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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약국가의 슬픈 단면

  • 한승우
  • 2007-07-16 06:01:07

문전약국가를 취재하다보면, 가끔씩 '살벌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기자가 병원 주변 여러 약국들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한 약국을 경영해야 하는 대표들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행여 옆 약국이 자신의 약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반대로 자신이 평가하는 옆 약국의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취재 도중 만난 한 약사는 기자에게 "옆 약국에서 무슨 말을 듣고 왔느냐"며 "우리 약국을 욕하지는 않았는지 살짝 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끔씩 웃지못할 일도 생긴다.

지역 약사회에서 약국경영의 달인으로 소문난 약사의 약국이 주변 약국에서는 '호객행위를 일삼는 부도덕한 약국'으로 소문이 파다한 경우를 지켜볼 때 그렇다.

또한 손님들에게 큰소리로 인사하거나, 눈인사로 처방전을 끌어모으는 약국은 고객들로부터 '나와서 손님을 맞아주는 매우 친절한 약국'으로 입소문이 나는 경우도 있다.

경쟁 약국간의 미묘한 감정 대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쏟아져 나오는 처방전의 물꼬를 어떻게 자신의 약국 앞으로 틀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부터, 옆 약국이 '이웃'이 아닌, 자기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불청객'으로 보이나 보다.

가끔씩 영화에서 등장하는 '약국'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동네의 사랑방을 묘사하고 있다. 동네의 시시콜콜한 정보가 모이는 곳, 마음의 상처를 품는 곳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약국가 취재를 나설 때마다, 이런 약국과 약사를 만나는게 소망으로만 남는다는 것. 처방전을 둘러싼 밀림 속에 던져진 약사사회의 슬픈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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