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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료 기간망 뒤흔들 의료법

  • 데일리팜
  • 2007-03-22 11:04:38

정부의 의료법 ‘전부개정’ 추진이 4개 의료단체의 ‘전부거부’로 결국 정면 충돌했다.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범 의료계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에는 무려 5만명이 참석해 정부를 강도 높게 압박했다. 또 의협, 치협, 한의협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불법무면허의료행위 조장 및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25일을 기해 1천만명 서명운동까지 시작되면 의료법 파문은 걷잡기 힘들게 확산될 게 틀림없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정부입법안이다. 정부의 의지가 아주 속속들이 잘 담겼다. 그 핵심의지는 ‘의료선진화’이고 그것을 떠받쳐주고 있는 것이 의료시장의 각종 진입장벽 규제를 푸는데 있다. 이른바 ‘의료시장의 무한경쟁’ 촉진을 위한 입법안에 다름 아니다. 의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경쟁 시스템 도입이 불가피하고, 그것은 기존의 기득권들을 보장하지 않는데서 시작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빗장들을 푼다. 의료시장의 영리성 강화가 아니라 아예 상업화 토대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환자 유인·알선 예외조항(제61조)은 소위 네트워크 의원이나 대형병원들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막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비급여 비용에 대한 할인이나 면제시 유인·알선 허용은 진료의 상업화로 인한 저급한 진료문화를 낳을 역작용 소지가 다분하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병원급 또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내 개설 허용(제51조 3항)이나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제78조)과 인수·합병(제81,제82조) 조항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 조항들은 모두 대자본의 의료시장 선점을 보장하는 것과 같다. 대폭 확대된 비전속 진료(제70조)도 이들 대자본들이 의료인력을 단순 노동자로 전락시키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간보험회사의 진입 역시 가격계약시 유인·알선이 허용되어 의료시장 진입이 용이해지면 의료시장의 상업화를 촉진하게 된다. 여기에 복수의료인 면허 소지자의 면허종별 의료기관 개설 허용(제51조 1항)까지 되면 개원시장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정글법칙에 빠져든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다. 취지야 이해하지만 현실에서 먹혀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탁상공론이다. 개원의들이 대부분 영세한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개원의들을 사지로 내모는 조치이기에 그렇다. 의료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 뻔하다.

의료기관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야 생존해야 하는 구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과도한 상업성은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공공의료를 줄기차게 강조해 온 참여정부다. 대자본과 대형병원들이 더 많은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의료시장은 끝내 이들의 독점을 야기한다. 독점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종국에 가서는 서비스의 질을 되레 떨어뜨리는 이율배반적인 결과가 나온다.

의료법 개정안은 나아가 환자의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일부사항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 질병 및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의무 조항(제3조 2항)과 진료비용 고지(제62조) 등이 그것이다. 물론 환자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개원의들이 앞으로 환자편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몰리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채 감안하지 않았다. 한해 수천명씩 배출되는 신규 의료인력의 다양한 시장진입이 용이하고 동시에 문을 닫는 의원들이 양산된다면 환자편의는 구호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의료인들에게 환자는 더더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개정 의료법이 시행된다면 1차 의료기관들의 전면적인 시장재편이 이뤄진다. 극단적으로 보면 가난한 의원들은 없어지고 부자 의원들이 남는다고 볼 때 그것이 의료시장의 선진화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시장과 경쟁이 배제된 순수한 공공의료는 개념조차 애매해질 수 있고, 그것은 국가 공공의료 기간망의 부실로 이어진다. 요양기관강제지정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아울러 강제지정을 해서도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의료전달체계는 또 철저히 무시된 채 보험제도 자체가 무력화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행 우리나라 국가 보건의료체계는 시장경쟁적 요소 보다는 국가가 강제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기에 그것을 또한 허물려는 이중적 태도는 종국에 모든 것을 실패할 여지를 앉고 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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