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의사의 '자해'와 체게바라
- 홍대업
- 2007-02-09 06: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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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및 인천시의사회의 대규모집회와 한 의사의 자해소동이 보건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집회의 목적은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의 자율적인 진료권을 침해하는 ‘악법’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다.
여기에 오는 11일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학교수, 치과의사회 일부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다시 과천정부청사 앞으로 모일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집회가 대중적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의사의 자해를 놓고 일부 매체에서는 ‘할복’이라고 칭송(?)하는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일종의 쇼에 불과한 ‘자해’라고 비아냥거리도 했다.
할복이라는 것은 불의에 항의해 자신을 희생하는 신성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의 배를 갈라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한 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투쟁이란 것도 그렇다. 이는 사회학적 의미로 볼 때 사회를 변화, 진보시키기 위한 일종의 ‘끝없는 싸움’이다. 특히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한 것이어야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미정글을 헤집고 다니던 체게바라는 지금 한국의 의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쿠바혁명을 이끌었던 전사(戰士)로 평가받는 인물인 동시에 남미 민중에게 의술을 베풀었던 의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제 의사들도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소외계층의 노동자들이 읊조리는 투쟁가를 흥얼거리는 세상이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그런 사회가 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들이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도 사회보편적 정서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의사들은 이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한 의사의 행위와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동료 의사들의 지적 능력을 마비시키고 감정을 증폭시키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까지 설득했을지는 의문이다.
의사협회가 의료법 개정 저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1일 집회에서는 ‘쇼’가 아니라 진실과 진정성으로 회원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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