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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약대 학장의 이유있는 반항

  • 한승우
  • 2007-06-27 06:07:10

얼마전 제주도에 열린 한국약학대학협의회(이하 약대협)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약대협 회장 임기를 마친 이승기 교수(서울대약대 학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을 뽑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후보 추천을 받는 자리에서 이 교수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서울대 학장인 이 교수는 "앞으로 약대협이 약대 6년제, 한미 FTA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매우 많다"며 "지리적으로도 관과 가깝고 가장 협의를 잘 이룰 수 있는 대학을 신중히 생각해 추천해 달라"며 은근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학장인 정규혁 교수가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며 "서울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으니, 약대협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신중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대약대 신임 학장으로 선출된 서영거 교수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서 교수가 약대협 차기 회장을 고사했다는 후문도 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과는 반대로, 플로어는 서영거 교수가 '서울대'라는 이름만으로 약대협 회장 선출이 확정되는 듯한 분위기로 흘렀다.

이에 갑자기 지방의 J약대 C학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지방대학도 얼마든지 중요한 사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운을 뗀 C학장은 "서울대라는 이름 때문에, 또 물리적으로 관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서울대에서 약대협 회장을 한번 더 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C학장은 "6년제를 비롯한 중요 사안 논의에서 지방대란 이유로 소외되는 인상을 받아왔다"며 "절차에 의거한 추천을 통해 투표로 회장을 정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C학장은 동료 교수들의 적극적인 설득(?)에 뜻을 굽혔고, 서울대 신임 학장 서영거 교수가 만장일치로 약대협 차기 회장으로 추대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번 총회에서 투표라는 형식을 거쳤어도 서영거 교수가 당선됐으리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약대협 회장 선출 과정은 절차에 따른 투표를 했어야 옳았다. 그것이 최소한의 공평한 기회고, 한 집단이 변화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이 벌어진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내려 앉은 '서울대'가 갖는 의미를 다시한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특정 집단을 위시한 지나친 자부심과 이에 대한 비판없는 추종은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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