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브레이크 없는 질주...투쟁명분 약해
- 홍대업
- 2007-02-12 06: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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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법 개정시 전면파업 등 경고...여론승기 잡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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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이 11일 과천집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이는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시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면파업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그러나, 이는 장 회장의 의도한 취지와는 달리 현재 의협의 내부 입장을 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기도 하다.
서울시의사회 자해소동으로 김빠진 의협 집회
이날 의협의 집회는 사실 김이 빠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의협 회원 외에 전공의와 의대생, 치협, 한의협 관계자 등이 참석, 그동안 삐걱거리는 모습을 봉합하고 ‘형제애’로 공동 투쟁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그러나, 의협은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줘야 했다. 지난 6일 서울 및 인천시의사회의 집회에서 서울시의사회 좌훈정 홍보이사의 자해소동이 워낙 많이 언론에 회자됐기 때문이다.
의협은 이날 ‘의료법 개악 저지’라는 형광색 조끼를 착용하고, ‘의료법 개악 전면반대’라는 애드벌룬까지 띄웠지만 그것만으로 여론의 조명을 받기는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연단에 올라 발언한 사람들도 ‘의사로 태어난 것이 부끄럽다’, ‘전면파업’, ‘노예’ 등의 표현을 빌어 집회 참석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긴 했지만, 좌 홍보이사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실 이날 집회에도 앰뷸런스 2대가 배치됐고, 행사진행표에는 ‘이벤트3’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은 프로그램이 잡혀 있어 자극적인 퍼포먼스가 준비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국은 조용히 마무리 된 것이다.
장동익 정면 비판, 몸싸움 소동...의료법 개정 대오 균열조짐
좌 홍보이사는 이날도 단상에 올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또다시 피를 흘릴 각오가 돼 있다”고 목청을 높였고, 회원들을 한껏 자극했다.
그는 이번 의료계의 의료법 개정저지와 관련 가장 크게 부각된 인물이긴 하지만, 막상 의협 집회를 김빼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의협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의협이 물러설 곳이 없다고 하는 의미는 복지부와의 추가 협상중단과 임시대의원총회에서의 전면투쟁 결의 때문이다.
집행부로서도 당초 ‘국회 통과시 집행부 사퇴’를 언급했다가 ‘정부안 확정발표시 집행부 사퇴’라는 성명이 채택됐다는 점에서도 사면초가의 입장인 셈이다.
게다가 이날 집회에서 한국의사회 소속 회원들이 장 회장을 정면 비판하고 비대위 재구성과 의료법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의협 집행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20여분 늦게 시작한 행사를 15분 일찍 마치는 등 당황한 기색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칫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체 회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거나 국민여론도 의협 쪽으로 끌어올 수 없는 탓이다.
전면파업 등 선동...여론전 승기 잡을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의협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집단휴진 등 총파업이다. 의료법 개정 문제와 관련 정부와의 협상중단을 선언한 탓에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방법은 의협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지난해 낙마위기를 모면했던 장동익 집행부를 비롯, 일선에 있는 의사들까지 말이다.
그러나, 의협 내부에서는 장 회장의 낙마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반대세력이 존재하고 있는데다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의협 집행부의 고민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이를 담보로 집단행동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고, 국민여론도 냉랭할 것이다.
의협 이날 배포한 ‘의료법이 개정되면 국민이 피해보는 10가지’라는 유인물도 이같은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복지부가 ‘의료법이 개정되면 국민이 편리해지는 10가지’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지만, 앞으로 국민여론을 이끌지 못하고서는 백전백패라는 내부인식의 표출인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각이 워낙 팽배하다는 것이 문제다.
복지부 “합리적 대안 제시하라”...대안 없는 의협, 고민만 깊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의협에 계속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의협이 지난 5개월간 협상 테이블에서 실질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다른 여러 단체와 최종 시안에 대해 합의한 이후 이를 뒤집었다거나 최근 부쩍 대국민홍보전에 신경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협은 이에 대해 뾰족수가 없어 보인다. 자해를 하고 삭발을 한다 해도 도무지 ‘총파업’ 이외에는 해법이 없는 것이다.
2주간의 추가협상까지 깨버린 상황에서 국회쪽에 대체입법 등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의료법 개정안이 이미 사회쟁점화 돼버린 상황이어서 의협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협이 지금이라도 대안마련을 위해 내부논의를 진행하고, 복지부와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는 한 해법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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