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 무시한 급여제 강행
- 데일리팜
- 2007-07-02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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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의료급여 제도가 어제(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일선 요양기관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니 사전 준비나 홍보가 너무 미흡했다. 의사협회 신임 회장은 아예 취임일성으로 새 의료급여 제도에 대한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약국들의 혼선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환자와 시민단체들도 헌법소원까지 하겠다며 거부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사, 약사, 환자들이 이처럼 혼란해 하고 아예 거부까지 하고 있는 마당이니 아무리 시행취지가 좋아도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의료수혜의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사실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여혜택 범위와 수혜 폭을 확대하는 사업에 주력해 왔지만 그와 더불어 자격관리는 완벽을 기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급여환자들의 과도한 ‘진료쇼핑’이나 ‘가짜처방전’ 등의 부작용이 아직도 골칫거리다. 일부 요양기관들은 부정·허위 청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문제를 방치해 두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의의 다른 의료급여 환자나 대다수 의사, 약사들에게 돌아간다. 급여환자의 엄격한 ‘상시 자격관리’와 ‘실시간 조회관리’는 급여환자나 요양기관들에게 모두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요양기관들의 불만과 반발이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의협은 항의방문도 모자라 아예 거부까지 하고 나섰겠는가. 병원협회도 복지부의 자격관리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마당이다. 이래가지고서는 이달 말까지 연기하기는 했지만 공단의 공인인증서가 요양기관들에게 제대로 깔리기 어렵다. 공단 지사까지 방문 발급을 받아야 하는 불편은 둘째 치고 제도 시행에 대한 요양기관들의 수용 분위기 자체가 정말 말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요양기관 임·직원들의 대리발급을 허용했고 공단 직원의 방문 설치까지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국 7만6천여 요양기관에 인증서가 이달 말까지 모두 깔리기는 물리적으로 무리다. 그러나 정작 시스템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요양기관들의 거부 반응이다. 환자의 자격관리에 대한 부분인데, 정부나 공단이 할 일을 왜 요양기관들이 하느냐 하는데 있다. 요양기관들은 자격관리 보다는 환자진료와 복약지도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실시간’ 자격확인 작업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투약하는 요양기관이 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충분한 사업기간을 잡아 연차적으로 제도를 확대·시행하면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식이어야 했다. 아니면 일정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먼저 하는 방안을 추진했어야 했다. 지난 2월 말에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됐고 3월 말에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이 공포됐으니 할 일 다 했다고 하면 유구무언이다. 그 기간이 충분했다고 생각하면 실로 오산이다.
시행 당사자인 일선 요양기관들에게는 3~4개월이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인증서 관리와 일일이 자격조회를 하는 추가적인 업무와 번거로움에 대한 적응이나 훈련을 하는 기간으로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그 적응 기간을 시스템만 심으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이라는 점이다. 시행에 들어간 지금까지 제도의 기본 취지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요양기관들이 대부분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시행방안 조차 모르는 무관심한 요양기관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기계적으로 할 일이 아닌데 기계적으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시행 취지의 당위성조차 흔들리는 우를 정부는 범했다.
실제로 새 제도의 골자인 1종 수급권자의 외래진료시 본인부담제 도입에 대해 환자 보다는 의사, 약사들의 불만이 더 많다. 한 달에 6천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지급해 가상계좌에서 자동 차감하는 형식으로 급여환자의 부담을 없게 한다고 하지만 요양기관을 자주 찾는 고령의 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은 본인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6천원은 의원(매회 1천원)과 약국(매회 500원)을 한 달 4번 이용하면 소진된다. 그나마 종합병원은 3번으로 줄어들고 3차병원은 그것조차 안 된다. 이에 대한 급여환자들의 불만이 요양기관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게 의·약사들의 우려이고 불만이다.
선택 병·의원제의 경우도 ‘집중관리’야 잘 이뤄지겠지만 병·의원에 대한 급여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환자는 병·의원을 못 바꾸는 상호불만이 부작용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의료의 문제로 확대될 여지마저 없지 않다. 결국 급여환자에 대한 의료의 보장성 강화가 뒷걸임질 칠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이 동반 하락할 상황이다. 더구나 복지부의 자격관리 속도에 공단의 인증서 설치는 지금 따라가기 어렵다. 시행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고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는 물론 의·약사를 전면 무시한 제도다. 그렇다면 실패는 예정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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