해 왔다. 이 시점에서 단골약국은 처방전과 관련된 일단의 문제에 쐐기를 박는 해결책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만큼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실질적인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것을 모른다거나 알면서도 단골약국이라는 장미빛만 내건다면 생색내기용이거나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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