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6-01-20 12:53:21 기준
  • #식약처
  • GC
  • #제약
  • #임상
  • #신약
  • 의약품
  • 약국
  • 식품의약품안전처
  • 제약
  • #R&D
팜스터디

"후배님, 욕심 버리세요" 원로약사들 조언

  • 한승우
  • 2007-01-18 12:26:28
  • 국내 최고령 노장헌 약사 등 원로에게 듣는 지혜

약국이 어렵다고 한다. 2007년 불어올 약업계 변화의 바람도 심상찮다. 이를 바라보는 약국가의 시선 또한 어둡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어려운 일을 앞두고 집안의 어른들에게 그 의중을 물었다. 오랜 세월 그들이 겪은 삶의 지혜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데일리팜은 30~50년간 약국을 경영해온 원로 민초약사들에게 약국 경영의 해법과 어려움에 봉착한 현실을 타계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여쭸다.

거창한 답변을 기대했던 데일리팜의 의도와는 달리, 그들은 공통적으로 “욕심을 버리라”고 후배 약사들에게 조언했다.

◆"욕심을 버리면,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지난해 여름 데일리팜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 올해 90세의 노장헌 약사(성모약국). 그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령 개국약사이다.

1918년 출생한 노 약사는 1964년 약사면허를 취득해 올해로 43년째 영등포시장 입구 한 자리에서 약국을 지켜오고 있다.

대화 중 유난히 ‘우리 약사들은’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노 약사를 대하면서, ‘약사’를 평생의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그의 ‘약사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약사들이 잘 해야 해요. 약사가 약국을 지킨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국민보건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약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약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처방전을 둘러싼 후배 약사들의 경쟁 다툼에도 노 약사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약손'. 평생 약을 다루는데 사용한 노 약사의 손
“후배들이 무슨 잘못입니까. 다 세상이 각박해서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처방전 한 장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마세요. 처방전 한 장을 더 받고 덜 받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루에 처방전 10건 정도를 소화한다는 노 약사는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처방은 최선을 다해 조제하고, 약이 구비가 안됐을 경우엔 기꺼이 근처 약국으로 환자를 안내한다. 노 약사가 근무약사를 두지 않는 이유도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 약사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후배 약사들에게 “욕심을 조금 버리라”고 조언한다. 욕심을 버리고 주변을 한번만 더 둘러보면, 내 처지에 감사할 조건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평생 약을 조제하는데 사용된 노 약사의 손을 가만히 만져 보았다. 어린 시절 아픈 곳이 있을 때마다 어루만져 주시던 할아버지의 ‘손’과, 대한민국 최고의 ‘약손’이라는 이미지가 중첩돼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후배들, ‘관계’ 맺는데 더 과감해져라"

상도동 성대시장 안쪽에 위치한 성대약국에는 77세의 서덕이 약사가 있다.

이 약국만 36년째이지만 이전 경력까지 합쳐 셈하면 무려 51년이라는 세월을 약국과 함께 보냈다.

서 약사는 무엇보다 후배 약사들의 꾸준하지 못한 태도가 늘 아쉽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약국을 개업하고, 몇 달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후배 ‘근무약사’들의 태도가 자신이 살아온 방식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

“분업 후 약사 직능이 과소평가되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약사 우리 스스로도 얼마나 우리 직능을 소중히 여기고 환자를 대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서 약사는 후배약사들이 대체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데 서툴다고 지적한다. 약사가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상담을 하는 것은 약사로서의 필수 자질인데, 분업 후 ‘약사는 약만 조제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지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또 서 약사는 후배들에게 외국어든 임상경험이든 ‘실력’을 갖추는데 많은 것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결국 약사의 위상은 실력과 비례해서 상승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점에서 서 약사는 “약대 6년제 시행은 약사들의 경사요,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랑방이었던 옛 약국을 생각해보세요”

한 손님이 꼬깃꼬깃 접은 처방전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흑석동 상산약국의 서화교 약사에게 건넨다.

손님 왈, “오는 길에 큰 약국이 몇 개가 있는데, 처방전을 들고 다니면 자꾸 옷깃을 잡고 들어오라고 그래서..., 전 우리 아주머니 약국이 좋거든요”

이 자리에서 34년간 약국자리를 지켜온 61세의 서화교 약사는 후배 약사들의 ‘욕심’이 가끔씩 두렵다고 말한다.

“어렵게 병원 앞으로 왔으니 후배들의 마음도 이해는 해요. 하지만, ‘약사’로서의 정체성은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꼭 약사 사이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싶기도 하구요.”

서 약사의 약국은 흑석동 언덕길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삼십분 남짓한 시간에도 주민들은 약국에 열쇠를 맡기러 오거나, 동네 아주머니들의 시시콜콜한 집안 이야기들이 수시로 오고 갔다.

34년동안 손님들의 애환을 담아낸 상산약국의 의자
주민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34년전 약국을 개업할 때, 유한양행에서 기념으로 증정한 의자.

“사람들은 저 의자를 왜 버리지 않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이 의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습니다. 약국은 약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도 보듬어 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해요”

서 약사도 동네의 단골약국답게 전국구 처방을 받고 있다. 이 때 약이 있으면 조제해 주고 없으면 다른 약국을 소개해 준다.

가끔씩 손님들로부터 약국이 배짱장사를 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서 약사는 “그래도 욕심을 버리니 나부터 행복해지더라”며 “처방전을 우리의 삶에 일치시키지 말자”고 말한다.

서 약사는 한편으로 후배 약사들이 안쓰럽다고도 했다. 자신이 젊을 때야 의약분업 전이라 약사의 특혜를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

“무작정 욕심을 버리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이를 부추길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밝힌 서 약사는 “후배들과 선배들이 ‘약사’라는 큰 틀안에서 함께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일이 다가올 것”이라고 독려했다.

  • 익명 댓글
  • 실명 댓글
0/500
등록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