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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게시판에선 나도 유명인사"

  • 한승우
  • 2007-09-27 06:27:11
  • 70세 인터넷 달인 김진권 약사

매일 아침 버릇처럼 서울 각 구약사회 전체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항상 눈에 띄는 이름 석자가 있다.

약국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는 물론, 생생한 약업계 뉴스를 서울 각 구약사회 게시판으로 실어 나르는 그는 바로 김진권 (70·경희약대)약사.

구약사회 게시판에서는 유명한 이름이지만, 김 약사가 70세 고령 약사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김 약사가 게시판에 올리는 각종 정보들은 원안 그대로가 아니라, 사진과 글자 모양, 색깔 등을 화려한 솜씨로 편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 못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젊은 사람보다 ‘낫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김 약사를 만난 것은 지난 20일 밤 종로3가 단성사 앞.

지나간 세월의 흔적과 현재가 맞닿는 단성사 앞 선술집에서 김 약사의 칠십년 인생사와 후배 약사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들을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요롭게 들어볼 수 있었다.

“매일 약사회 게시판에 들어와 글을 남기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게시판을 활성화 시키고 싶어서지. 약사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수많은 약사들조차, 약사회 아이디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지. 한 사람이라도 내가 올린 정보들을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해.”

칠십이라는 나이가 인터넷을 익히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냐고 묻자, 마우스 사용법을 익힌 노하우를 살짝 귀띔해 준다.

“글자 입력하는 건 손가락 하나로도 가능해.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그런데 이 마우스는 도저히 손에 익지를 않아. 그래서, 아들에게 부탁했더니(김 약사의 아들은 공무원이다) 마우스로 하는 ‘벽돌깨기’ 게임을 주면서 해보라고 하더라고. 게임에 한달정도 푹 빠졌더니, 마우스가 완전히 손에 익었어.”

하지만, 김 약사는 활발한 게시판 활동을 하면서도, 분업 이후 극도로 각박해진 약사사회의 인색함과 선·후배간의 교류의 단절을 안타까워 했다. 교류가 단결로 이어지고, 그 단결이 약사들의 영향력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주저앉고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2만여 약사가 약사회 게시판에 매일 한번씩만 접속해 들어와 살피기만해도, 약사대회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거야. 하나의 아이디로 전국 각 지부·분회 홈페이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 말이지. 왜 자꾸 약사들끼리 정보를 통제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

사실, 김 약사는 아이디를 ‘강남구’에서 받았지만, 소속은 성북구이다. 성북구에서 40여년 약국을 하다가 강남구에서 소위 ‘조제전문’ 약국을 열었지만, 6개월만에 약국을 접었다. 타산이 맞지 않아서이다. 현재는 약국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분업 전 약국을 오래 했지만, 김 약사는 “가진게 없다”고 말했다. 그 연유에 대해 끝까지 말하기를 꺼려하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익명으로 고아원·복지시설 등에 벌어놓은 것 많이 가져다가 주었지. 우리 아들에게도 물려줄 것 하나 없어. 아들 녀석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을 재산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더 화목해.”

김 약사는 요즈음 게시판과 함께 ‘구인구인’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조제는 아니더라도, 매대 전문약사로서는 아직도 정력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 약사는 “은퇴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잖아. 내가 직접 약국을 경영하기에는 여건이 맞지를 않고, 일반약 판매가 많은 곳에서는 충분히 일할 수 있어. 사십년 약사의 노하우를 보여줄 수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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