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상호인증, 내부역량 강화돼야 빛본다
- 박찬하
- 2007-06-09 08: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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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조정-위탁생산 활성화...완제중심 시장개척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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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이 국내 제약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다. GMP와 제네릭 허가 상호인정(MRA)을 향후 협의한다는 조항을 두고 부풀려진 이같은 기대는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업계 실상에 밝은 전문가들은 단시일 내 GMP-제네릭 상호인정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2010년까지 품목별 GMP를 포함해 밸리데이션을 의무화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청사진이 꼭 그대로 실현된다하더라도 미국과의 보조를 완전히 맞출 것이라는 장담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MRA는 양국의 기술수준이 비슷한 위치에 올라섰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허가행정에서부터 산업 현장의 관리능력까지, 업그레이드 해야 할 산적한 과제를 우리 정부나 제약업계 모두가 떠 안고 있다.
GMP-제네릭 상호인정, 부풀려진 애드벌룬
이런 상황에서 GMP-제네릭 상호인정의 가능성만 열어둔 협정문구를 놓고 ‘국제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도약’이란 애드벌룬을 정부가 띄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FTA로 진입장벽이 허물어질 경우, 미국산 제네릭의 국내시장 진입을 역으로 우려해야 할 판이다.
‘넥시움(AZ, 2008년)’, ‘리피토(화이자, 2009년)’, ‘셀레브렉스(화이자, 2010년)’, ‘자이프렉사(일라이릴리, 2011년)’ 등 주요 의약품의 특허만료가 임박했고 신물질 신약개발 가능성이 급감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계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FTA를 통한 한국시장 공략이 중국과 일본시장을 노린 중장기적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약협회 이인숙 기획실장은 “GMP나 제네릭 상호인정이 안됐기 때문에 국산 의약품이 미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며 “FTA를 글로벌 시장 개척의 촉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부역량을 키우는 작업을 서두르는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인 것은 약제비적정화방안과 한미FTA 타결 등으로 약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상당수 제약업체들이 수출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5,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한미약품을 비롯해 동아제약, 유한양행, 대웅제약, 중외제약 등 상위업체들이 글로벌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인 미국 의약품 시장 수출액은 연간 1억달러 조차 넘지 못하는 상태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8,555만달러인데 이중 원료의약품이 5,389만달러로 절반을 넘었고 완제의약품 2,412만달러, 의약외품 753만달러를 각각 기록한 정도다.
"세계 최대 미국시장, 열 수 있어야 맛본다"
의약분업 이후 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25% 이상을 기록했고 무역적자 규모도 2000년 9억2,254만달러에서 2006년 24억4,049만달러로 급증했다. 의약품 무역적자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되거나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결국 GMP와 제네릭 상호인정 문제를 미국측이 피해갈 수 없도록 우리 정부와 업계 스스로 주어진 과제를 능동적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리지널의 40%까지 보장하는 제네릭 약가수준과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국내보다 미국시장이 오히려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제네릭을 앞세운 미국시장 공략으로 매출 1조2,000억원의 회사로 성장한 인도 란박시가 좋은 예다. 물론 국내업체의 시장 진입이 성공했을 경우에 한하는 일이다.
따라서 제형별 전문화를 통한 품목 간소화를 목표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 경쟁력 있는 제형 및 품목 위주의 구조조정으로 위탁생산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다품목 소량생산 체제로는 선진국과의 품질경쟁은 물론 인도, 중국 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정부는 제약회사가 의약품 제조 제형을 선택하고 품목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cGMP급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대폭적인 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제약협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규모 제약업체 54개사가 증개축 수준에서 GMP 시설투자를 하는데 향후 7,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 지원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GMP 전문인력 육성과 cGMP 관련 규정 및 가이드라인의 적극적인 활용 등도 국내업계의 과제로 꼽힌다.
미국시장 열면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열린다
선언적 형태에 불과한 GMP 상호인증을 현실화해야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국 시장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의 MRA는 한국 의약품에 대한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는 시금석 역할을 한다. 미국 시장을 열면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도 함께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체질개선과 함께 국내업체들의 수출패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가격경쟁 중심의 원료의약품 수출은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업계 수출 담당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한국산 원료는 저가도, 그렇다고 고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아목시실린은 kg당 20불대로, 세파계 항생제는 200불대로 수출가가 급락했다. 이러다보니 CJ와 같이 원료의약품 수출사업을 사실상 접은 업체도 생겨나게 됐다.
그렇다고 원료의약품 시장을 버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94년부터 세파계 항생제 원료를 수출해 온 한미약품 양원석 상무는 “원료의 부가가치가 완제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화제품으로 차별화하고 오리지널 업체의 시장런칭 계획을 꼼꼼히 따져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선진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륵’ 신세인 원료 역시 차별화로 재무장한다면 경쟁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국내업체들 중 일부가 완제의약품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준비상태는 사실상 낙제 수준에 가깝다. 물론 cGMP급 시설 문제가 가장 큰 난관이다.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FDA 허가를 받은 완제품이라는 기념비적 측면 외엔 시장에서의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김승호 이사는 “원료 수출은 ‘연애’지만 완제 수출은 ‘결혼’”이라고 정의한다. 수출가에 따라 얼마든지 수입선이 바뀌는 원료에 비해 완제는 한 번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성사만 되면 상당기간 지속성을 갖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SK케미칼 장돈용 상무는 “70~80년대는 원료의약품에 부가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완제의약품과 기술수출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라며 “50~70%까지 마진을 볼 수 있는 완제수출에 우리 업체들이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료→완제, 동남아→선진국 타깃 체질개선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편중된 수출선 다변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세계 의약품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인도업체들이 애초부터 미국시장을 1차 타깃으로 삼아 원료수출에 주력했고, 이후 현지회사를 설립하고 완제수출로 방향을 바꾼 과정은 우리 업체들이 교훈으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이같은 수출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최고 경영진의 마인드다.
국내시장에서 장사하듯 해외시장을 봐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투자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업체들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들의 마인드는 아직도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외국 오리지널 제품 라이센싱에만 열을 올렸지, 정작 우리 제품을 외국에 수출하는데는 아무도 관심 없었다. 상위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는 중소업체 수출담당자의 비판은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제약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어쨌든 GMP-제네릭 MRA 문제는 현재 상징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 정부와 국내업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은 물론 여타 선진국 시장의 문턱까지 낮출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정부-업계 공조체계 필수, MRA 화두 잡아야
정부와 업계는 탄탄한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향후 설치될 의약품위원회에서 미국측이 GMP-제네릭 MRA 문제를 비켜갈 수 없도록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단계적 발전전략을 추진하는데 몰두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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